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길 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보다가.  
상병 김예찬   2009-05-03 14:42:59, 조회: 41, 추천:0 


모두가 알다시피 올 해 부터 궁인들에게 팔던 면세담배(연초)가 끊겼다.  이미 국가적 차원에서 실시되는 금연 캠페인에 궁이 빠질리가 없다. 수많은 흡연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던 이 조치에 따라 금연 캠페인 역시 강도 높게 시행되고 있다. 월례 행사처럼 찾아오는 금연 강사들, 금연자에게 주어지는 포상 슈가, 금연보조제 지급.. 다양한 방법으로 흡연자들에게 건강에 대한 위기감을 상기시키며 금연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 편으로 담배에 물려있는 높은 세금은 국가의 쏠쏠한 수입원이다. 다들 잘 알고 있듯이 한국 같은 경우는 담배를 국가가 전매하면서 (모든 국산 담배는 KT&G다!) 세수 확충의 주요 도구로 쓰고 있다. 한 편으로 담배를 통해 국가의 세금을 불리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금연 캠페인을 통해 국민의 흡연률을 낮추려는 이중적인 모습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인구'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늘 날 사용되는 인구(population)는 1920년대에 들어서 비로소야 지금과 같은 개념으로 쓰이기 시작한 단어이다. 그 이전까지 인구는 인구감소를 뜻하는 depopulation의 반의어인 인구 증가의 뜻으로 사용되었을 뿐이다. 마키아벨리, 몽테스키외 등 근대적 정치 사상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사상가들은  '인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들이 사용했던 단어는 '주민수', 혹은 '인민'이라는 용어였다.

그러나 1756년, 프랑스의 중농주의 경제학자 케네를 시작으로 루소, 데이비드 흄, 아담 스미스, 맬서스 등의 학자들이 '인구'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인구'라는 단어는 여전히 '인구 증가'라는 동적인 개념으로 쓰였던 것이다. 그러나 차츰 '인구'라는 단어는 '인민'이 가진 정치적인 의미(민족국가의 주체적 구성원)가 제거된, 정치단위로서의 성격을 가지게 된다. 1920년대에 들어서는 인구 증가라는 동적 개념이 사라진 '안정 인구'라는 개념이 정착되면서 오늘날처럼 국가와 연결된 추상적 인구 개념이 자리잡기 시작한다.

미셸 푸코는 중농주의에서 출발한 자유주의적 통치 방식이 '인구'라는 통치 대상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그 이전까지 이전의 사회에서 인구 문제는 군주와 신민들 간의 관계 문제였다. 그러나 중농주의자들은 군주의 의지에 복종하는 '종속된 의지들', '신민의 총체'로 인구 개념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또한 의지들의 복종이 '자연스러운' 것이라 주장했는데, 이 것이 바로 '인구의 자연성'이다. 

인구가 가지는 '자연성'이 의미하는 것은 세 가지 측면에서이다. 첫째, 인구는 군주에게 주어지는 원자재가 아니라, 기후, 영토, 산업 등 현실의 다양한 조건들에 대한 종속 변수다. 이로 인해 군주는 인구를 국가의 재산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경제 정책들을 시행하고, 인구의 상태를 분석하고 계산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둘째, 인구는 저마다 다른 '개인'들의 행동을 통해 발생하기 때문에, 군주는 개인들의 다양한 욕망들을 조정하여 공공의 이익을 창출해야한다. 셋째, 인구의 불규칙한 현상들, 이질적인 현상, 우연적인 것들을 분석하고 통제함으로써 인구의 규칙성을 생산한다. 이를테면 질병을 통한 서로 다른 사망률, 경제적 소득 격차 등이 지역별, 계급별의 사망률과 소득으로 규칙화된다.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하여 전근대 - 중농주의 시기의 '인구'에 대한 예를 들어보자. 푸코는 '기근'의 예를 든다. 전근대 사회에서 기근이 발생한다면 지배 군주는 무엇을 하는가? 식량이 부족해졌기 때문에 사재기를 하는 사람이 생기고, 군주는 이에 대항하여 작물을 추수하고 바로 시장에 팔 것을 지시한다. 경찰 권력을 동원해 각 창고를 검사하여 시장의 가격들을 통제한다. 이처럼 권력을 동원하여 사람과 물건들을 '규율'하고, '규범'을 생산한다.

그러나 중농주의자들의 시대는 다르다. 그들의 관점에서 기근이 발생했다는 것은 12달 중 6달 먹을 식량 밖에 없다는 것을 뜻하고, 6달 분 식량을 외부에서 가져오는 방법을 주장한다. 그들은 이를 위해서라면 시장을 개방하고 곡물가가 상승하는 것을 방임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즉 기근이 발생한 순간 가격이 상승하고, 이를 통한 이익을 바라보는 상인들의 교역이 존재해야 곡물 가격이 안정됨과 동시에 사회는 12달 먹을 식량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중농주의자들의 생각이었다. 이는 물건과 사람들을 순환시킴으로써 통치하는 방식을 말하며, 이는 '정상성'을 생산한다.

전근대 국가에는 군주가 자신들의 신민들을 지키기 위하여 구황 작물을 분배하고, 공동체적 규범을 재생산한다. (이를테면 조선 왕조를 떠올려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농주의자들의 관점에서 국가는 가격상승과 자유무역을 인정해야한다. 국가는 이러한 가격상승과 자유무역의 균형을 지탱하기 위해서(정상성의 유지) 끊임없이 인구라는 요소를 분석하고, 관리하고, 통제해야한다. 중농주의의 시대에 시작된 '국민경제'의 관점이야 말로 '인구'가 가지는 의미를 잘 드러내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적으로 증가한다, 잘 알려진 맬서스의 '인구론' 역시 이러한 계기에서 등장한 것이다.

앞서 말했듯 1920년대에 들어서 '안정 인구'의 개념이 정착되기 시작했다. 인구 수준을 통제해야한다는 생각이 싹 트기 시작한 것이다.이 때는 한 사회의 경제적 복지는 인구 규모와 밀접한 관계 속에 있다는 인구론적 경제관이 유행한다. 경제자원(N)=인구(V)·생활수준(L)이라는 공식은 많은 지지를 받게 되었다. N = VL 은 달리 말해서 L=N/V로 정리될 수 있다. 한정된 경제자원을 가지고 사회의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인구를 낮춰야한다는 위험한 발상으로 읽힐 수 있는 것이다. 아들 딸 구분 없이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오늘 날 한국 인구가 1억이 되어야 국민 경제 단위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느니, 등의 이야기들이 바로 여기서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때 부터 각 국가는 정책적 차원에서 인구를 관리 통제하기 시작한다. 이는 각 국가의 경제적 발전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저발전 국가에서는 인구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1가족 1자식이라는 중국의 인구 통제는 빠른 경제지표적 성장을 추구했던 국가적 기획에서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인구 통제/관리에 의하여 오늘 날 서구 대부분의 국가들이나 동아시아 몇몇 국가에서는 고령 사회라는 문제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제는 역으로 인구 증가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그리고 각 국가에서는 출산에 대한 권장 뿐만 아니라 비만, 암과 같은 질병, 흡연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국민들에게 '건강 이데올로기'를 불러일으키면서 개인의 건강 관리를 강조하는 여론을 불러 일으킴으로써 인구 증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건강에 대한 위험을 직시하고, 스스로의 삶을 건강하게 가꾸어나가는 것은 물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 국가에 의해 개인이 '자유롭게 죽을 권리'마저 박탈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좀 더 극단적인 예로, 자살이나 안락사에 대한 국가의 간섭까지 이야기를 뻗쳐볼 수 있겠다.) 나는 오늘 날 펼쳐지는 금연 캠페인의 홍수를 보면서, 내가 한 사람의 '인간'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인구' 단위에 포함되어 계산되고 그에 의해 나 스스로의 자유로운 행동마저 간섭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담배를 피우고, 끊는 행위 마저도, '이데올로기적 행동'인 것이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5-15
13:37:59 



병장 김무준 
  감기 때문에 뭔가 담배맛의 절반만 느끼는 것 같아 슬픈 요즘입니다. 킁. 이놈의 감기 좀 나아야 할 텐데- 2009-05-03
14:55:43
  



상병 박원익 
  담배라는 것은 근대국가의 한 가운데 있는 선악과 나무인 것 같습니다. 누구도 먹어서는 안되지만 누군가는 먹어야하는 것..... 

여담으로 가라타니 고진 씨는 공부를 하다가 중간 중간에 담배 생각이 나서 도서관에서 나가고 하는 과정이 번거러워서, 결국 끊어 버렸다고 합니다. 공부 중간에 생겼던 우울증도 영어 공부로 해소했다고 하고요... 요새는 한국어 공부를 한다고 하네요. 참, 텍스트 외적인 차원에서도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