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산주의자입니다.
병장 김현동 04-02 16:53 | HIT : 492
이제 공부를 좀 해보려 합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소설 위주의 독서를 멈추려구요. 책마을에 있는 제 지난 결산 이후의 독서 목록입니다. 많이 읽지도 못 했네요 켁. 주로 일기장에 적어놓았던 감상을 발췌했습니다. 아닌 것도 있구요. 언더라인은 일기장의 발췌입니다.
1. 불안. 알랭 드 보통
불안에 대한 에세이. 드 보통의 모든 책이 그렇듯, 재미있고 유익하며,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안겨준다. 여행의 기술보다 재미있게 읽진 않았다.
불인의 원인 :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
불안의 해법 :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
드 보통씨, 저는 보헤미안이 될 용기가 없어요. 저는 속물이에요.
2.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눈에 잘 들어올 것 같아 공지영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집었는데, 생각 보다 재미가 없다. 나는 잘 팔리는 공지영이라서 문학성은 둘째 치더라도 재미는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3류 대중소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진중도서로 읽은 공지영. 문학성도 전혀 없고, 재미도 없고, 심지어 츠지 히토나리의 것은 읽지 못해서 그런지, 플롯과 스토리 조차 엉성하다. 최소한 재미는 있을 줄 알았는데. 공지영에 대한 편견이 더욱 견고해짐.
3. 리어왕. 윌리엄 셰익스피어
다른 거 다 차치하고, 당신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사람인지 알고 싶을 때 셰익스피어를 집으라.
4. 펭귄 뉴스. 김중혁
5.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김연수
6.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김영하
창비 작년 여름호에서 읽었던 2000년대 주목할 만한 작가 소개(사실 창비의 입장은 아니고 단순히 이광호의 입장이었다)에 한유주, 편혜영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던 김중혁. 마침 그 호 창비에 그의 단편 유리방패를 재미있게 읽었던 참이라, 도서관에서 보자마자 집었다(안타깝게도 한유주와 편혜영의 책은 없었다). 김중혁의 단편은 사실 박민규와 약간 비교되는 느낌이 있었다. 물론, 박민규가 하고 싶은 말과 김중혁이 하고 싶은 말은 완전히 다르다. 박민규가 과장된 문장과 과장된 환상을 보여주고, 현대사회의 면면-그 면면들은 거의가 시뮬라크르에 한정된 것들이다. 내가 기억하기로는-을 꼬집는데 반해, 김중혁은 조금 더 리얼리즘에 가까웠고, 박민규 보다는 조금 더 진지했고, 조금 더 아날로그 지향적이었다. 김중혁은 이제 시작하는 작가다. 아직 그의 작품집도 펭귄 뉴스밖에 없을 뿐이고, 아직 그가 장편소설을 썼다는 이야기도 못 들었다. 거의 모든 작가의 단편집이 그렇듯, 펭귄뉴스의 작품들에서도 편차가 존재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가 아주 좋았다. 표제작인 중편 펭귄뉴스는 그다지 완성도 높은 작품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발상은 참신하다고 할 만 하지만, 플롯이 엉성하기도 했고, 발상 자체를 장르소설에서 빌려왔다는 점도 그의 기발함을 약간은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말로만 듣던 김영하. 책마을에서 워낙에 칭찬을 많이 받는 작가라 망설임 없이 그를 골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무슨 책을 집을까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책마을에서 주로 언급되었던 그의 요즘 장편 소설(빛의 제국, 검은 꽃)을 읽을까 하다가, 그래도 그의 초기작품들부터 읽는 게 좋을 것 같아 눈을 돌렸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라는 중편소설이 약간 끌렸는데, 나는 결국 엘리베이터 그 남자를 집어 들었다. 역시나, 듣던 대로다.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아주 속도감 있는 문체는 집중력을 갖게 만들었다. 화려하다거나, 진지하다거나 하는 류의 문체는 아니었다. 재미있고 쉬웠다. 하지만 충분히 날카롭고 예리했다. 그가 칼날을 들이대는 곳곳은 순식간에 발가벗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작품집에서도 편차를 느끼긴 했다. 사진관 살인사건을 빼는 게 단편집의 완성도를 더 높이는 좋은 방법이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바람이 분다와 당신의 나무가 아주 좋았다. 고압선은 듀나의 작품 중에 비슷한 단편이 있었다. 무엇이 먼저 지어졌는지 모르겠지만, 무엇이 무엇을 참고했다고 볼 수도 없지만, 그래도 우연치고는 약간 신기했다. 아주 디테일한 면에서도 유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김연수는 와. 셋 중에 가장 좋다. 무엇보다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마음에 든다. 셋 중 가장 문학성이 뛰어난 문장을 구사하고 있으며, 심지어 김중혁이나 김영하는 구사할 수 없는 문장을 유려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문체도 마음에 들지만 그의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 즉 인간과 인간의 소통 불가능성은 정말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나도 이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시로, 소설로 쓰고 싶다. 내가 알기로는 이 소설집이 그의 가장 최신작인데, 그의 다른 장편과 단편들도 읽어봐야겠다.
7.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김영하
8. 빛의 제국. 김영하
9. 달려라, 아비. 김애란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와 빛의 제국을 주말 동안 읽었는데, 왜 자꾸 김영하에게서 다른 작가들의 냄새가 날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읽으면서는 아멜리 노통브를 떠올렸다. 적의 화장법이나 살인자의 건강법 정도가 떠올랐는데, 사실 노통브 보다 김영하가 몇 배는 뛰어난 작가라는 건 분명하다. 그리고 빛의 제국을 읽으면서는 김한길의 여자의 남자가 떠올랐다. 김한길의 책이 좀 더 긴박했던 것 같고, 김영하의 소설이 더 짜임새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스릴러적인 느낌이 강했다는 것에서 유사점을 느꼈나보다. 어쨌든, 김영하의 소설은 재미있고, 집중이 잘 되고, 쉽게 읽을 수 있다. 이런 책을 쓰면 확실히 잘 팔릴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지향하는 바는 아니다. 안 팔려도, 김영하보다 김연수가 좋다.
지금은 김애란을 읽고 있다. 창비에 실린 비평 중에서 김애란을 주목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노트에 적어놓고 그의 단편집 달려라 아비를 찾아보았는데, 오호라. 대산대학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수상자가 아닌가. 마치 고등학교 동문 선배라도 만난 듯 한 느낌을 받은 건 역시 나의 지나침일까. 어쨌거나, 대산재단을 통해 등단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호감을 가질 수 있었고, 대학생의 신분으로 등단을 했다는 것, 고작 작은누나와 동갑인 나이라는 것에서도 호감을 느꼈다.
상당히 재미있다. 역시 신인작가답다, 라는 말을 하면 너무 식상하지만, 역시 신인작가답다. 패기가 느껴지고 열심히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생경한 기법이 눈에 띄기도 하고 일상을 향한 기발한 통찰력도 감지된다. 재미있고 쉽고 느껴진다. 그녀의 이야기에 동감한다. 짧지만 서울에서 살았던 시간들이 하나하나 떠오르기도 하고(물론 지금도 서울에서 살고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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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달려라, 아비. 와 정말 좋다. 요즘 들어 좋은 책들을 많이 읽고 있다. 김연수, 김애란. 김중혁도 좋았지만, 특히,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는 아주 좋았지만, 그래도 김연수와 김애란이 더 좋다. 김애란의 종이 물고기를 읽고서는 정말 소름이 돋았다. 누가 함부로 해변에서 불꽃놀이를 하는가를 읽으면서는 내내 키득키득 거리며 실없이 웃었다. 냉소라기보다는 오히려 유쾌한 웃음이었다. 박민규식의 그런 웃음과는 다른 차원의.
김영하나 박민규의 소설을 읽다보면 이런 소설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가끔 든다. 참 재미있고 잘 팔릴 것 같은 이야기들임에는 틀림없지만, 범접할 수 없는 포오쓰를 뿜지는 못한다. 하지만, 김연수나 김애란을 읽을 때는 오, 나는 완전 작아진다. 너무나도 초라해진다. 나는 백 년을 공부해도 결코 쓸 수 없을 것 같은 소설들. 물론, 후안 룰포와 같은 소설은 백 년은커녕 천 년을 공부해도 쓸 수 없을 것 같지만.
10. 검은 꽃. 김영하
역시 한 편의 영화같은 소설. 끝이 허무하다는 평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끝날 수밖에 없는 소설이다. 재미있었고, 그 이상은 잘 모르겠다. 김영하가 김영하지 뭐.
11.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김연수
자전성이 짙은 김연수의 연작 단편 소설. 김연수 단편집의 특징은, 책의 제목이 소설의 제목 중 하나가 아니라는 거다. 이것도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 완전 김연수 팬이 되었다. 그를 닮고 싶다! 그러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너무나도 잘 해버린 그를 질투한다!
12. 꾿빠이, 이상. 김연수
환상적인 장편소설. 이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함.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것이 무엇인가. 무엇이 진실인가. 실재하는 것이 무엇인가.
13. 식스티나인. 무라카미 류
토파즈 보다 80퍼센트 부족한 식스티나인. 그나마 재미라도 있으니 다행. 킬링타임용 일본 편의점 소설. 무라카미 류. 딱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까지만 읽어야지.
14. 아오이가든. 편혜영
후기 있음. 마음에 드는 편혜영.
15. 어바웃 어 보이. 닉 혼비
어바웃 어 보이. 닉 혼비. 정말 유쾌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물론 닉 혼비가 문학사적으로 의미 있는 작가라는 생각은 결코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토록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는 건 아주 유의미하다. 책의 소개를 보니 곧잘 브리짓 존스와 비교되는 것 같은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브리짓을 영화에서만 만나보았고, 윌과 마커스는 책에서만 만나보았다. 브리짓 존스와 어바웃 어 보이의 제대로 된 비교는 둘 다 책으로 읽었을 때에야 가능하겠지. 하지만 극장에서 브리짓 존스를 보았을 때 느꼈던 그런 종류의 유쾌함을 이 책을 읽으면서 똑같이 느꼈다는 것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 없다.
닉 혼비는 영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매우 미국적인 작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건 분명 영국식 유머의 극치였는데? 윌이 다른 어떤 미국 배우보다도 휴 그랜트와 잘 어울리는 캐릭터라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16. 귀뚜라미가 온다. 백가흠
백가흠. 귀뚜라미가 온다. 재미있다. 책에 실린 9편의 단편(광어, 귀뚜라미가 온다, 밤의 조건, 구두, 전나무숲에서 바람이 분다, 배의 무덤, 2시 31분, 배꽃이 지고, 성탄절)은 모두 일관된 모습으로 남성의 폭력성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나아가 근대적 이성의 폭력성을 그리고 있다. 백가흠이 남성의 폭력성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것은 굉장히 쉽게 파악되지만 사실 그것이 더 나아가 근대적 이성의 폭력성으로 확장된다는 것은 해설을 읽기 전에는 몰랐다. 그래, 나는 아직도 해설을 읽고 나서야 아, 그랬구나 라는 감탄을 내뱉는 수준밖에 안 되는 놈이다.
각설하고, 백가흠이 마음에 든다. 그의 첫 소설집인데,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남성의 폭력성을 그려낼지, 근대적 이성의 폭력성을 그려낼지, 혹은 다른 탐구 방향을 보여줄지 어서 보고 싶다.
17. 파이트 클럽. 척 팔라닉
나는 소설보다 영화가 낫다고 생각한다. 에드워드 노튼과 브래드 피트의 연기가 조금이라도 별로였다면 그렇지 않겠지만. 소설과 영화 모두 재미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결코 이견이 없다.
일병 구본성
저도 소설을 봐야겠네요. 알찬 결산 감사요. 04-02
병장 양각산
공지영.. 제가 접해본 책들만 유독 그런 것이였는진 모르겠지만 그녀는 뭐랄까, 과거완료형의 기억들의 반추에만 능한 반추형 소설가란 인상밖엔 못 받아서리.
언급하신 책은 남자작가의 것과 함께 보면 그나마 조금 괜찮을 지도 모르겠네요. 연애해본 기억이 워낙 까마득해서인지, 연서따윌 중간에서 가로채 보는 느낌이랄까.
김애란.. 창비에 실린 종이물고기를 저도 역시 읽고 책을 쥔 손을 부들부들 떨었던 기억이 새롭네요. 그 소설속의 플롯처럼 제 블러그의 메뉴도 벽 하나, 벽둘, 천장 등등으로 나누어 놓았더랬죠.
현동님이 쓰신 공지글을 보면서 참 유머러스한 글을 쓰시는 분이구나 싶었는데 막상 후기를 쓰실 땐 진지하시네요.(웃음) 잘 읽었습니다. 참, '후안 룰포' 라는 작가의 작품 중에 두엇 추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4-02
병장 심승보
현동씨, 재밌게 잘 읽었어요. 다음 후기가 더욱 기대되는군요. 어떤 공부를 보여주실지 말이에요. (웃음) 음, 재밌고 솔직한 결산들을 보면, 가끔은 나도 한번 해 볼까 반짝, 흥미가 생기기도 하는데요, 아마 저같은 경우는 워낙 천성이 게으르고 꿈지럭거리는 스타일이어서 쉽게는 못할 거 같네요. 그래도 나중에 확 땡기게 되면, 정말 괜찮았던 책들을 중심으로 한번 써 보고 싶네요. (웃음) 04-03
병장 김현동
각산// (우와, 이름만 불러보니까 정말 멋지군요. 각산, 각산씨, 각산님, 이야)
후안 룰포의 작품을 두엇 추천 해드리자면, 뻬드로 빠라모 와 루비나 정도가 되겠군요. 사실, 제가 알기로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있는 후안 룰포의 작품은 이것들이 전부입니다. 실제로 그가 평생 쓴 책이 단 두 권밖에 없기도 하구요.
뻬드로 빠라모는 중편 분량의 소설인데, 정말 감당 안될 정도의 거대한 플롯을 보여 줍니다. 정말 놀라운 소설이죠. 루비나는 짧은 단편소설인데, 한 편의 시 혹은 회화 같습니다. 환상적인 이미지로 그윽한 소설이랄까요.
승보// 결산은 워낙 저같이 게으른 독서가의 배설물인 걸요! 04-03
병장 이영준
많이 읽으셨네요.
( 부러워요~)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역시 츠지 히토라니씨 버전이 백만배는 더 나은 것 같아요.
주위에서도 다 그렇게 말하구요. 04-03
상병 송지원
김영하의 글은 텍스트임에도 불구, 읽다보면 그림이 연상되는 효과가 존재하는데 김영하의 장점은 역시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같은 소설. 글에서도 언급된 단편'사진관 살인사건'은 영화 주홍글씨에서 쓰이기도 했고 말이죠. 공지영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저도 최악으로 꼽았던 소설 중 하나에요. 억지로 다 읽긴 읽었는데 몇 구절만 건질 만하고 나머지는 '뭐 어쩌라는건데.' 이 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책이 왜 잘 팔리는지 이해할 수 없네요. 아, 그리고 무라카미 류 소설 중 '오디션' 이라는 소설이 있어요. 저는 참 인상깊게 읽은 작품인데 이상하게 묻히더라구요.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나 69, 토파즈, 코인로커 베이비즈 같은건 꾸준히 추천받는데 반해서 말이에요. 개인적으로 '오디션' 추천드립니다. 무라카미 류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답니다. 정말 이런 결산은 구매욕을 팍팍 일으키는 것 같아요. 이런 꾸준함과 충실함에 감탄하고, 감사하고 갑니다.(웃음) 04-03
상병 김정민
주관이 뚜렸한게 참 멋집니다. 좋은책 많이 보셨네요 04-03
병장 김지민
김애란은 저도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아 그런데, 김연수에 대해서는 현동님과 조금 엇갈리는 의견이에요. 현동씨는 사랑이라니 선영아를 읽고 소름이 돋으셨다고 하셨었는데 저는 솔직히 뭐랄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무척 놀랐으면서도, 문학적인 측면에선 그냥 그랬거든요 (특히 비유의 측면)
대화와 사건을 끌어나가는 그 가벼우면서도 진중하고 흡입력있는 터치는 볼만 했습니다만, 거기에 마치 밥속에 돌처럼 들어있는 비유들 때문에 막힌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저번 '유리창' 과도 또 비견될 수 있는 이야기 같은데요, 제가 문학적 식견이 얕기 때문일런지 모르겠습니다만 비유가 너무 삼천포로 이리저리 빠지는 경향이 있더군요
박민규의 경우는 자기 소설세계로 독자를 아예 빠뜨려서 낯설지 않은 비유를 요렇게 조렇게 조종하는데, 김연수의 경우는 갑작스레 딱딱 부딪혀 오는 암호벽처럼, 해석하기 위해서 문장을 멈추어야 했어요. 그래서 감정이입 역시 멈춰버리고, 플롯 역시 멈춰버리는 결과가 생기더군요.
비유 자체는 박민규보다 더 참신하긴 했는데 (자꾸 박민규랑 비교해서 좀 그렇긴 한데 뭔가 극명하게 비교될 수 있는 것 같아서) 참신성이 이따금 뚱딴지로 이어져 버리더군요. 지금 예문을 들 수 있다면 좋을텐데 책이 생활관에 있는지라...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어요. 어쩌면 이번에도 수렴점이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킁.. (..) 04-03
병장 김현동
지민// (...........).
사랑이라니 선영아 는 아직 안 읽어봤는데(........). 04-03
병장 김지민
어라??? (........)
누구였지 그럼. 사랑이나리 선영아 읽고 소름돋았다고 한게...
크하. 크 ! ! 크핫!!! !! 핫!! 핫핫!!
죄송해요.....(....) 끙. 04-03
병장 김현동
방금 점심시간에 우체국 가서 새로 온 책들을 받아왔어요. 유후.
공부해보겠다는 철학 개론서와 지를 수밖에 없었던 눈뜬 자들의 도시(눈먼 자들의 도시는 작년에 에 사서 읽고 선임 빌려줬다가 잃어버렸는데, 이번에 이거 주문했더니 덤으로 주는군요!), 그리고 김연수의 에세이집 한 권, 그의 첫 장편소설 한 권이 왔습니다. 사랑이라니 선영아를 주문하려다가 말았는데, 지민씨의 말을 듣고 보니 주문 안 한 게 잘 한 것 같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켁. 04-03
병장 이상욱
김영하씨의 소설을 많이 읽으셨네요.
김영하씨 지금 KBS 1라디오에서 문화포커스 진행하는 그 김영하 맞죠? 04-04
병장 임종헌
병장 이상욱 // KBS에서 또 프로그램 진행하나요? 전에 SBS에서 음악소개 프로그램 한 꼭지를 진행했었는데...그걸 뒤늦게 알고 부랴부랴 SBS 홈페이지 가입해서 들었던 기억이...하하-
김영하 작품을 다 좋아하지만 전 <아랑은 왜>가 가장 좋던걸요. 마치 자기가 어떤 식으로 소설을 써내려가는지 이야기하는 듯한...과거와 현재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글쓰기가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