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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찌질했던 훈련소 시절 제 군생활의 목표는 최소한 책을 100권은 읽자! 였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건데 어떠한 주제설정이나 목적의식없이 막연한 성과주의에 빠져 그러한 목표를 잡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소설이나 자기계발서적, 에세이를 읽는다면 100권은 거뜬히 넘길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인문학,사회과학 서적은 어찌나 책장이 더디게 넘어가는지, 가뜩이나 짧은 제 인내심이 무척이나 더 닳았습니다. 

1년 동안 50권을 읽어야 예전의 목표에 조금은 다가설 수 있겠지만 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사실 저는 그닥 성실하지 못합니다. 잠도 많구요. 부끄럽군요.(웃음) 그리고 결정적으로 어느 순간 제 목표는 100권이 아닌 조금 더 생각의 깊이를 넓히고 사회를 보는 안목을 깊게하자는 소박한(?) 희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어쩌면 제 게으름을 이유로 실현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스스로 목표를 수정해 자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인 문제는 제쳐두고 어쨌든 그동안 책마을 결산주의자 분들에게서 제 위시리스트 작성과 더불어 어떤 책을 읽어야 할 지 많은 정보와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 생각도 정리할 겸, 그리고 그분들에게 보은한다는 생각으로 독서후기를 올립니다. 

저의 개인적, 단편적인 느낌이 여러분들의 책에 대한 인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걱정에(사실 저는 너무 극단적이고 개인적인 평점을 매길 것 같아) 평점은 매기지 않겠습니다. 나열순서는 대략 읽은 순서입니다.




*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박민규/한겨레출판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이런 말을 합니다. 

'관건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 뛰지 않는 것, 속지 않는 것. 찬찬히 들여다보고, 행동하는 것. 피곤하게 살기는, 놈들도 마찬가지다. 속지 않고 즐겁게 사는 일만이, 우리의 관건이다. 어차피, 지구도 멸망한다.' 

가끔 나도 모르게 조급해지고, 나도 모르게 소심해지고, 내 인생과는 상관없을 것 같은 남의 인생에 흔들리기도 하고. 언제부터 우리가 '프로'로 살았다고, '프로'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는 세상에 언제부터 우리가 살았었다고 말이죠. 좀 못하면 어떻고, 좀 떨어지면 어때요. 즐거우면 되는 거 아닌가요? 스스로 만족하며 살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랬거나 말거나" 전 즐겁습니다. 씩~(웃음) 




*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홍세화/한겨레출판

어떤 면에서는 몇박 몇일로 여행을 하는 것보다 이 책을 읽는 편이 더 프랑스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파리의 택시운전사도 읽지 못했고, 홍세화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그에게 완전히 빠져버렸지요.(사실 제가 지지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요) '이방인'이 한 나라의 정서에 이렇게 명쾌하게 다가갈 수 있다니..

직업의 귀천이 없다는 선조들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직업의 높낮이를 판정하는 이들이 사는 사회, 또 지성인이라는 대학생들이 환경미화원을 존경하는 인물 1위로 뽑은 데에서 오는 그들의 인식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 냉정과 열정사이(Blu)/츠지 히토나리/소담출판사

두오모 광장. 피렌체, 고전명화들, 공방의 낯선 분위기, 미술품 복원에 대한 설명들. 이 소설은 이국적인 색채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데 사실 책 내용 얘기로 들어간다면 제게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거리 전체가 미술관같은 도시 이탈리아 피렌체를 중심으로 미술품 복원공부를 하고 있는 20대의 일본인 쥰세이가 그 주인공. 잃어버린 아오이라는 여인에 대한 짙은 단상으로 현재의 애인 매미나 친구들에게조차 마음을 열지 못하던 쥰세이는 결국 연인과 헤어진 이유를 알고 난 뒤 그녀와 재회를 하고 매듭을 풀어가고 있는데 진정한 재미는 후반부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쥰세이 뿐만 아니라 누구나 다 이렇게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채 무거운 기억 역시 안고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요?(먼산)




* 마시멜로 이야기/호아킴 데 포사다/한국경제신문

이 책이 팔리다니. 아니,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다니.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미치 앨봄/세종서적

우리 사회의 주류들은 역사가 진보한다고 믿습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진보가 과학의 발달이라고 한다면 그건 맞는 이야기 일 것입니다. 하지만 문명의 진화, 발전이라고 한다면, 그건 틀린 말이지 않을까요. 모두가 각자의 삶만을 살고, 각기 다른 이야기만을 하는, 몇 평짜리 아파트에 사느냐가 그 사람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는 시대가 결코 진보한 사회는 아닐테니 말입니다. 인류는 기아에 허덕이며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과학의 발달로 지구의 반은 먹을거리들로 넘쳐나지만, 여전히 지구의 반은 굶주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풍요의 대가는 지구 환경의 파괴라는 엄청난 재앙으로 모두를 덮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모두가 월든처럼 자연으로 돌아가 살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자연과 소통하기를 거부하고 나아가 사람들끼리도 소통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각각 외로운 개체로 계속 살아갈 수도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삶을 혐오하고, 끔찍해하고, 괴로워하고, 벗어나고 싶어합니다. 

사람이 사회 속에 살면서 바라는 것은 자신만의 부와 명예, 편리가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이 여기 존재한다는 걸 모두가 알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 인간은 혼자 살 수 없으며, 또한 관심어린 시선 없이도 살 수 없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이 하고자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베르나르 베르베르/열린책들

여느 백과사전과 마찬가지로ㄱㄴㄷㄹ 순으로 정리되어 있는 제목 그대로 백과사전입니다. 그러나 그 항목들이 심상치 않습니다. 각막으로 빛살이 들어오면, 간충의 여로, 나무의 의사소통 방식, 대위법, 도시의 구역 배치, 마방진, 문명과 문명의 만남 등.

그 요상한 항목에 접하면 이제 이 책은 여느 백과사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서문을 보면 작가는 열네 살부터 백과사전을 쓰기 시작했고, 학자들을 만나며 보충했고, 소설 개미를 쓰는데 자료로 활용한 뒤 따로 한권의 책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거대한 잡동사니 창고와 같은 것이며 그 안에 내 맘에 드는 것은 모조리 던져 넣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딱 그런 느낌입니다. 가끔 걸어다니는 인간백과라는 상식이 풍부한 사람들과 대화 하는 느낌이랄까요? 독특한 자신의 세계가 있고 그것과 관련된 것은 잡다하게 알고 있는. 그래서 백과사전이라지만 재기발랄하고, 나름의 생각과 비판이 있어 읽으면서도 생각의 여지가 있는 묘한 책이었습니다.




* 대한민국 희망보고서 유한킴벌리/정혜원,KBS일요스페셜팀/거름

내용은 대체로 만족, 책의 형식은 대체로 불만족. 뭐, 이 정도입니다. 유한킴벌리는 독특한 경영 혁신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든 대표 기업 중의 하나입니다. 워낙 유명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별달리 읽을 것이 있을까 여겨서 눈여겨 보지는 않았지만, 어떤 날은 괜히 괜찮아 보이는 책이 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여는 때는 그 사람의 존재가 아무렇지도 않게 평범하고 무덤덤하게 느껴지다가, 어느 순간 어느 날 갑자기 그 사람은 매력적이고 밝아보이고 뭔가 있어보이고 느낌이 오는 그런 순간.

TV에서 봤던 대로, 유한킴벌리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기업이란 것이 이 책의 요지입니다. 모든 직원의 정규직화, 구조조정의 기법에서 4일 노동, 4일 휴가, 12시간 근무에 4조 2교대 채택 등. 괜히 아시아에서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손꼽히는게 아니겠지요. 일반적인 회사는 월급을 줄이기 위해 직원을 잘라버리는 것으로 구조조정을 시작하고 끝냈을 텐데 이 기업은 사람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것을 발현하는 방식으로 지혜를 풀어 냈습니다.

좀 아쉬운 점은 너무 평이하게 보고서 형식으로 수록해버린 것이 지루한 점을 느끼게 하고, 내용이 단순하다면 단순할 수 있는 것이 아쉽습니다. 직원들의 수기라든지, 대담이라던지. 그런 내용들은 보다 노동자 입장에서 바라본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허나 그들의 광고처럼 정말 숲을 사랑한다면, 재생용지로 가볍게, 좀 더 얇게 책을 만들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버릴 수 없습니다. 참, '하나님의 기업'이라는 표현은 이랜드보다는 유한킴벌리에게 더 어울릴 법한 수식어네요.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공지영/푸른숲

얼핏 논리적으로 사랑과 용서를 설파한 듯 보이지만 깊은 사상이 없어 그런지 그냥 감각적인 눈물샘만 자극한 건 아닌가 하는 느낌입니다. 소설을 읽다보면 근본적인 테제에는 가닿질 못한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사형제 폐지를 정말 주장하고 싶다면 평균적 지성과 평균의 감성에 호소할 게 아니라 작가 나름의 철학적 논리를 정연하게 세워서 이성적으로도 감복하게 만드는게 더 좋지 않았을지. 가장 비극적인 스토리를 골라 내세우는 건 어쩐지 좀 비겁한 생각이 듭니다.







* 멈추지 않는 도전/박지성/랜덤하우스중앙

현역 선수로 있을 때는 여자 친구와 함께 놀이공원에도 놀러가 주지 못하지만 은퇴한 후에는 부인에게 참 잘해주겠다는 소박하고 예쁜 꿈이 그려져 있는 책입니다. 선배 축구 선수가 데이트하는 모습을 보며 밝은 미래를 꿈꾸었다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순진한 소년의 모습으로 느껴져서 말이죠. 




* 오래된 정원(상),(하)/황석영/창비

그야말로 소설의 묘미를 알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문학은 항상 시대를 반영한다고 했던가요. 이 소설은 우리 사회 80년대를 배경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시대설정이 탁월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당시의 청년으로 살았지만 지금은 어느덧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386세대. 당시 남녀들이 한 곳에 모여, 사회 개혁을 위하고, 그러면서도 그들의 사랑을 그렸다는 이 책이 자꾸 손에 가는 것은 왜일지. 누구보다 어려운 삶을 살아오신 황석영씨의 삶의 애환이 잘 드러난 책입니다. 소설은 반드시 이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 속에서 직접적인 제시가 없으면서도 깊은 뜻이 담겨 있는 듯한. 이 소설을 읽으며 오늘 사회를 돌아봅니다.







*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무라카미 하루키/문학사상사

하루키의 소설은 독자의 삶에 준거한 소설인 듯 합니다. 소설은 참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유키코가 자신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긍정적인 성향이라면 시마모토와 이즈미는 상처에서 더 자신을 상처받고 극에 달하게 하는 성향입니다.

누구든 실패와 아픔을 겪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주저앉지는 않습니다. 디딤돌로 삼고 일어나는 이가 되는가 하면, 걸림돌로 영영 일어나지 않는 이가 있는데 전자인 제 모습이고 싶습니다.







* 철학과 굴뚝 청소부/이진경/그린비

이 책은 서양근대철학에 대해 쓰고 있지만 그 시작에서부터 (특히 맑스의 입장에서, 들뢰즈/가타리의 사유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혹은 그 반대?) 근대철학을 넘어서려는 기획으로 충만해 있습니다. 그만큼 이 책은 (가치중립적 의미에서) 편향된 책이며, 그래서 또한 재미있게 읽힙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단순한 교양강연의 원고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문제의식의 소산이며 따라서 강의인 동시에 공부입니다. 

예전 책나누미에서 언급된 대로 그의 문제의식 하에서 칸트가 너무 '죽은 개' 취급을 받는다거나, 레비스트로스의 연구결과들이 지나치게 요약되는 느낌이 없지 않으나, 그의 공부의 궤적은 좇아가보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열정과 진지함의 흔적을 도처에 남겨놓습니다.




*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파울로 코엘료/문학동네

이미 오래전에 히트치고 이제는 좀 거품이 빠져버린 베스트셀러입니다.(물론 여전히 잘 팔리고 있긴 하지만요) 저는 코엘료를 예전 국가대표 축구팀 코엘류 감독 동생쯤으로 생각했었는데(헉. 이건 아니다!) 그가 소설가라는 것을 안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였습니다.

베로니카, 그녀가 죽은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젊음이 가고 나면 너무 뻔한 내리막길 인생이 눈에 선했고, 남는 것은 노쇠와 질병들 뿐. 살수록 오히려 고통만 더해질 뿐이었습니다. 두번째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나쁜 일들을 그녀라는 개인이 막을 도리가 없었다.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녀뿐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그녀를 따라 자살해야 합니다. 어느 인간에게나 남은 것은 노쇠와 질병뿐이요, 한 개인은 곳곳에서 벌어지는 악한 일들을 막을 힘이 없습니다. 무기력한 인간, 하지만 모두가 다 똑같이 느끼지만 모두가 다 똑같은 결과를 맞이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이는 이와 같은 본인의 모습을 느끼지만 다른 곳에서 생의 의지를 찾아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이는 베로니카와 같이 자살을 결심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는 것을 아는 것과 자신의 죽음을 실감하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언젠가 자신도 죽으리라는 것은 알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막연한 미래의 일일 뿐 우리는 죽음을, 달리 말하면 삶의 진가를 오늘도 잊고 살아갑니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사르트르의 말을 이때 써도 되는건가요? 철학을 헛공부한 저로서는 잘 모르겠지만 굳이 본질적인 자아를 말한다면 실존을 통해 자신의 본질은 자신이 선택하면서 만드는 것이니까요. 어쨌든 전 사르트르의 이 말을 이 책의 부제로 달고 싶습니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에쿠니가오리/소담출판사

크게만 느껴졌던 고등학교때의 일들이 지금은 작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 당시 어떤 일만 생기면 세상에 그 일 밖에 없는 것 처럼 그렇게 심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에는 그럴수도 있지 하면서 넘길수 있는 일인데 말이죠.

이 책은 제 추억들을 하나씩 꺼내게 해줍니다. 작가는 90%의 이야기를 전제해줍니다. 나머지 10%는 저의 몫이죠. 생각하기 좋게 밥상을 차려주고 그 이후는 알아서 하라는 듯. 평범한 이야기들이지만 이런 평범한 일상 속에 있는 추억들은 모두 소중합니다. 평범함 속의 소중한 기억. 하지만 끝에는 뭔가 조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약간의 미묘함과 함께. 




* 톨스토이 단편선/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인디북

작은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고, 때로는 톨스토이가 집필하지 않은 번역한 것이나 혹은 전설처럼 전해오는 몇몇 이야기들도 보입니다. 그래서 더 자연스럽고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들 아는 이야기들도 있고, 지금 우리가 분분하게 논의하는 이야기들도 담겨있어 사람의 정서라는 것이 그리고 사고라는 것이 세월이 변했다고 해서 전혀 다르게 변모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억압과 착취가 있는 곳엔 언제나 저항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만 이 책에서의 악(惡)에 대한 무저항의 가르침은 소극적 자세를 우리에게 암묵적으로 강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고민해봅니다.




*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열린책들

이 책은 남성 화자의 입을 빌기 때문에 여성에 관한 관점은 제가 느끼기에는 단지 성적 욕구의 대상, 그리고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조르바의 어떤 변명을 고려한다고 치더라도 말이지요.) 그것이 저를 무척이나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그렇게만 읽고 끝내기에는 이 소설의 힘은 정말이지 대단합니다.

조르바를 읽으면서 저는 카잔차키스가 니체에 경도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곤했습니다.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옮긴이의 말'을 보니 역시 그렇더군요. 니체는 하나의 아이콘입니다. 치열한 생의 긍정이라는. (니체는 허무주의의 대명사 아니냐라고 여쭙는 분이 계시다면 Anser. 니체에 있어 허무주의는 없음이 아니라 없음을 긍정하는 힘이다 라고 들뢰즈가 말했던가? 가물가물)

조르바가 감동적인 것은 지금 이곳에서의 삶에 대한 끝없는 애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저는 이 대사가 가슴이 찡하도록 와닿았습니다.
“두목 사람들 좀 그대로 놔둬요, 그 사람들 눈뜨게 해주려고 하지 말아요! 그래, 띄어 놓았다고 칩시다. 뭘보겠어요? 비참해요! 두목, 눈감은 놈은 감은대로 놔둬요. 꿈꾸게 내버려 두란 말이에요.” 
만의 하나, 그 사람들이 눈을 떴을 때, 우리가 지금의 암흑세계보다 더 나은 세계를 보여줄 수 있다면. 근데 정말 보여줄 수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우리 모두가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는 세계를 보여줄 수 있을지 말이죠. 오스카 와일드가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까. 유토피아가 없는 지도는 볼 필요가 없다고. 거기에는 가야할 곳이 없기 때문에.




* 철학, 역사를 만나다/안광복/웅진지식하우스

저자는 철학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역사를 빌려왔지만, 세계사에 무지한 제가 보기엔 역사 공부를 위해 철학을 빌려온 느낌입니다. 어느 쪽이든 틀린 설명은 아닌 듯 싶습니다. 저자가 이같은 책을 쓰게 된 연유가 철학을 쉽게 가르치기 위해서 역사를 끌어온 것이라 했는데, 동시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 같다고 말하면 기뻐하지 않을까요.(웃음)

책이 쉽게 금방 넘어가는 것이 하나의 장점입니다. 철학을 작정하고 설명하고자 하면 무척이나 지루하고 분량은 백과사전 분량도 모자라지 않나 싶은데 말이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역사, 철학. 그 어느 것도 사실 따로 놀지 않습니다. 모두 유기적으로 혹은 그보다 더 깊게 서로를 간섭하며 영향을 미치며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 흐름을 잘 읽을 수 있는 사람이 그 분야 모두 제대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의 생활과 삶, 전체에는 모두 섞이어 작용하는 그들이니,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은 늘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관심을 끌어오는 데에는 이같은 대중서가 큰 역할을 하기 마련입니다. 




* 너 외롭구나/김형태/예담

신랄하면서도 따뜻하게 이태백들에게, 이 땅의 불쌍한 청춘들에게 말합니다. 돌진하라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청춘의 특권이 뭐냐고. 쉽고 좋은 일만 하면서 살수는 없다고. 힘들고 어렵다고 해서 포기한다면 그것은 정말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투정부리지 말라고, 누가 당신들에게 그러한 비겁함을 알려주었냐고, 가르쳐주었냐고. 그러면서도 김형태씨는 우리들을 동정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알고 있는 것이죠. 지금의 청춘들의 문제는 전적으로 우리들 무능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물질만능주의에 물들어 버린 사회의 전유물이란 것을.

무너질까, 넘어질까, 실패할까 걱정하는 청춘들에게 김형태씨는 차갑고 신랄하게 말합니다. 청춘의 특권을 누리라고.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돌베개

"지식은 실천에서 나와 실천으로 돌아가야 참다운 것이라 믿습니다"   p 140 

수감초기의 냉철한 자기 성찰과 중반기의 진지한 삶과 인생에 대한 태도, 그리고 후반기의 완숙한 삶의 성찰은 시간에 따른 그의 의식변화를 보여주는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80년대 초반에 쓰여진, 후반기의 편지글들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후반기의 주된 내용은 관계와 실천입니다. 그분에게 있어서 관계는 곧 존재이고 실천이 곧 인식입니다. 한정된 관계와 실천이 배제된 인식만으로 이어지는 불완전한 삶의 반복속에서도 자기 논리나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 그분의 삶의 태도와 시각이 이 책의 근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책장을 덥자마자 다시 첫장을 넘겼습니다. 반복해 읽을수록 그분의 글은 명징하게 다가옵니다. 잔잔한 호수처럼 맑고 명징하나 허영심이 없습니다. 말과 글의 본질 위로 올라서려는 허영심이 완전히 배제된 글입니다. 그분의 글을 읽는 순간, 전 가장 맑은 호수에서 가장 맑은 삶을 한 웅큼 낚아올린 기분이 들었습니다. 책장을 넘기는 손이 찌릿합니다.




* 강남, 낯선 대한민국의 자화상/강준만/인물과 사상사

강준만씨가 강남을 제목에 붙이고 아파트로 대표되는 한국 주거문화에 대해 길게 책 한권은 내어놓았습니다. 결말을 살펴보면 강남, 사실은 비판하기 전에 모두가 부러워한다는 속내를 드러내라고 하는 것입니다. 또한 개인적인 신념으로 그 체제를 거부한 사람은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거기에 속한 사람들을 비판할 수는 없다는 말 또한 언급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원하면서 현실 때문에 이루지 못하는 삶이라면 더욱 노력해서 그 삶은 다 같이 이루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특히 모두가 더 나은 학력을 원하면서 굳이 안 그런 것처럼 내숭을 떠는 것이 문제의 발단 아니냐고.

강준만씨의 글은 사회가 덮고자 하던 많은 위선들을 언급하는 것들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얼마나 깊던 넓던 그는 꾸준히 도전해왔습니다. 이제 오늘 우리 모두에게 묻는 것입니다. 우리 자신에게 교육과 삶을 놓고 그런 위선은 없을까요? 우리들이 과도한 기대를 통해 그런 위선이 더욱 커져가는 것에 힘을 실어주지는 않고 있는지요?




* 문학의 숲을 거닐다/장영희/샘터사

개인적으로 J일보과 샘터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류의 서적들을 또한 좋아하지 않구요. 문학이라고 하면 뭔가 무겁고 진중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었을까요? 그러나 진리는 어려운 글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가볍고 낯익은 일상을 담고 있는 글들에서 오히려 삶을 새롭게 발견하는 위트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고전은 읽을때에는 힘에 겹지만, 그러고 보면 가장 오래도록 독자의 기억에 남겨지는 책입니다. 올해는 몇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을까요? 저는 머리속에 오래도록 남겨지는 책을 읽고 싶습니다. 어쩌면 강렬한 자극을 받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핑퐁/박민규/창비

소설 어딘가에서 마주치는 못의 고민 
"왜 하필 우리일까, 혹은 나일까. 본인이 생각하기에 자기보다 더 눈에 띄지 않는 누군가들이 수십 명이나 있단 말이다."
라는 바로 그 지점에서조차 저는 찌질이같은 자화상을 발견하고 작가의 자기동일시가 아닐까 혼자서 반가웠습니다. 돈이나 힘 있는 사람들이 들으면 참 기가 막힐, 쥐 같고 새 같고 차마 못 같고 모아이 같은 것들이 세계의 존속을 건 탁구를 친다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그의 엉뚱한 상상력에서조차 불온하고 짜릿한 전복에의 고양감을 느끼며 결과를 예의주시 했습니다. 

조세희씨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나타난 문체의 특이함과는 비교도 안될 이 책의 특이한 표현 방법이 문단에서는 어느 정도의 논쟁거리가 될 지 그리고 어떤 평가를 받을지 저로써는 알 길이 없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조세희씨 작품에서 ‘난장이’로 대표되는 비주류(마이너리티)와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책의 비교가 너무 억지스럽다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내 저는 ‘난쏘공’을 떠올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나름 결론을 내려봅니다. 우리 인류의 삶이란 다수와 소수(장애인, 동성애자, 성전환자, 기타 다수에 속하지 못한 혹은 속하지 않은 사람들) 간의 끝없는 랠리의 연속이 아닐까 라고. 한 쪽이 맞받아 치지 않으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삶. 핑 퐁 핑 퐁




*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문이당

발칙한 제목만큼 남편들이 반발이 거센 작품이라는 평에서 볼 수 있듯 지금까지의 남자 중심의 일부다처제가 아닌 일처다부제를 이 작품에서는 논하고 있습니다. 문화인류학적으로 일처다부제가 타당하다는 식의 고지식한 논리라면 이 책이 내용이 제목만큼 발칙하지는 않겠죠. 이 작품에서는 일처다부제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쿨한 남편의 이야기에 기초해서 말도 안되는 상상력을 현실의 세계로 끌어내리는 작품의 플롯이 매력적입니다.

숨쉴틈 없이 빠른 템포로 연애에서 결혼까지를 이어가는 주인공의 생활을 스페인 대표적인 축구팀의 대결을 통해 중간 중간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도 멋진 구성입니다. 축구룰 좋아하지 않는 독자들에게는 이 쉬어가는 공간이 긴장감을 잠시 멈추는 장치로 활용되지만 혹 유럽 축구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남편과 아내의 대결을 다시 한 번 복습하는 장치로 활용됩니다.

작가는 이색적인 소재를 선택하여 오늘날의 결혼관을 거침없이 비판하면서 이를 재미와 함께 선사하고 그럴 듯한 플롯과 그럴 듯한 상황 전개로 어쩔 수 없이 작가의 논리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꽤나 거친 플레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거친 플레이를 보면서 그래도 받아들이기 힘들어 기분이 나빠지거나 혹은 "말은 된다"라면서 작품의 끝을 확인하는 독자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작가는 일처다부제를 강하게 주장하기보다 일처다부제를 논하면서 우리에게 행복한 결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를 원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 존재의 이유/A.C. 그레일링/사회평론

저자는 서문에서 우리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최선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최선일까요? 우리는 아직 모릅니다. 물론 저자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점은 우리는 우리가 태어날 때 부터 갖고 있는 이성과 사유로써 최선의 삶을 추구할 수는 있습니다. 남에게 휘둘리는 무원칙하고 무책임한 삶이 아니라 원칙을 세우고 항상 진리를 추구하는 그런 삶을 말입니다.

저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적인 사회문제들로부터 아주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고전적인 철학적 문제들까지를 자신의 이성과 철학적 사유로써 우리에게 해석해 줍니다. 그리고 철학적인 논의를 어디에라도 확장시킬 수 있도록 우리에게 단서를 제시해 줍니다. 

저자가 서문의 마지막에 인용한 매튜 아널드의 충고를 저도 여기에 쓰고 싶군요.

"기다리는 자여, 나를 믿으라
우연이 주는 선물은 결코 운명을 정복하지 못한다."




* 향수/파트리크 쥐스킨트/열린책들

한 사람의 생명이 탄생했습니다. 그 사람의 생명에는 처음부터 아픔이 깃들어 있었죠. 그 모든 아픔을 딛고 삶을 긍정하려고 했던 한 사람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천형과 같은 더욱 큰 아픔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그가 가장 사랑하는 바로 그것이 그에게 결여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그 아픔을 딛기 위한 처절한 노력을 합니다.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몸부림이기에 더욱 가슴 아프고, 부조리한 삶과 부조리한 운명에 마주서는 한 인간의 아픔에 대한 미학이 절절히 느껴지는 책입니다.




* 칼의 노래/김훈/생각의 나무

김훈씨는 알았지만 김훈씨의 글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저자만의 문체가 살아있다는 것과 과연 제가 한국인이 맞는지 하는 의심.(제 어휘력으로는 김훈씨의 미사어구를 이해하기 쉽지 않더군요.) 아무래도 처음이라서 더 명확하게 느껴지는 것이리라 생각됩니다. 필요 이상으로 늘이지 않고 간결하게 표현하는 언어의 수사와 너무 많이 들어서 조금은 식상하기까지 한 이순신이란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풀어내는 이 이야기는 특색이 있습니다.

영웅 이순신을 보여주고 있지만 말하지는 않는 이야기. 이 점이 ‘칼의 노래’ 가 내재하고 있는 진실된 힘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바다라는 무궁무진한 공간에서 전쟁이란 싸움으로 살다간 한 인간적인 영웅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조용하지만 강하게 끌어들이는 마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얼토당토 않은 거짓의 과장은 아니지만 조금은 비대한 대단한 이순신의 모습은 여기에 없습니다. 불필요한 감정을 다 덜어놓고, 그 내면 세계를 마주보게 해주는 김훈씨의 서사는 분명 차별화를 보여주고 있는 듯 합니다.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호전적인 위인의 모습이 아닌 고심하고 두려워하는 보통의 인간이 포개지는 영웅의 모습은 기존의 고정관념과는 분명 반하는 모습이지만 그래서 더 진실된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칼의 단순성. 무인으로서 이순신. 고난과 슬픔이 견고했던 어쩔 수 없는 시대에 왜적과의 전쟁에서 많이 죽이고 전력이 뒤지는 열세 속에서도 뛰어난 지략를 펼쳤던 고뇌한 전쟁 영웅. 마침내 그 전쟁 안에서 자신이 바라던 죽음을 맞이한 사람. 이순신의 절망은 제가 알고 있던 그런 절망이 아니었습니다. 절망이 절망으로 끝나야 진짜 절망인 것이지. 이순신의 이야기의 끝은 절망이 아닐 것입니다. 세상이 겁났지만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앞을 향해 나아갈 줄 알고 죽음마저 준비했던 단단한 정신과 마음자세가 시대가 바뀌어도 상관없다는 듯, 그가 살아냈던 인생의 기록 속에 여전히 빛나고 있습니다.




* 존재이야기/조광제/미래M&B

제가 이 책을 읽게 만든 문구는 이것입니다. '최초의 철학자 탈레스부터 이 시대 최고의 철학자 들뢰즈까지.  멀게만 느껴지던 철학자의 이야기를 통해 존재의 실체에 다가선다' 존재론은 어쩌면 분과학문으로서의 철학이라는 개념으로 담아내기 힘든 사유의 영역과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식론과 함께 철학의 양대분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존재론의 다른 이름은 형이상학입니다. 

각설하고, 서두에 밝힌 이 책에 대한 몇 자의 정보로 이 책에서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현대 프랑스철학에 이르기까지 존재론의 역사에 대한 파노라마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시 생각했습니다. ‘나는 철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아닌가.’ 저자는 존재, 즉 '있음'의 의미와 무게(진짜 있음에 대한 물음)에 대한 고대 철학자들의 물음을 하나 하나 친절하게 되짚어 나갑니다. 우리 일상의 사물과 현상들을 예로 들어가며 전혀 사변적이지 않은 목소리로 말이죠. 그리고 대중들이 쉽게 가닿을 수 없다고 느꼈을법한 거창한 담론들이 알고보면 가장 단순하고 소박한 존재 물음에서 비롯된 것이고 다시 바로 그것으로 귀결한다는 것을 일러주고 있습니다.

지면상의 한계, 혹은 집필목적의 제한과 같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인용되는 철학자들의 논의들이 그리 친절하게까지 소개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저자의 소개처럼 '철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철학적 사유에 대해 가까이 갈 수 있는 무엇보다 친절한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혹은 서양철학사를 가볍게 일별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아깝지 않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 어린왕자/생텍쥐페리/혜원출판사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모든 사람에게 익숙한 책입니다. 모든 구절이 익숙하고 모두가 어린 왕자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린 왕자’를 읽은 적이 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신기했습니다. ‘어린 왕자’를 읽는 내내 생소한 익숙함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어린 왕자를 친숙한 하나의 '이미지'로 기억해 두었었나 봅니다. 서사의 흐름이라던가 풍부한 알레고리에 대해서 전혀 새롭게 다가오니 말이죠. 아니면 예전의 ‘어린 왕자’를 읽었던 때로부터(기억나진 않지만) 조금이나마 더 성장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소크라테스의 변명 - 진리를 위해 죽다/안광복/사계절출판사

개인적으로 승일씨가 플라톤이 쓴 작품을 권유해준 덕에 읽은 책입니다. 청소년을 위한 번역이라니까, 철학에 조예가 깊지 않은 저도 읽을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에 읽기 시작했고 결과는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일단, 매끄러운 번역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번역이 눈에 거슬려 내용이 잘 안들어 오는 책이 꽤 많은데, (물론 소크라테스가 대중을 상대로 연설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쉬운 말로 했다고는 하지만) 읽는데 전혀 부담없이 잘 번역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자의 친절한 설명은 내용을, 그리고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이해하는데 아주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흔히들 소크라테스의 명언이라고 남용했던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사실은 정의를 위해 평생을 살아온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했던 맥락의 말임은, 거두절미하고 단어만 인용하는 어떤 신문의 보도행태와 닮아 보이고, 민주주의에서 포퓰리즘과 중우정치의 오류를 지적한 소크라테스의 철학이 (논란의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우리 현실의 한 일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진리를 위해 죽는”, 죽음 앞에서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당당한 그의 삶은 일신의 안녕이 아닌 더 높은 가치를 위해 죽어간 수 많은 우리의 민주투사들의 삶의 방식과 일치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병장 허익준 
  마시맬로 이야기의 그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가 인간이니까 사자를 뒤엎을 수 있잖아?"라고 생각한 사람은 저뿐 아닌가봅니다. 왠지 동질감. 아하하. 07-23   
 
상병 이호석 
  성실하지 않았다는 것은 겸손이신것 같네요. 잘 보았습니다. 07-23   
 
상병 김현진 
  ..제가 본 결산중 가장 성실한 결산이군요. 잘 보았습니다. 07-23   
 
 병장 박수영 
  저는 소설로도 100권을 못 넘긴답니다. 잘 읽었어요. 07-23   
 
병장 강세희 
  '성실하지 않은'은 '군인'에 수식되는거죠? 07-23   
 
병장 이상원 
  잘 보았습니다. 
한 3,4개월 전부터 책 한권 손에 잡지 못한 저에게 다시 한번 자극을 주시네요. 
이 글에 설명된 책 중에서 읽은 것이라곤 딱 2권밖에 없군요........... 07-23   
 
상병 박준연 
  익준 / 사실은 제가 사자를 뒤엎을 호랑이입니다. (아오~뭔소리.) 
호석 / 저는 충분히 불성실해요. 가용시간 대비 독서시간은 많지 않았죠.(털썩) 
현진 / 과찬이십니다. 어서 현진씨도 결산을 통하여 저의 위시리스트에 현진씨가 읽은 책들이 추가되게 함의 영광을 (....) 
세희 / 넵! 아픈 곳을 한번 더 찔러주는 센스~ 
상원 / 사람이 다양하듯 다들 관심분야가 틀린 법이니까요.(웃음) 07-24 * 
 
병장 배진호 
  '군인'에 수식되는 것이군요. 괜시리 반성하게 만드는 구절이네요.(덜덜) 07-24   
 
상병 서경수 
  철학과 굴뚝청소부. 문과생의 필독서라 저도 읽은 책이군요. 
저의 철학적 지식이 부족한 탓인지, 아니면 이 책에 대한 이해력이 낮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서양근대철학에 대해 쓰고 있지만 그 시작에서부터 (특히 맑스의 입장에서, 들뢰즈/ 
가타리의 사유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혹은 그 반대?) 근대철학을 넘어서려는 기획으로 충만해 있습니다. 그만큼 이 책은 (가치중립적 의미에서) 편향된 책이며' 

저는 준연님이 쓴 이 부분을 이해할 수가 없네요. 구체적으로 책의 내용을 집어주신다면? 


또한 
'예전 책나누미에서 언급된 대로 그의 문제의식 하에서 칸트가 너무 '죽은 개' 취급을 받는다거나, 레비스트로스의 연구결과들이 지나치게 요약되는 느낌이 없지 않으나' 
이 부분 또한 저의 이해와는 상반되는군요/ 

그리고 준연님의 글을 읽어보니 준연님이 책을 읽고 느낀 생각보다는 책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에 의존해서 쓴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너무 포괄적인 질문이라서 대답하기 곤란하신건 아닌지. 
이상 주제넘은 서상병의 댓글이었습니다. 07-24   
 
 병장 김지민 
  휴, 저도 100권 채우기가 목표였는데, 아무래도 채우기 힘들 것 같습니다. 07-24   
 
상병 박주병 
  저도 본 책들이 좀 있네요~(웃음) 
소설 같은 경우는 저는 공지영씨 소설은 군대와서 다 읽어본 터라... 
하나 추천하고 싶은 책은 (특히 천주교 신자분들)공지영씨가 쓴 수도원 기행... 
책보다 눈물 흘려보긴 처음이네요... 제가 신자라서 그런지... 07-24   
 
상병 김현진 
  별 말씀을. 입대 후 본 책을 세어 보니까 대충 열 권 정도 밖에 안되네요. 그나마 읽은 것들도 추천하기 부끄러운 것들이 많아서...(긁적) 

그나마 이번에 지른 책들의 질이 좀 좋은 편이니, 읽는대로 한 번 올려 볼께요. 07-24   
 
상병 이기중 
  와우, 정말 성실한 결산이네요. 간만에 스크롤의 압박을 주는(웃음) 잘 읽었습니다. 07-25   
 
병장 진규언 
  참 잘 읽었습니다. 스스로가 부끄러워집니다. 07-25   
 
상병 공연진 
  쭉 읽다보니 같은 수업을 들은 분이신듯... 
학점은 잘 받으셨나요? 
저는 요즘 얼른 복학하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입니다.(울음) 
군생활이 반년이나 남았는데 말이죠...(먼산) 07-25   
 
상병 박준연 
  진호 / 다들 왜이러실까요. 전 정말 불성실한데. (땀) 
경수 / 쪽글로 남길만한 분량이 아니라 쪽지로 드립니다. 
지민 / 뭔가 지민씨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털썩) 
주병 / 과연 공지영은 한국 소설계의 미래인가. 라고 논의했던 한 주간지의 내용이 생각나네요. 
현진 / 질 좋은 책들은 어떠한 책들인가요? 덜덜덜한 책일 것 같은데..(땀) 
기중 / 기중씨, 무척이나 오랜만인듯 합니다.(웃음) 
규언 / 규언씨의 글을 보면 오히려 제가 부끄러워진답니다. 
연진 / 역시. 대학교 학점의 묘미는 재수강이죠.(털썩) 그리고 제대가 반년'이나' 라니요. 반년 밖에는 안남으셨군요. 저는 일년하고 조금 넘게 '은하철도 999로도 갈 수 없는 저 이름 모를 행성' 만큼 남았답니다.(웃음) 07-25 * 
 
병장 이주형 
  '군인'에 대한 수식어가 아니면, 화날 뻔 했어요.(웃음) 
책도 성실히 읽으셨고, 결산도 성실하신걸요. 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