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기다리며 4부 
 병장 임정우 03-05 09:21 | HIT : 199 



2006 년 7월 1일 


7 월 1일이다. 더이상 두근거릴 겨를이 없다. 모든 준비를 완료했다. 청결하게 씻고 양치하고 깨끗한 옷을 입었다. 겉으로 드러난 완결은 실제 안쪽의 나와는 별로 상관도 없는것 같았다. 나의 여백 곳곳의 자리한 시린감성들이 뿔뿔히 흩어진채 공상의 방황을 유도했다. 시간이 9시를 가리킨다. 난 우리의 방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잠시 노래방에도 갔다 왔다. 10시 반정도 되었다. 그리고 TV에서 영화소개 프로그램을 보았다. 어떤걸 소개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보다보니 점심시간이 다 되간다. 난 전화하지 않았다. 보지 못해야만 한다면 그래야만 했다. 일부러 점심을 잔뜩먹었다. 배가 풍선처럼 불렀다. 금이간 기대감의 다리가 애처러워 보인다. 난 사무실로 가서 수탉처럼 고개를 들고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1시반이었다. 자리에 앉아서 패닉의 노래를 틀었다. 몇곡이 흐르고 정류장이란 노래가 나왔는데 왠지 나의 심정과 비슷한것 같았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기다리면 버스는 곧 온다. 조금 오래기다릴수도 있는것이다. 전화벨이 울렸다. 후배의 전화였다. 


[ 정우선배!] 

[ 왔어요!] 

 잠시 머뭇거렸다. 

[ 응]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고 대답했다. 곧 전화를 끊었다. 드디어 그녀가 온것이다. 난 현재는 정복차림이 아니였다. 체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럴 각오는 하고 있었기에 일부러 편한복장 차림으로 있었기 때문이다. 난 최대한 빠르게 '생활하는 곳'으로 달려갔다. 정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면회하는 곳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어느덧 밖에선 보슬비가 맥없이 내리고 있었다. 그리 먼거리는 아니였지만 쉽지않은 거리였다. 한조각의 걸음에도 여러 감정들이 서로의 여린부분을 교차해 지나갔다. 걸음은 그녀가 있는 매점으로 당도했다. 문앞에 서서 문을 여는것 조차도 조심스러웠다. 계획된 일이지만 특별한 일이었고, 단호하게 말하면 처음이었으니깐. 문을 열고 주위를 둘러본다. 한 여자가 있었다. 약 열흘간 잊고있었던 모습, 동시에 누구보다 그리워했던 모습이었다. 두개의 눈으로 한명의 사람을 응시하였다. 부드러운 우윳빛의 피부의 긴생머리가 우선 눈에 들어온다. 하늘거리는 단아하면서 가슴쪽이 적당히 파인(메롱) 원피스는 꽤나 여성스러웠고 한손에는 던킨도너츠를 들고 있었다. 나는 꽤나 자연스럽게 아는척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완전히 얼이 나가있었다고 할수있다. 그것도 그럴수밖에 없는게, 신검날 그녀는 나름 평범하게 온 편이었지만 이번엔 정말이나 꾸미고 온게 분명했기때문이었다. 날 반기는 표정엔 조심스러운 장난끼가 그득했고 원피스는 새침하게도 하늘거렸다. 정말로. 


[ 안녕. 오느라 고생했네.] 

 아마도지만 바보같은 표정으로 말했을거다. 아마도 분명히. 

[ 응. 여기오는데 꽤 걸리네. 우리 먹을거 사러가자] 

[ 그..그래] 


 난 자연스럽게도 끌려들어갔다. 도넛이 있었는데도 왠지 체면상이었는지 과자나 우유따위를 샀다. 계산은 내가 하려고했지만. 그녀는 말한다. [내가 살게. 니가 돈이 어디있니?] 별수있나 꼬리를 내리는 수밖에. 주위 동료들에 혼돈스런 표정들을 뒤로 한채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자신의 우산을 펼치고 내가 들었다. 문득 영화의 한장면이 떠올랐다. 정확히 어떤 영화의 어떤 장면인지는 불명확하나, 바로 이것이 이쁘게 사랑하는 연인들이 비오는 거리에 대하는 정석의 자세가 아니한가. 연애경험전무에 맥없는 한 소년이 지멋대로 청년으로 진화해 버리는 순간이었다. 이상하게도 내려올때랑 올라갈때랑 같은 길을 걸었는데 그 느낌은 전혀 틀렸다. 같은길 임은 부정할수없는 진실이었다. 진실이 무엇보다 대단한건 분명했지만 적어도 지금 내 감정에게는 한방거리도 안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걸었다. 내가 가고자하는곳은 사무실이었다. 사람많은곳은 딱 질색이었고 무엇보다 단 둘이 있고만 싶었다. 이 부분에 관해서 곤란한 상상을 하는 분들이 혹시나 있을까 싶어 말하지만 나의 의도는 맑고 투명했기에 하늘땅에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 실내에 도착해서 우산을 접었다. 사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실 우편에 가로로 긴 작은 탁자가 있었고 더 우편에는 3명정도가 앉기에 충분한 쇼파가 있었다. 그녀는 쇼파에 앉았고 나는 반대편에 의자를 두고 앉았다. 왠지 서로 어색한데 씨익하고 웃는다. 


[ 난 안올줄 알았는데.. 니가 빨리 올줄알아서 늦게 오길래 그냥 안올거라고 생각했지.] 

[ 흐으. 내가 왜 안오냐? 어제 술먹고 좀 늦잠좀 잤어. 덕분에 약간 피곤하다. 아 아까 지하철 타고 오는데 옆에 있던 

 어떤 아저씨가 자꾸 가슴을 보는거야. 나참 볼것도 없는데 왜그러는지 모르겠네.] 


 그녀는 참 벽이없다. 내가 얼굴 빠알개지는 이야기를 쉽게도 저지른다. 난 마지못해 대답을 하곤 했는데 그러다가 잘 안웃는다고 핀잔만 들었다. 그러니깐.. 난 이런 상황이 좋긴했지만 또한 당황스러웠던것 같다. 생소하고 어려웠다. 그래서 그런지 대화내용이 흐릿하여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억지로 생각해보니 그녀가 어제 놀았던 이야기를 한것같다. 아는 오빠인가와 함께 영화보고 다른친구들도 함께 놀았던거같은데. 그냥 오빠인거같은데 하루종일 손잡거나 팔짱을 끼고 다녔다는것이다. 여기서 단호하게 말하지만 그녀는 결코 가벼운 사람이 아니다. 개방된 태도일수도 있지만 좀더 확실한 표현은 장난스럽다는게 옳을것이다. 가볍게 장난스러운게 아니라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장난스러움에 둔탁하게 덧칙되어져 있다고 해야할까? 나의 표현력의 한계임도 분명하지만 사람의 진정이란 도저히 글로 표현할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 야. 이리와서 옆에 앉어. 멀리 있으니까 불편하잔아.] 

 이봐. 그정도면 가까워. 라고 외치고 싶었다. 

[ 그러지 머..] 


 난 꽤나 부자연스럽게 옆으로 가서 앉았는데 적어도 그녀와 나사이엔 왠만한 아이한명은 앉을 거리를 둔채였다. 이성으로 느낀 상대와 이정도로 가까이 대한적은 중2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나의 가슴속에 거주하는 고수아저씨는 간만에 찾아온 일거리에 신나게도 두들겨댄다. 두근 두근. 그녀를 보니 살며시 웃고있는데 그놈의 보조개가 참 새침스럽다. 보일듯 말듯 가물거리는 보조개. 그녀는 더 가까이 앉으란다. 참내. 난 엄마말에 참으로 순종하는 유치원생처럼 시키는데로 따르기로 했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나았다. 


[ 아 피곤해~] 하며 

 그녀가 살며시 나의 어깨에 기댄다. 그리고 손을 잡는다. 나는 정말로 놀랐다. 공간은 자연스럽게 정체되어갔고 시간은 조금 여유롭게 걸어간다. 그녀에 가는 머리칼이 옷의 저항을 물리친채 어깨를 간지럽힌다. 부드럽고 달콤한 샴푸향이 정신을 아찔하게 만든다. 내 심장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정신없이 내달린다. 나의 감정은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사방을 어지럽힌다. 내 온기가 그녀의 온기와 일치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 무언가 하나 빠진것 같네] 하며 팔짱을 끼었을땐 숨이 잠시 멎을뻔했다. 인간이란건 정말 쉽게 죽을수도 있을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난 조금이라도 달아나고자 거북이처럼 목을 반대편으로 빼내었다. 


[ 아. 나 원래 이런애 아닌데. 정말 니가 편한가봐. 헤헤..] 

 정말 난 믿는다. 누군가가 나에게 그랬다.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말이면 무조건 믿는거라고. 

 난 5초도 기억할수없는 무의미한 대화를 진행해갔다. 나와 그녀의 감정의 진실을 알기도 전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어느덧 종료에 다달랐다. 복귀버스가 출발한다는 방송이 엉켜있는 머리속을 일깨운다. 


[ 나 가야겠다.] 그러며 고개를 어깨에서 땐다. 가슴이 약간은 진정되는것도 싶었다. 나도 일어났다. 

 우리는 함께 아래로 내려갔다. 이 빌어먹을 길은 하루에 3번이나 다른 광경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정말 미친가 아닌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곧 버스가 있는곳에 당도했다. 버스 문앞에서 그녀가 멈춰섰다. 


[ 오늘 정말 반가웠어] 그리고 살포시 포옹한다. 순간 나의 혼이 빠져나온다. 그녀가 버스를 타고 떠났다. 나의 혼도 어디론가 떠났다. 한 5분간 멍한채 서있었다. 적어도 이 순간에는, 내가 세상을 위해서는, 단지 그 자리에 서있는것 이외에 할수있는것이 없었다. 그건 정말 분명했다. 







 누군가에게 묻고 싶어졌다. 

 대체 지금 나에겐 무슨일이 일어난 걸까? 




 상병 김지민 
 어머 막 가슴이 콩닥콩닥해. 03-05   

 병장 김대환 
 좋은일이 일어난것만은 확실하네요.. 03-05   

 상병 박재우 
 아이참...월요일부터 설레이게.. 03-05   

 병장 윤대근 
 아, 
 설레이는 이 마음, 상큼하네요, 03-05   

 상병 박재탁 
 정우씨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03-05   

 병장 임정우 
 다음이 마지막인데 너무 허술해서 올리기 미안할 지경입니다. 03-05   

 상병 서종덕 
 우어 !! 이런 ! 

 나에겐 언제 저런 스토리가 생길지..[흑흑] 03-05   

 일병 문태진 
 지금 나에겐 마법이 일어나고 있다.! 03-05   

 병장 박희원 
 하아, 박지윤씨를 보고 있을때의 저의 가슴 울림이..(덜덜) 03-05   

 병장 이윤창 
 방금 다 봤는데. 

165/53 

[165-100]*0.9 = 대략 58 엄청난 S라인이 예상되는 수치입니다. 
 꽉 잡으시길. 03-05   

 병장 이동성 
 봄이네요...! 맘을 설레이게 하는 봄! 

 좋은일이 일어날것만 같은 느낌?!!! 

P.S : "정류장" 와닿는 곡이죠... 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