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병 장아랑   2009-09-02 03:43:20, 조회: 149, 추천:0 

몰랐지 나는 너의 표정을
나는 자갈이 많이 쌓인 공사판에서
끌개 하나를 들고 나라시를 까는
어린애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모든 것을 정리하려 들었지

어쩐지 나라시라는 말은 
일본만화에 나오는 이쁘지만 네가지 없는
기지배거나 기지배처럼 생긴 남자아이 같아서
어떻게든 해버리기만 하면 쉬울거라 생각했는데
보잘 것 없는 끌개는 소리만 지르고
나는 허약한 귀를 막느라 정신없었네

너의 얼굴은 떠올리면 이상해 
눈, 코, 입 큼직큼직한 것만 남네 
그 속에 당연히 있어야할 차양 같은 속눈썹과
조금 습한 콧김이라든가 단정치 못한
일반적인 치아 따위는 하나도 기억이 안나
그런 것들은 끌개 사이로 스르르-스르르 빠져나가지
그리고 그것들은 자기들 멋대로 하나의 표정이
되는거야 어쩌겠어 나는 끌개에 걸려든
멍청이 같은 큰 돌들을 바라보듯이 너의
그 뻔한 눈이나 코나 입을 추억하지

하여간 그 나라시라는 작업은
정말로 재미없기도 하지 대부분의 혼자 하는
일들이 그렇듯이 진전은 거의 없고 다되었다 싶으면
도대체 왜 이걸 했는지 아리송해지는 거야
뭐 단순하게 모으고 흩어버리는 이야기
나는 그냥 혼자서 잘 노는구나를 깨달아

어쩐지 비열한 자기복제인데 
이런 거야 포크레인이나 그런 좀 무식하지만
세련된 기계 앞에선 정말이지 귀여운 장난이지 
그때까진 좀 가지고 놀아도 되겠지? 나의 사랑아


* 책마을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10-21 10:49)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10-01-27
11:28:30 



병장 이 원 
  왠지 혼자하는 작업에대한 허무함과 사랑하는 사람의 대한 열망이 기묘하게 조합되는군요. 

부러워요. 이런연결. 후후 2009-09-03
22:53:34
  



병장 박정현 
  뭐 단순하게 모으고 흩어버리는 이야기.. 좋은데요 2009-09-04
04:49:51
  



병장 이기범 
  아 정말 잘쓰시는 분들 많네요. 부럽습니다... 2009-09-04
14:52:08
  



상병 조용진 
  유순하고 기묘하게 연결되는 표현들 
정말 배울 점이군요. 부럽습니다. 잘읽었어요 2009-09-06
20:08:25
  



상병 장아랑 
  재밌게 읽어주면 고맙지요. 2009-09-12
22:0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