푸른 하늘을 제압(制壓)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修正)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飛翔)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革命)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


  민간인 시절 자보에 붙어 있는 이 시를 보며 저 작품이 무엇이냐고 함께 길을 가던 동기녀석에게 물어 본 적이 있다. "아니, 넌 <풀>의 시인, 김수영도 모른단 말이냐"하는 걱정 섞인 답을 들었다. "젠장, 나도 <풀>은 안다고.." 라는 비굴한 대답이 내 입에서 튀어 나왔다. 정상적인 고교과정을 받은 사람이라면 김수영의 시 <풀>이나 <폭포>는 한번쯤 들어보았을만한 시였다. "풀이 눕는다"로 시작하는 그 시. 주입식 교육을 받은 터라 시에 관하여 왼 것들이 내 머리를 휘감았다. 풀은 민중을 상징한다느니, 시는 저항의식을 표현했느니 하는 단편적 것들.


  우연한 기회에 한국 현대시가 모여 있는 인트라넷 주소를 얻었다.( http://22.1.2.20/information/troka/hobby/hobby/poemsort.htm ) 처음 싸이트에 들어가서 '사람만이 희망이다.'로 알려진 박노해씨의 시를 읽으며 작년 읽었던 그 책의 느낌을 되살리던 중 시인 "김수영"의 작품이 보였다. 


  그의 시 <달나라의 장난>에서 

도회(都會) 안에서 쫓겨다니는 듯이 사는
나의 일이며
어느 소설(小說)보다도 신기로운 나의 생활(生活)이며
모두 다 내던지고
점잖이 앉은 나의 나이와 나이가 준 나의 무게를 생각하면서
정말 속임 없는 눈으로
지금 팽이가 도는 것을 본다

는 구절은 그대로 내 이야기가 된다. 이웃집에서 팽이를 돌리며 노는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쓴 김수영의 이 시는, 종종 소시민적 비애에 젖는 내가 꿈꾸는 별천지에 대한 몽상과 평화에 대한 지향을 꼭 그대로 보여 준 작품이다. 이 시의 제목에서 '달나라'라는 낱말을 골라 쓴 김수영의 마음이 곧 내 마음이 될 정도로. 나는 어느새부턴가 작품 제목에 (그것이 시든 소설이든 수필이든) 예민하게 반응한다. 동심과 생활고, 팽이가 반복하며 도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별천지 생각과 현실을 다 담아낸 이 산문적인 내용의 시 제목이 만약 '팽이'나 '생활고' 였다면, 시적 재미는 완전히 상실됐을 것이다. 김수영은 그런 점에서도 탁월했다. 


  김수영의 시를 되풀이해서 읽으면 그의 현실 참여적 첨예한 목소리 밑에 참으로 따뜻한 인간미가 깔려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삶의 구원한, 마치 우리가 사는 곳이 지면이라고 치면 그의 시는 지표면 깊이 자리한 암반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듯한 것이어서 그의 시는 내 경험의 첫머리에 놓일만한 디딤돌 역할을 유감없이 해 준다.




김수영(金洙暎) 

1921년 서울 출생
1941년 선린상업고등학교 졸업 
1942년 일본 토쿄(東京)상대 전문부에 입학 후 학병 징집을 피해 귀국
1947년 『예술부락』에 <묘정(廟庭)의 노래>를 발표하면서 등단
1958년 제1회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1959년 시집 『달나라의 장난』 발간
1968년 사망
1981년 김수영 문학상 제정

시집 :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공저, 1949), 『달나라의 장난』(1959), 『거대한 뿌리』(1974), 『김수영 전집』(1981)

출처 : http://22.1.2.20/information/troka/hobby/hobby/p0321.htm
http://22.1.2.20/information/troka/hobby/hobby/p0267.htm
http://22.1.2.20/information/troka/hobby/hobby/poet061.htm  
 
 
병장 배진호 
  음 그 시대적 배경과 사연이 머리속에 그려지네요. 
풀은 눕는다... 그거 기억나네요. 핫.. 06-21   
 
병장 최준우 
  너무 좋은 사이트 감사합니다! 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