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꽃샘추위엔 눈이 내려요.
몇 일 전까지 만해도 영상 15도를 넘나드는 따스한 날씨가 계속 되었습니다. 덕분에 오랫동안 묵혀놨던 반바지와 하계 활동복을 꺼내서 깨끗이 빨아 입었습니다. 간만에 입는 반바지의 감촉이라니. 따스한 날씨의 기운과 아직 채 가시지 않은 겨울의 잔여 추위가 겹쳐져 상당히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희희낙락하고 있었는데요.
오늘은 눈이 내립니다. 역시 전방사단의 이름은 거저 내린 게 아니라는 걸 까요.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하루 중 가장 온도가 높다는 14:00에도 지칠 줄 모르고 내리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지면이 생각보다 따스한 탓인지 쌓이지는 않고 바로 녹아 사라지고 없어지고 있습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사태를 관망하던 병사들도 가슴을 쓸어 내리며 다들 각자의 업무로 바쁘게 보내고 있습니다. 적절한 온도 탓인지 눈송이는 아주 작지도 아주 크지도 않게 이쁜 결정체를 형성하며 휘날리고 있는데 그게 제 후임의 눈에는 아주 아름답게 보였나 봅니다.
이쁘다고, 바람에 닿자마자 스러지는 모습이 정말 좋아 보인다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습니다.
근데 왜 제 눈엔 하나도 안 이뻐 보일까요. 예전엔 그렇게도 좋아하던 눈이었는데, 이제는 눈 만 보면 하늘에서 작업이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누군가 그랬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꿈과 환상을 현실로 치환해 가는 것이라고.
어쩌면 저는 군대에서 지나치게 어른이 되어버린 걸 지도 모르겠습니다. (웃음)
아무튼 다들 좋은 오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