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충남 서산 입니다
초병 근무처에 있는지라 오늘도 새벽근무를 서는데
정말 춥군요. 지금 이곳은 영하8도네요
다른 곳은 영하10도 넘게 떨어진곳도 있으니 전국에 계신 장병이 정말 힘들겠습니다. 다들 추워서 힘드시죠?
기지에 공사하러 들어오는 작업자들의 신분을 확인하고 출입증을 건네주다 보면 참으로 많은 얼굴들이 제 눈을 스쳐지나 갑니다. 출입이 지연된다고 저에게 화를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생이 많다며 해맑게 웃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부분 노동자들이기에 행색이 좋지는 못합니다.
아직 남들 다 자는 시간에 벌써부터 일어나 일하러 온 힘겨운 영혼의 얼굴에는 씻지 못해 검붉은 기운이 돌고, 옷에는 때묻은 기름자국이 오늘도 여전히 묻어있으며 신분증을 건네주는 투박한 손은 그동안의 고달픈 세월을 말해주듯 상처투성이입니다
삶이란 얼마나 고단한 것인지 그들을 보며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제게 현실이란 그리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칼바람으로 가슴속에 스며 들어와
어린 양같은 제 마음을 쓰라리게 만듭니다
현실은 철학이나 의미에는 너무 동떨어져 있습니다.
이를테면 평생 노동의 채색이 짙은 삶을 살아온 자에
겐 일상은 노동의 결과물일 뿐이고 오로지 노동으로써만 삶을 영위해 나갑니다.
이들에겐 선(善)이라던가 정의라던가 사색과는 너무도 먼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들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조차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될 뿐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깊이없는 삶을 살아간다고 그들을 욕할 자격은 없겠지요
헤르만 헤세같이 인생의 의미를 알기위해 전 생애를 고뇌와 갈등으로 살아온 사람도 있는데
이 지구라는 우주의 작은 먼지같은 하나의 별 속에서
같은 종족인 인간이 이토록 다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제겐 영원히 풀수 없는 미궁의 문처럼 느껴집니다
아침해가 막 떠오르려고 합니다
쏟아지는 졸음을 더이상 참기가 힘들군요
오늘 하루 예쁘게 여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