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기다리며 1부 
 병장 임정우 02-28 10:59 | HIT : 304 



 지금부터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실제로 나에게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들은 모든걸 믿어서는 안된다. 과거와 현재가 무한히 쪼개지는 틈새에는 변질과 망각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으니... 







1. 2006년 6월 22일 


 나는 밤을 새는 업무를 수행하고 휴식을 취하고 싶었으나 사무실로 가야만했다. 다른계원들은 각자 사정으로 오전에 과에 올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업무는 신체검사이다. 사무실 밖 신검장을 지나가면서 나는 신검자들을 훑어 보았다. 그 날 신검대상자들은 여자였다. 그냥 그게 전부였다. 이 신검이 처음도 아니였고 이성이란 존재에서 나오는 페르몬에 집중하기에는 나는 너무 피곤했다. 졸음이 밀어닥친다기 보다는 피곤하다는 말이 적합할 것이다. 몸에 걸쳐있는 모든것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정신을 소멸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시작은 해야만했다. 그것은 가벼운 운명의 출발점이 되었지만 그 당시에 나는 미래를 예견할 능력같은건 결코 없었다. 세상에는 결과를 위하여 시작하지 않는 일도 많다. 하지만 시작은 결과를 위해 존재한다. 모든 일들은 이미 이루어진 후에야 되돌아 보고 의미를 부여할수있다. 이 일이 바로 그러한 일이었다. 



 신검의 시작은 인원점검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나선 접수를 해야한다. 내가 접수한 순서가 다른 과에도 같은 순서로 적용되어 유기적인 협조가 가능하다. 명단과 인원과의 일치를 점검하며 나는 자연스레 그네들의 얼굴들을 볼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아니 세상에 이렇게나 아름다운 눈과 날카로운 코, 환상적으로 생기넘치는 피부에 탄탄하고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여인이 있을까?.. 정도는 택도 없었고 그냥 단아하고 순수하게 생긴 여인이 앞쪽(정확히 7번째)에 자리하고 있었다. 가시광선이 반사하는 영상정보가 시각세포를 통해 뇌에 도달한 후 판단되어지는 생물학적이거나 논리적인 상황이 아닌 좀더 초월적이고 영감에 입각한 감정이었다. 내 가슴팍 한켠에서 눈알을 희번덕거리며 먹잇감을 찾고 있던 본능에 만행은 더더욱 아니였다. 아무도 믿지 않을지라도 나는 굉장히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만남에 직면했었고 매우 쉽게 정복당해졌다. 



 사실 이 신검을 의뢰하는 곳은 따로 있었고 그곳에서 매번 김(성으로 부르겠다)이란 녀석이 인솔자로 따라오곤했다. 얼굴엔 붉은색 여드름이 덕지덕지 붙어있었고 터질것같은 볼하며 센스없는 뿔테안경 어리숙한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맘에 안드는 녀석이었다. 나름 붙임성있게 접근하며 친해지려고 시도하는 모습에 그런 감정이 조금 사그러들법도 싶었지만 녀석에 입밖으로 나오는 말들의 값어치는 마지막 배려심을 싹둘 잘라버리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었다. 어설픈 가십거리들을 방실방실 웃으며 던질때마다 난 대놓고 싸늘한 눈빛을 던져주었지만 조금의 개선의 의지가 없는걸로 보아 세상 멍청한 생각들은 겁도 없는가 싶었다. 그래도 남에게 피해를 줄만한 녀석은 아니였으므로 그리 미워하지는 않았다. 각설하고 난 그 여인네의 전화번호가 필요했지만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알아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우선 고민을 했다. 지금 느껴지는 감정이 진실에게 인정되어지는 진심인지. 갑자기 머리속은 복잡했다. 68년도의 John Lennon 처럼 너무 피곤했다. 우선은 눈앞에 일에 집중하기로 생각했다. 생각한뒤 행동했다기 보다는 그저 반복되어지는 일상에 몸뚱이가 던져진것에 불과했지만... 



 난 50년도부터 사용되다가 교체할시기가 눈앞에 닥친 고물기계처럼 삐거덕거리면서 정해진 순번의 임무를 수행했다. 순서대로 차근차근,, 우선 신검장내에서 신장,체중,시력,혈압,일반검사를 시작하였다. 여기서 나는 일반검사를 하였는데 간단히 말하면 과거나 현재 신체상 이상부위를 발견해 내는 일이다. 남자들의 경우(팬티만 벗기고 온몸을 샅샅히 본다)와는 달리 여자이기에 간단히 구두로만 질문하였다. 

 첫번째 그룹에 그녀가 있었다. 난 담담히 시작했다. 



[ 현재 몸상태 불편한 곳을 말씀해 주십시요? ] 

[...............................................] 

 신검자들은 언제나 대답하지 않는다. 

[..... 없습니까? ....] 

[...............................................] 

 역시나... 

[ 만약에 저에게 말씀하기 곤란한 문제여서 안하신 분들은 잠시후 응급실에서 간호사님에게 직접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자들이 키득대며 웃는다. 이유는 모르겠다. 20대 초반에 여자들은 대부분은 멍청했다. 다그런건 아니겠지만 그런상황에서 그런행동은 얼마나 바보같은 짓인가! 사실 남자들도 멍청하다. 20대 후반도 30대도 40대도 남자건 여자건 모조리 다 멍청하긴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20대초반의 여성들처럼 가볍게 멍청하지 않는다. 그건 정말 사실이다. 나는 조금 불쾌했다. 잠깐 바닥으로 쳐다본후 고개를 들었다. 신검자들은 자기네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속닥인다. 



[ 아.. 혹시 다들 아시는 사이신가요] 



 나는 조금 부드럽게 보이기 위해서 웃으며 말했다. 지금생각해 보면 정말 머저리 같은 행동이었다. 

 다시금 그네들이 웃는다. 난 포기했다. 될대로 되라지.. 그러고 보니 그녀도 웃고있다. 그녀는 그렇게 멍청해 보이지 않는다. 조금 정신차리고 쳐다 보았다. 검은색 블라우스가 있는 나시티에 청바지를 입고 있다. 얼굴은 하얀편이었고 눈은 작고 웃을때 수줍은 보조개가 보였다. 솔직히 그렇게 이쁜편은 아니였다. 오히려 아줌마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헌데 알수없는 동질감이 느껴졌다. 난 정말 외모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사람은 아니다. 난 대답을 듣는걸 포기하고 다음 신검자들을 불러들였다. 




 나름대로 신속하게 신검장에서 할일을 마쳤다. 그리고 응급실로 가서 신검복으로 갈아입히고(방사선 촬영을 위해, 남자의 경우는 그냥 벗고 한다.) 흉부촬영을 시작하였다. 난 응급실에 동기녀석에게 바보처럼 그녀가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동기녀석은 이런 내가 신기했던지 장난스럽게 핀잔을 주었다. 난 담담하게 아무렇지 않은듯이 그녀를 꼬실거라고 말했다. 동기녀석은 웃기지 말라며 맞받았쳤다. 솔직히 나에겐 자신이 없었다. 실제로, 그날도 예전 그때들처럼 아무일도 없는채 흘러가고 잠들기전에 소심한 스스로를 자책하며 내일을 맞이할게 분명했다. 나의 상념은 아랑곳하지 않고 신검자들은 방사선 검사에 이어 병리검사를 하고 속속들이 신검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제 마무리를 해야하고 동시에 나는 결심이란걸 해야했다. 당시에 분명한건 그녀를 그냥 보내면 후회할게 분명했고 내가 후회를 하게될 확률은 내가 아침식사를 거를 확률보다 서너배 높았다. 난 아침밥을 거의 안먹는다. 




[ 신검자분들! 이제 신검은 모두 마무리 되었고 돌아가시면 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와~  끝났다.] 




 신검자들은 금요일 마지막 수업을 끝마친 학생들처럼 생기충만하게 일어나서 밖으로 쏟아져 나갔다. 난 잠시 정신이 흔들하였지만 곧 무언가에 홀린듯이 따라 나갔다. 검은색옷을 입은 그녀의 뒷모습이 보였다. 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쪽지를 꺼내었다. 내 이름과 사무실전화번호가 적힌 쪽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어처구니 없는 행동이다. 제대로 된 선수였다면 자연스럽게 연락처를 받아낼 생각부터 하였을것이다. 하지만 난 쑥맥이었고 연애경험따윈 전무한 머저리에 불과했다. 여하튼 난 자연스럽게 불러 세웠다. 지금생각해보건데 난 그때 제정신이 아니였다. 졸음이란이름에 마약에 홀려있던게 분명했다. 




[ 저기요] 

............. 

[ 예??] 

 놀란다. 

[.. 처음 봤을때부터 느낌이 너무 좋아서요.. 서로 연락하고 지내면 안될까요?] 

[ 예?? 저요??] 

 놀라한다. 

[ 예.. 정말 이상한게 아니라.. 그냥 연락하고 싶어서요..] 




 그러면서 쪽지를 건냈다. 

 그 이후로 뭐라고 말한거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졸음보다 우위에 있는 흐리고 불투명한 보라색 손아귀가 나의 등을 밀었고 나는 어딘가로 달아났다. 




 병장 임정우 
 이거 무지 유치한 연애소설 입니다. 
 대충 이런식으로 자르면 6부작정도 되겠네요. 
 반응 좋으면 연재하고 아니면 그냥 저혼자 몰래 볼래요. 
 아이고 쑥쓰러워라. 02-28   

 상병 김태운 
 재미있을거 같은데... 연제하세요 02-28   

 일병 신상철 
 같이 보면 안됩니까!? 하하. 02-28   

 병장 이형석 
 제목이 "그녀를 기다리며"인걸 보니 더욱 흥미진진해질거 같은데 
 꼭 연재해주세요!! 02-28   

 상병 이주형 
 논픽션이라 생각하고 보고 있습니다. 쿨럭. 02-28   

 상병 진규언 
 혼자보시면 안돼요.. 연재해주세요!! 02-28   

 상병 이지훈 
 논픽션이면 더 기대되어요. 후훗 
 과연 그녀는 연락을 했을지 기대되네요 02-28   

 상병 서종덕 
 오 연재 해주세요! 이런 연얘사는 같이 공유를...[쿨럭] 02-28   

 상병 박재탁 
 정우씨의 샤방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글이에요. 샤방샤방 02-28   

 병장 임정우 
 음. 이거 그만두기 뭐해졌는걸요. 02-28   

 병장 조상우 
 너무 재미있네요.. 
 연재 요청 강하게 합니다. 02-28   

 상병 송지원 
 아, 이런 식의 전개 혼자의 것으로 두기엔 아깝잖아요.(웃음) 한껏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