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기다리며 5부(완) 
 병장 임정우 03-06 10:03 | HIT : 177 



2006 년 7월 2일 


 어제는 정말 이상한 날이었다. 그녀가 나에게 전하고자 하는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탁한 상념들이 머리속을 헤집어놓았던 어제는 확실히 잠을 설쳤다. 그리고 오늘 아침도 안먹었다. 그냥 터벅터벅 사무실로 걸어갔다. 어제 그녀가 돌아간뒤 사무실로 전화가 왔었다. 난 어떻게든 이야기를 돌려서 그녀의 의도를 알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그녀의 속을 점점더 알수가 없다. 아무것도 완료된것은 없었다. 그녀의 마음, 나의 마음 어떤것도 선명한 빛깔은 아니였다. 사무실 컴퓨터의 전원을 키고 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전화한다고했던 10시가 다되어간다. 10분쯤 시간이 지났는데 전화기엔 별 반응이 없다. 난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전화가 온다해도 우선은 받을 기분이 아니였다. 받는다 해도 내가 무엇을 할수있단 말인가. 난 언제나 솔직할수가 없다. 나의 솔직함에 누군가 상처를 받을까 두렵다. 발끝에서 피어오르는 스스로의 비겁함을 견디기가 버겁다. 그냥 천천히 걷는다. 유일한 친구인 그림자만이 나의 상념을 붙잡은채 끌려오고 있다. 질질거리면서. 


 한시간쯤 지났을까.. 근처 공중전화에 그녀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세번,네번 울려도 받지 않길래 금새 끊어버렸다. 그리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난 잠시후면 면회실안내원근무를 가야한다. 병원근무자들이 돌아가면서 하는것인데 오늘 오후타임은 나의 차례인 것이다. 점심먹고 가야겠다가 생각하는 중이였다. [삐리리리~] 전화가 오길래 무의식적으로 받는다. 그녀였다. [방금 전화했었어?] 그러면서 아까 전화했는데 왜 안받냐며 채근거린다. 조금 기다렸는데 안오길래 잠시 나가있었다는 나의 말에 조금의 공격성이 섞여있다. [전화 바로 하려했는데,, 니가 그냥 해본말일수도 있는데 막 전화하면 내가 이상해 보이잖어] 무슨말인지 잘 모르겠다. 좀더 다듬어진 표현이었는데 기억들이 이미 불규칙적으로 조각나 있다.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어느새 점심식사시간도 지나버렸다. 면회실로 가야할시간이 되어서 전화를 끊을수밖에 없었다. 

[ 안녕] 난 쇄골부위에 힘을주고 의연하게 말했다. 


 곧 생활하는 곳으로 가서 활동하기 편한옷에서 정복으로 갈아입고 면회실로 향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나의 걸음에 끈적거리는 무언가가 남아있다. 조금전에 분명 양치를 하였는데 어금니쪽에 무언가가 걸리는 기분이 든다. 난 조금더 단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작은 생각들을 모아서 의지의 아류처럼이라도 보이기로 마음먹었다. 언제나 결심은 걸음이 만든다. 마지막 걸음은 결심의 종착역이다. 나의 도달이 신호가 된것처럼 하늘에선 빗줄기가 쏟아졌다. 면회실에 있는 전화기를 들고 최근 열흘간 익숙해진 번호를 눌렀다. 그녀가 받는다. 


[ 여보세요] 

[ 응. 나.] 

[ 어.. 그래. 너 지금 면회실이라며] 

[ 응. 그건 그런데.. 너 올수있냐 지금.] 

[ 응? 지금 좀 늦은거 같은데.. 근데 왜?] 

[ 너 내일이면 가잖어. 오늘 안보면 후회할거 같아서..] 

[ 음. 그래 가지머. 기달려] 


 그녀의 대답은 언제나 거침이 없다. 1시간 반후면 그녀가 온다. 초조함이 혈관속에서 힘차게 달음질 치고있다. 눈의 보이는 빗줄기는 좀더 세차게 바닥과 조우한다. 갑자기 그녀의 가족들에게 미안해 진다. 그리고 이런 빗속에서 나에게 온다는 그녀에게도 미안하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얼굴이 분홍빛으로 물들인채 수줍게 손을 잡고 있다. 당연하지만 시간이란 녀석은 약속시간을 어기지 않는다. 예상시간이 가까워지때쯤 빗줄기는 한없이 초라해져있었다. 태양은 이제야 스스로의 설자리를 찾은듯 선명한 빛의 조각들은 공간에 흩뿌리고 있다. 문 밖으로 나가자 눈이 너무 부셔서 눈쌀을 살짝 찌푸려본다. 흐릿한 시력으로 누군가를 발견했다. 그녀다. 어제와 다르게 살짝 펌이 들어간 단발머리다. 긴머리보다도 상당히 잘 어울린다. 옷차림은 여성스러운 상의(어떤종류의 옷인지 모르겠다)와 청바지를 입고 있다. 


[ 왔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걱정했다. 오느라 정말 고생했어.] 

[ 그래? 고생했으면 차비줘야지] 

 하면서 검지손가락으로 자신의 볼을 가르킨다. 그곳은 밖이었고 많은 환자들과 면회객들이 있었다. 

[ 어..어. 여기서?..음.] 난 최선을 다해서 당황했다. 그것 이외에 내가 할수있는게 무엇이 있단 말인가. 그녀가 웃는다. 나를 놀려먹는데 성공해서일까. 이상하게도 분하면서도 반가운 기분이 든다. 


 우리는 사무실로 갔다. 사무실 문을 열고 어제와 같은 상황이 연출되어진다. 사무실 우편에 가로로 긴 작은 탁자가 있었고 더 우편에는 3명정도가 앉기에 충분한 쇼파가 있었다. 그녀는 쇼파에 앉았고 나는 반대편에 의자를 두고 앉았다. 왠지 서로 어색한데 씨익하고 웃는다. 음. 바보같다. 


[ 옆에 와서 앉지 그래?] 

 배시시 웃고 있다. 승부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 땀좀 식히고.] 

 이길수 없다는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5 분쯤 지나고 난 자연스럽게 그녀에 옆에 앉았다. [너 정말 차비 안줄거야?]라니 정말 난간한 여인네다. 

[ 어?.. 해..도되나?] 나에 반응은 더욱 난감하다. [예습해봐야지]라며 더욱 강력한 공격을 감행한다. 난 더듬이 달린 곤충처럼 쭈뼛거렸고 그녀는 그냥 웃으면서 말한다. [복습이나 하자] 그러며 기댄다. 손을 잡으면서. 사람이란게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어제보다는 조금 차분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았다. 약 1시간 정도. 난 완벽하게 직접적이진 않지만 최대한 나의 마음을 전달했다. 직접적이지 않다기 보다는 나도 나의 마음을 잘 몰랐기에 어렴풋하게 말했던거 같다. 그녀는 계속 말을 피한다. 그녀의 행동을 대체 어떤식으로 해석해야하는가 고민이 들었다.  나의 진심은 과녁을 빗나간채 엉뚱한곳을 향한다. 그녀의 진심은 너무 환하거나 혹은 어두워서 눈으로 구별하기가 어렵다. 그녀는 그냥 이순간을 즐기라고 말한다. 난 생각한다. 아무것도 얻을수 없는데 대체 무엇을 즐기란 말인가? 중요한건, 난 확실히 즐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느덧 면회객버스(동시에 종료하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나와 그녀는 일어난다. 서로의 진심은 한참이나 엇갈린채 동시에 그것을 안타까워하면서. 문앞에서 그녀는 마지막으로 나에게 차비를 요구한다. 나는 그녀에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녀는 조금도 수줍어하지 않은채 나에게 귀엽다고 말해줬다. 그게 전부이다. 그녀는 어른스러운 미소를 머금은채 나를 떠나갔다. 이미 태양은 스스로의 위치에 확고히 자리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길을 잃어버린채 두리번거리는 존재는 오직 나 뿐이었다. 





 저녁에 그녀와 통화를 하였다. 난 좀더 솔직하게 이야기했었고 그녀도 좀더 솔직했다. 조금은 진실에 다가선 단서를 얻을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그녀는 떠났다. 그리고 두달쯤후에 편지가 한통왔다. 그리고 다시 연락이 없다. 난 억지로 무언가를 얻으려고도 찾으려고도 기대하지도 실망하지도 않으려고 한다. 다만 걸음을 늦추고 차분하게 기다리는 중이다. 이것이 이야기의 전부이다. 오늘도 그녀를 기다려 본다. 



 상병 김지민 
 이게 실화가 아니길 바랍니다 (..) 03-06   

 병장 이윤창 
 요즘 듣는 포지션의 '하루'가사와 왜이리도 맞아보이는지[..] 

 상실의 시대 필 나는 결말[.........] 03-06   

 병장 임정우 
 지민 / 1부 첫 문장을 다시 읽어주세요. 03-06   

 병장 이윤창 
 아무리 봐도 상실의 시대 미도리와 주인공이 왜이리도 강렬하게 겹쳐보이는지. 
 소설에선 이상황후에 주인공이 한 3달정도 끈질기게 한 20번정도 찍어보죠. 
 찍어보심이[............] 03-06   

 병장 박희원 
 오늘도 그녀를 기다려 본다. 후후, 

 마지막까지 잘봤어요, 연락이 올때가 되기도 한것 같은데(덜덜). 03-06   

 상병 박재탁 
 정우씨 나도 뽀뽀! 나도 뽀뽀! 03-06   

 병장 박인용 
 아놔 이거 (...;) 
 갑자기 우울해 지는데 (덜덜) 03-06   

 상병 서종덕 
....... 이런 멋진 스토리가.. 

 역시 이런 일이 있으니까 드라마도 있는건가..(....) 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