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다 이렇게 순정만화를 좋아하게 되었나. 
 상병 김현진 06-14 08:14 | HIT : 372 



* 순정만화에 대한 정의라던가 성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겠습니다. 논쟁의 소지가 있거든요. 저는 이전에 <북두의 권>도 순정만화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밖에 나갈 때마다 빼먹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집에 도착하면 씻고 옷을 갈아 입은 뒤 돈을 챙겨서 서점과 책방을 가는 것이다. 그리고, 찾는다. 

 …순정만화 신간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순정만화를 보는 남자"는 흔치 않다. 어느 정도냐 하면, 세상이 20% 대 80%로 이루어져 있다면 순정만화를 보는 남자는 10%쯤 될 것이다. 당연하다. 이 사회가 요구하는 남성적 공식들, 이를테면 "우정, 노력, 성공"이라던가 암컷의 쟁취, 일련의 정복행위를 순정만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남성으로서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없다는 점은 그 자체만으로 거세로 인한 무력감을 줄 것이다. 그러므로 순정만화를 보지 않는 90%의 남자들에게 순정만화는 아웃 오브 안중일 것이며, 심지어 일부에게는 지루하고 밋밋하며 심지어는 비생산적인(?) 소꿉놀이일 것이다.

 순정만화에 대한 대한민국 남자들의 '찝찝함'은 분명히 존재하는데 이는 우리가 그렇게 느끼도록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꿉놀이 세트나 미미 인형 대신 프라모델과 로봇 장난감을 쥐어야만 했으며 앞치마 대신 슈퍼맨 망토를 둘러 쓰도록 사회화 되었다. 근본적으로 '순정만화'라는 장르적 구분 또한 손에 쥔 보자기를 앞으로 매느냐 뒤로 두르냐와 다르지 않다. 남자가 보는 책과 여자가 보는 책을 정해 놓다니. 교육을 통해 이런 관념이 생성된 것은 흥미롭다. 이것은 다름아닌 '감수성'의 억압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 트로이>의 주인공 아킬레우스는 브리세우스에게 연민을 느낀 후에야 수컷의 탈을 벗을 수 있었다. 나는 감수성이야말로 남성과 '수컷'을 구분하는 척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수컷은 '강요된' 역할이다. 사실 감수성은 남성에게서 더 강하게 발견되지 않던가. 애절한 사랑 노래를 즐겨 부르고 첫사랑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걸 보면 말이다. 

 문득 생각해본다. 나는 어쩌다 이렇게 순정만화를 좋아하게 된 걸까? 내 순정만화를 볼 수 있는 감수성, 아니 '뻔뻔함'이라고 하자. 뻔뻔함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이미 계발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그때, 억압 받던 내 감수성을 강렬하게 자극한 무언가가 있었을 거라 확신했고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다 책 한 권을 떠올릴 수 있었다. 

< 내 마음 나도 몰라> 라는 제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어린이용 사춘기 성장소설 같은 거였는데, 어느날 자기 학교에 전학 온 예쁜 여자아이가 사춘기 시절 알게 된 복잡한 가족관계(아마 부모가 친부모가 아니었던 것 같다. 어린 나에게는 그 사실이 꽤 충격이었다.)때문에 방황하고, 그걸 치유해가는 과정의 글이었다. 그 여자아이의 모습은 꽤 신선했는데, '여성적 화자'의 서술을 처음 보았기 때문인 것 같다. 팔딱거리는 개구리만 보다가 곧 시들 것만 같은 꽃에 눈이 갔을 때의 느낌이랄까. 그리고 개구리와 꽃은 내 마음 속에 같이 있었다.

 사춘기적 슬픔의 코드를 어릴 때 접한 기억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일지도 모른다. 비오는 날 혼자 베란다에 엎드려 빗소리와 함께 그 책을 읽던 11살의 나는 어느덧 비오는 날 방구석에서 순정만화랑 궁상을 떨고 있다. 책방에서 쭈볏거리며 <그 남자 그 여자>를 <반항하지마>와 <기생수> 사이에 끼워 빌려보던 나는 어느새 당당하게 <시니컬 오렌지>, <설>, <보이> 전권을 계산대 위에 올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나를 긍정한다. 순정만화를 즐겨 보는 나 또한 의미를 부여할 만 하다. 순정만화를 보는 시간은 내가 수컷임을 잊게 해주는 유일한 시간이다. 성공하기 위해 발버둥치며 싸울 필요도 없고 머리카락 노랗게 세우고 지구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 

 그저 자기 내면에서 사소한 즐거움과 사랑, 슬픔과 눈물만을 찾으면 될 테니까.  


 병장 허익준 
 시니컬 오렌지! 얼마 전에 완결 났다던가? 06-14   

 병장 배진호 
 혹시 Kiss라는 책 보셨나요? 06-14   

 상병 송지원 
 잘 읽었습니다. 순정만화=여성의 것 이라는 장르 구분은 남성의 선택권을 부자유스럽게 만드는 폭력의 한 종류라 생각해도 되겠네요. 가끔 순정만화를 읽는 편인데 평소에 발견하지 못했던 감성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저는 (유치하지만) 동경쥴리엣을 재밌게 읽었답니다. 1년도 지난 그 며칠간의 삶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현진씨는 은근히 여성적이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웃음) 06-14   

 상병 김현진 
 익준 님/ 몇 달 됐어요.. 윤지운 님 다른 만화 연재하는 것 같았는데 아닌가..잘 기억이 안나네요. 

 진호 님/마츠모토 토모 님의 그 Kiss라면 정말 좋아하지요. 그 만화는 삽입곡(?)도 좋은 게 많지요. Apple eyes나 Merry Christmas Mr. Lawrence, Say you love me 정도가 기억에 남아 있어요. <24:00> <미녀는 야수> <영어학원전쟁> 도 잘 봤습니다. 06-14   

 상병 김현진 
 지원/ 오랜만에 보는 댓글이군요. 전에 보낸 쪽지는 씹더니만(하하하) 

 실은 제가 보기보다 맘이 좀 여리답니다(...) 06-14   

 병장 허익준 
 최근에 본 것 중에 압권이랄까, 역시 엽기인걸 스나코가 임팩트 면에선 가장 강했던 것 같습니다. 소녀왕과 플래티나의 그 작가분도 좋아하고요. 그러고보니 집에 모아둔 퀸코믹계(순정만화라고 장르를 나누는 걸 싫어해서 해피코믹계, 퀸코믹계 등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작품 중에는 카레카노가 거의 유일한 듯. 나중에 후르바랑 소녀왕도 사아겠는데, 돈은 없습니다 하하하. 

 그 외에도 가끔 소프트 야오이물도 보고는 하는데, 엄지왕자랑 트윙크트윙크의 그 작가분 그림체를 상당히 좋아합니다. 트윙크트윙크는 3권까지 사 모아뒀고. 06-14   

 상병 김정태 
 순정한만화라.... 
 어릴적부터 엄청보고 지금도 종종보는데.. 
 요즘엔.. 오란고교 호스트부 이거 재밋씁니다. 
 그리고 옛날껄로는 논스톱아미정도랄까? (너무 오래되긴했군요) 06-14   

 상병 장재혁 
' 나와 그녀의 xxx' 정말 재미있죠 하핫. 내용은 거의 소년물 수준. 그림체가 예쁘고 케릭터가 예뻐서 즐겨보는 중입니다. 하지만 연재가 느리다는거.. 단행본 4권 나오는데 4년 걸렸습니다.. 06-14   

 병장 김청하 
 근데 요즘도 순정만화 보는 남자들이 그렇게 적은가요? 고등학교 때는 대여점에서 펫샵오브호러즈라던가 카레카노 정도 빌리는데도 은근히 한번씩 쳐다보고 그랬는데 요즘은 노다메를 빌려도 양과자점을 빌려도 대체로 무심하더군요. 동네서점 아저씨는 갈때마다 후르바 신간 챙겨주시기도 하고. 06-14   

 병장 허익준 
 하지만 "돈이 없어" 같은 것을 빌려가면 가끔은 쳐다봅니다. 


... 06-14   

 상병 김현진 
 확실히 예전보다 보는 사람이 많아진 건 사실입니다. 인식이 좋아졌다고나 할까요. 

 인식이 좋아졌다기 보다는 '인식하게 되었다'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군요. 이전에는 '순정만화'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었던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이것이 의도적 무시인지, 아니면 인식의 세계 밖에 있었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그런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이거죠. 저는 그 무관심의 원인 또한 찝찝함처럼 '여성용'으로 선을 그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06-14   

 상병 양영호 
 저도 처음엔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감수성의 계발' 이랄까.. 
 아무튼 변변치 않은 핑계를 대며 순정만화에 접근했는데요. 
 이게 보다보니 영 중독성이 있으면서 현진님 말씀데로 화자의 시선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되더군요. 
 부수적으로 연애에도 꽤나 도움이 되는 스킬들을 습득하는 경우도 종종 있구요. 

 순정만화는 결코 여성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06-14   

 병장 이건룡 
 순정 만화 대다수는 않지만 노다메 칸타빌레 만큼은 전부 구입했습니다. 06-14   

 상병 박재우 
 저는 순정만화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그냥 볼만해서 보는 타입입니다. 
 예전에 만화책빌리러 가면 볼만한건 다보고..볼께없으면 순정만화를 봤었지요. 
 재미있음 그만인것을.. 06-14   

 상병 이선열 
 음... 후르츠바스켓이 최고인겁니다. 06-14   

 병장 허익준 
 헨찡 - 인식이 좋아졌다- 라기 보다는, 오히려 제가 생각하기에는 최근의 트랜디한 퀸계열 만화가 애니메이션화 되면서 공중파를 타기 시작하면서, 퀸계열 만화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연스럽게 원작에 손을 대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예전부터 쭈욱 작품성이 있고 잘 만들어진 순정만화 작품은 상당히 많았지만, 실제로 애니화 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니까. 오란고교 호스트부 같은 경우엔 주인공인 하루히 성별은 여성이지만 사실 지향점은 소프트 야오이에 더 가깝기 때문에 이런 쪽에 거부감이 있는 남성분이라면 눈에 들어올만한 작품도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06-14   

 병장 허익준 
 그런데 재미있는 게, 
 순정만화에도 상당히 마초적인 관념이 들어간 작품들이 상당수 있다는 점. 
 연애지상주의라는 작품이 그런 경우인데, 줄거리가 대강 참 뭐랄까 여기서 직접적으로 말하기는 그렇고, 순정코너에 당당히 꽂혀 있는 주제에 내용은 남성향 18금이라서 참 난감했던 적이 있습니다. (책 파손율도 그만큼 높았음. 한 번 빌려줄 때 마다 꼭 어디 한군데가 찢겨져 나가있더라.) 결국엔 7권 쯤에 이르러 18금 마크를 달고야 말더군요. 

 그런 면에서 패왕애인이라는 작품도 상당히 욕을 먹고 있는 걸로 알고 있고요. 06-14   

 상병 우상재 
 장르라는걸 구분없이 하다보면... 어느새 확 다 보게되죠. 
 하지만... 전 여전히 스포츠는 힘듭니다.(아 물론 아다치 쪽 빼곤 말이죠.) 06-14   

 상병 김현진 
 아 하긴. 그 말을 하려다 안썼는데 익준씨 잘 지적해 주셨군요. 특정 계열을 지적하긴 그렇고, 소위 순정만화의 대중화에는 트렌드에 맞는 순정만화들의 양산도 영향이 큽니다. 스스로 지향하는 독자층을 넓힌 셈이죠. 90년대 후반 순정만화계를 (여러가지 의미로)강타한 천계영의 <오디션>은 그 대표주자라 할 수 있지요. 미디어에서 컨텐츠를 빌려오는 경우도 많지요. <리니지>, <바람의 나라>, <풀하우스>가 그 좋은 예입니다. 

 기존 순정만화가 갖고 있던 아이덴티티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꽤 재밌겠군요. 

 저는 일부러 장르를 의식하면서 봅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보는 것이 오히려 많은 것을 놓칠 수도 있어요. 괜찮은 작품을 보지 못할 수도 있고, 이것저것 보다 보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경우도 많지요. "만화(일반)를 보는 것"과 "순정만화를 (의식하면서) 보는 것"은 그런 점에서 다르다 할 수 있겠습니다. 

 제 취향은 80년대 말~90년대 초중반의 우리나라 순정만화입니다. 찾아보면 좋은 것들이 너무 많아요. 06-14   

 상병 임승균 
 잘 읽었습니다. 마케팅 면에서 여성을 주된 독자층으로 삼을 뿐이지 '여성용'은 아니죠. 사실 고2때 우리 반에서는 '서양골동양과자점'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답니다 (남고에서!) 
 그렇다고 제가 결코 순정만화를 많이 읽는 편은 아닙니다만. 만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름 대면 다들 알 만한 (BL 포함) 유명작들 정도는 읽었지만요. 제 주된 취향은 소위 '남성향'이라서요. 하하.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추구하는 올바른 것이 다를지언정, 결국 어쩔 수 없는 노릇이던데요. 사실 비평 텍스트로는 나름 좋아요. 웃음) 

 익준 / 순정만화 가운데 마초적인 혹은 남성중심적인 성격을 띤 작품도 많죠. 특히나 패왕애인이니 러브셀레브리티니 하는 '그 분'의 작품이야 더 말할 것도 없구요. 어차피 성을 불문하고 내면화된 이데올로기니만치 그다지 의외라는 생각은 안 듭니다만. 06-14   

 병장 이현우 
 예전엔 많이 봤는데,,, 야자와님껀 나나15권까지 파라키스, 나남자친구이야기, 천사가 아니야 전질에,, 서문다미씨 책도 많았고... 

 그 모든건 첫사랑때문이였지요.(웃음) 06-15   

 일병 박정기 
 꽃보다남자, 나나, 타로이야기 등등..저는 순정 만화를 꽤 많이 봤는데.. 

 순정도 보다 보면 빠져들게 되는 것 같아요(웃음) 06-15   

 상병 조수아 
 항상 그렇듯이 동생이 시작한 순정만화를 제가 끝까지 다 보게된다는,,(땀땀) 06-15   

 병장 배진호 
 타로이야기도 생각이 나는거 같네요.. 06-15   

 상병 김현진 
 타로이야기. 재밌긴 한데 여성적 관점은 아니죠. 그림체만 빼면 오히려 소년만화에 가깝습니다. 

' 정치적으로 올바른' 단어가 아님을 알지만, 기존 사회에서 사용하는 '여성성'이라는 개념이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성향'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제가 지적하고 싶었던 건 반대로 '남성성'(이 또한 정치적으로 올바른 단어가 아니지요.)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여성성이 거세된, 혹은 지양되는 사회 분위기였습니다. 순정만화는 억압된 제 여성성의 탈출구라 할 수 있겠지요. 

 가뜩이나 만화가 안 팔리는 요즘, 여성성만 강조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독자층을 넓히기 위해, 여성 독자들의 변한 입맛에 맞추기 위해 순정만화는 '하이브리드'를 선택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06-15   

 병장 허익준 
 소재가 늘어난다는 건 좋은 거죠. 점프계 만화가 사실상 드래곤볼과 슬램덩크 이후로 정체기를 맞고 있는 데 비해서 해피계는 아직도 상당히 다양한 여러가지 시도가 나오고 있으니까요. - 덧붙여 말하면, 하가렌이 인기있는 이유 또한 우정과 정의 이후로 정체되어 있던 점프계 만화와는 다른, 반영웅적 성격의 주인공이 나오는 만화라는 점에 주목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 더군다나 현재 몇몇의 작가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멸수준인 소년-계 만화들보다 아직 한국작가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장르가 바로 해피계의 순정만화 장르쪽이라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06-15   

 병장 배진호 
 강풀의 순정만화는 어땟나요? 처음 순정만화라는 글을 보고 강풀의 만화가 생각났는데 말이죠? 06-15   

 병장 배진호 
 그리고 야와라를 보신 분 있나요? 06-15   

 병장 김주일 
 순정만화라...고들학교때 친구의 권유로 한번 봤는데...정말 잼나더군요...일본 만화는 아기와 나, 꽃보다 남자, 미녀는 괴로워 봤고 한국꺼는 이빈과 천계영꺼를 많이봤죠...보기만 한게 아니라 두작가 꺼는 거의다 모았다는...(땀..)하지만 대학교갔다가 주말에 집에 가보니 아버지께서 힘들게 모은 만화잭을 다~버렸다죠...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06-15   

 병장 문기평 
 인어공주를 위하여.... 점프트리 A+ 키작은 해바라기 블루 나의 지구를 지켜줘.....드응등.... 
 원.츄!! 06-15   

 상병 김현진 
 진호/ 강풀의 <순정만화>는 관점이 좀 독특하지요. 사실 순정만화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 심리 묘사인데, 이것이 정말 주어진 상황에서 주인공이 가질 수 있는 심리상태를 묘사하느냐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적당히 맞기만 하면 독자가 그 감성을 받아들이게 되니까요. 그런 점에서, 남성(주인공)의 입장과 여성(히로인)의 입장을 같이 다루었다는 사실만으로 <순정만화> 남녀 모두의 공감을 살 수 있었지요. 적절한 입문서가 아닐지. 

 기평/ 점프트리 A+을 보신 분이 계실 줄은 몰랐는데..혹시 나이가? 06-16   

 상병 김현진 
 익준/ 소재가 늘어나는 건 가시적인 효과입니다만, 그 본질은 '유행으로의 편입'이 아닐까요? 일단 우리나라의 순정만화를 기준으로 언급하자면, 나름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던 순정만화가 불황으로 인해 새 길을 모색했고, 그 과정에서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90년대 후반 천계영의 <언플러그드 보이>는 그 시초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지요. 
 유행을 따르는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 다만 그 결과가 작품성을 앗아갈 수 있다는 걸 주의해야 겠지요. 저는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불황으로 인한 급속한 유행의 추종은 순정만화의 질적 수준을 엄청나게 저하시켰다고 평가합니다. 수많은 잡지사들이 휴간, 폐간되었고 그나마 대여점에라도 들어가는 만화들은 똑같은 얘기에 비슷한 그림체를 가진, 공장에서 찍어낸 공산품 수준이었달까요. 



 여담으로, 반영웅은 영웅이 존재해야만 의미가 있습니다. 일종의 '별미'지요. 어린이들은 여전히 영웅을 원하는데 반영웅이 히트친다는 것은 만화 수요자의 연령층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그것은 만화가 새로운 독자층을 성공적으로 편입시키지 못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뭐, 그저 참신한 영웅물이 나오지 않아서라면 다행이겠습니다만. 06-16   

 병장 문기평 
// 현진 음....재수안하구 00학번입니다... 06-16   

 상병 김현진 
 기평/아아..역시나. <점프트리 A+>이나 <블루>를 보신 분이라면 저처럼 일부러 찾아서 보지 않는 이상 저보다 5년 가랑은 더 사신 분일 거라 예상했답니다.(전 재수 안하고 04학번입니다) 
< 블루>는 중간에 안 나와서 많이 아쉬웠죠. <나의 지구를 지켜줘>는, 두말 할 필요가 없는 명작이죠. 덩치는 산 만한 주제에 눈물 줄줄 흘리면서 봤었습니다. 06-16   

 병장 문기평 
// 현진 블루..요즘에 다시 나오는 중인 것 같습니다. 지금도 나오구 있는 중인진 모르겠지만...인터넷 어디로 연재 중인걸 보긴 했는데.. 나의 지구를 지켜줘는....전편 소장 중입니다.. 제가 가진 단행본엔 내사랑 엘리스 라고.... 저두 가슴졸이며 봤던 기억이 있어요. 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