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기다리며 3부 
 병장 임정우 03-02 14:36 | HIT : 196 



2006 년 6월 29일 


 내가 잠이 든 사이에, 절대자는 내가 무언가 인식하기를 꺼려한다. 내가 초등학교 6학때 였을때, 난 잠드는 순간이 너무도 궁금했다. 몇년마다 한번씩 이사를 하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방은 별로 변하는게 없었다. 초등학교 1학년때 산 어린이용 책상(지금도 있다), 더 일찍이 있었던 작은 책장, 몇 가짓수가 되지않는 옷과 요를 수납하는 장농. 매일 보고, 매일 느끼고, 냄새맡고, 가끔 먼지를 닦아야 했던 가족처럼 정겨운 물건들. 오후가 다가오고 어둠이 아스라이 공간을 지배할때 난 요를 깔고 경건하게 누운뒤 간절하게 온몸의 신경을 집중했었다. 잠이드는 그 순간에, 대체 그 찰나에는 무엇이 있을까? 미리 공부했던 중1수학교과서에 나오는 방정식문제보다도 수배는 어려운 문제였다.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그 찰나의 호기심의 정성을 다하였지만 한낱 인간의 정신으로 신의 세계를 이해하는건 불가능해 보였다. 대체 언제부터 궁금했고 언제부터 체념했을까? 지금 22살의 평범한 한 남자로 성장하기까지 셀수없을 만큼 궁금해하고 또 체념했다. 나도 모르는체 나의 세포하나하나에 안락하게 자리앉은 패배주의적인 감성의 출처는 바로 이런것들에서 기인했으리라. 


 세상에는 빛이 어둠을 물리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 빛과 어둠은 동등한 협상의 의해??만남을 이루고 그 찰나의 순간이 내가 잠드는 직전과 소통하고 있는것이다. 안타까운건 내가 살아있는한 그들과의 만남의 순간을 느낄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간접적으로 느낄수있다면 그것이 기상의 고통일지도 모르겠다. 이상한건 최근에 나는 이런 고통에서 어느정도 해방되었다는 것이다. 좀더 간결하게 일어날수 있었으며 차갑게 무언가를 기다릴수 있었다. 태양이 동쪽에서 서쪽을 여행하는 동안 나는 차분히 잠시후를 준비하고 있었고 어둠의 내음이 점차 짙어질수록 여린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다. 


 근 며칠간이지만 나와 정희는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말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나, 종교에 냉정하려고 마음먹은 나, 누군가를 설득시키기를 좋아하면서도 우유부단함을 소유한 나, 조금은 어릴적의 나, 이제는 거의 어른일지도 모르는 나, 착하고 동시에 나쁜 마음들. 정희가 나에게 전해주었던 이야기들은 좀더 간결했다. 좀더 날것이었고 순진했고 때론 애매모호하게 나를 혼돈시켰다. 검도를 꽤 오래했다는 이야기(약간 머뭇했던 삼두의 흔적의 출처를 여기서 알수있었다), 쌍커풀이 이쁜 언니와, 키가 크고 검도유단자인 동생이야기, 나처럼 요상한 사고를 소유한 친구이야기, 그리고 군데 군데 더럽혀진 흐린분홍빛추억의 누군가의 관한 담담함따위들,, 그녀가 나에게 던진 이야기들은 푸르고 원색적인 아름다움을 간진한채 나에게 달려들었다. 크고 강렬한 무언가가 나를 흔들지는 않았지만 그녀와 이야기 할때면 난 조금 위선자란 생각마져 들었다. 꾸미고 꾸민다. 내가 꾸미지 않은것처럼 꾸민다. 하루,이틀 짧은 시간의 손길이 꾸밈의 가면을 살포시 벗긴다.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그녀와 통화하면서 끄적거린 이면지에는 수줍음이 가득담긴 표정의 로봇이 자리하고 있다. 뒤에는 혼자서 겨우 거주할거같은 이글루처럼생긴 집이있고 로봇은 몇걸음 밖으로 나와있다. 얼굴엔 검게 칠해진 주황색 쑥스러움이 만개한체로. 




2006 년 6월 30일 

 어느 누군가들은 절실히 알고 있겠지만. 삶에서 정말 특별한 날이란 바로 그 날이 오기 바로 전날이라는 것이다. 그 투명한 두근거림은 나도 모르는 사이의 어릴적 그때로 돌아가게 해준다. 먼지날리는 모래밭에서 잔뜩 뒹굴고서도 몸뚱이에서는 달큰하고 부드러운 향기가 그득히 풍기는.. 


 난 어느새 5살로 돌아간다. 이모할머니에 작은 심부름을 하고 대가로 얻은 100원짜리로 사탕도 사먹고 젤리도 사먹는다. 언제는 한번 뛰다가 배수로 사이로 100원을 떨어뜨렸다. 친구들과 힘을 모아 철제덮개를 겨우 들고는 말한다. 


[ 하나.. 둘.. 셋!] 

[ 퍽!!] 

[ 앗!! 아~아앙으엉어어엉~] 


 피식 웃음이 일어난다. 마치 어제와도 같은 어린시절의 기억과 최근 며칠간의 두근거림이 이상하게도 겹쳐온다. 기억의 선 하나 하나는 거의 일치 하지 않지만 그 공간을 이루고 있는 순수함의 터치감과 두근거림의 색채는 거짓말처럼 일치하고 있다. 


 그녀를 내일이면 볼수있다. 겨드랑이부터 윤곽이 뚜렷한 갈비뼈사이를 간지럽히는 긴장감이 싫지만은 않았다. 난 그녀에게 오라고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그녀도 정확한 시간을 언급한적은 없다. 대충 일찍(대략 9시) 오겠다고 말했던 25일에 기억에 약간의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은 일부러 전화를 하지 않을 것이다. 기다림의 미학을 가슴의 간직하고 싶었기에. 얼핏 창문 밖을 보니 냉철하고 여린 저녁이 낙하하고 있었다. 



 상병 박재탁 
 으악 나까지 두근거려! 03-02   

 병장 임정우 
 참고로 5부 완결입니다. 
 마무리는 정말 대충이에요. 
 저는 항상 마무리가 대충이지요. 03-02   

 병장 박희원 
 으히히, 드디어 만남이 다가오는군요 ! 아 좋아, 기대되요 후후 03-02   

 상병 서종덕 
 우와...두근두근 

 글을 보며 모두가 다 같이 이렇게 같은 느낌을 느낀다는것 

 정말 멋지네요. 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