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론_아담 스미스를 위하여 
 병장 강세희 01-19 10:52 | HIT : 240 



 국부론_아담 스미스를 위하여

 신자유주의자들의 공세가 거세다. 그들은 제3세계에 대한 착취, 빈곤의 세계화, 비정규직의 증가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 이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같은 문제들을 목도하면서도 이를 풀어내는 길은 더 많은 신자유주의라고 말한다. 사회전체의 이익을 훼손하는 독점자본의 활동마저도 옹호하는 그들에게 인권, 노동자의 권리, 나아가 체제의 모순 따위는 뒤쳐진 자들의 투정일 뿐이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기만 하면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에 이끌려서 (중략) 그 자신이 진실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는 경우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그것을 증진시'킬 것이라는 스미스의 주장을 금과옥조로 받들이는 그들이 생각하기에 정부가 개입해 부를 재분배하거나 사회적 약자들을 구제하는 것은 개인의 노력의지를 꺾어 시장질서를 흐트러트릴 뿐이다. 심지어 이러한 주장은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피해자들이라 할 수 있는 이들에게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스미스가 그의 대표작인 국부론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일까?

1776 년, 근대경제학의 기틀을 다진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이 출판되었다. 이 시기에는 아직 시장경제체제가 확립되지 않았으며 국부는 화폐 또는 금은의 양과 비례한다는 중상주의가 지배적 경제사상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국가는 대체로 각종 규제를 통해 자유로운 무역을 제한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 서문의 첫 문장부터 '한 나라 국민의 연간 노동은 그들이 연간 소비하는 생활필수품과 편의품 전부를 공급하는 원천이며, 이 생활필수품과 편의품은 언제나 이 연간 노동의 직접 생산물로 구성되고 있거나 이 생산물과의 교환으로 다른 나라로부터 구입해온 생산물로 구성되고 있다.'며 이 책의 목적이 당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던 중상주의적 원리를 부정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즉, 그가 보기에 어떤 국가에 금은(화폐)이 많은 것은 부유함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부의 근원을 노동 생산물로 파악한 이상 스미스에게 중요한 것은 분업과 같은 방법을 통한 생산성의 증가와 분업을 가능하게 하는 충분히 큰 시장의 존재이지 금은의 유출과 시장의 확장을 가로막는 국가의 개입이 아니다. 스미스가 시장의 자유를 강조하고 국가의 개입을 반대하는 지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그러나 오늘날 스미스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이들에 의해 잘못된 스미스를 배운 많은 사람들은 그가 오늘날과 같은 자본주의적 모순에 의한 수많은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오직 시장을 통해서만 모든 문제를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오해하고 있다. 만약 스미스가 이 광경을 본다면 맑스가 그러했던 것처럼 자신은 신자유주의자가 아니라고 외치지 않을까? 국부론에서 그는 오히려 국부가 배분되는 과정에서 계급적 역학관계에 의해 노동자들이 충분한 임금을 받지 못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노동자는 노동임금을 올리기 위해 단합하는 경향이 있고, 고용주는 노동임금을 낮추기 위해 단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 쌍방 중 어느 쪽이 유리한 지위를 차지함으로써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기의 조건에 따르게 할 수 있는지를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고용주들은 수적으로 더 적기 때문에 훨씬 더 쉽게 연합할 수 있으며, 또한 법률과 정부기관은 고용주들의 연합은 인정해 주거나 적어도 금지하지 않지만, 노동자들의 단합은 금지하고 있다.'

 즉 스미스는 중상주의가 지배하고 있던 당시의 통념을 깨고 생산물의 양이 국부의 척도이며 이를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국가의 규제 철폐와 시장의 확장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지 사회 전체의 이익을 훼손하는 자본의 활동마저 용인하려 한 것이 아니다. 그는 오히려 계급투쟁에 대해서까지 언급하고 있었다.

 이제 스미스에 대한 오해는 어느 정도 풀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잘못된 편견을 벗긴 스미스를 온전히 받아들이면 되는 것일까? 애석하지만 그렇지 않다. 경제학은 그 시대적 상황에 대응해 발전해왔다. 중상주의에 대한 반발로 국부론이 나왔듯이 자본주의의 출현에 대한 대항으로 자본이 나왔고 대공황이라는 시대적 상황이 일반이론을 만들었다.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출현은 그에 대한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타자에 대한 억압과 착취, 구조적 차별이 발생할 수 없는 모든 주체가 그 자체로 존재하는 미-래(未-來)의 경제학이다. 나는 또다시 스미스와 맑스, 하이예크와 알튀세르, 프리드먼과 캘리니코스를 가로지르며 아직 오지 않은 이 시대의 경제학을 위해 책을 집어든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경제학을 위하여.



 병장 이영기 
 사실 심지어, 경제학자들조차도 오늘날의 사회를 모두 반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특히, 새고전학파 경제학자들 마저도 말이죠. 오늘날의 국제금융경제는 프리드먼 이래 통화론자-시카고학파 계보의 코어들만이 찬사를 보내고 있고, 많은 이들은 이 과정에서 무시되는 공평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요. 01-19   

 병장 김동욱 
 예전에 학교다닐 때 노동경제학 교수님의 말씀. 
" 경제학은 어제 나온 이론을 오늘 적용하기도 힘든 학문이라니까." 
 완전 동감입니다. 01-19   

 병장 강세희 
 영기님 / 네. 공감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보다 통화주의자들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 주변만 둘러봐도 프리드먼의 책들은 눈에 많이 띄지만 그 외의 경제학 관련 서적을 읽는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거든요. 물론 새고전학파쪽에서마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환영할만합니다. 다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이 얼마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가 문제겠지요. 보운님 나가시고 안타까워했더니 영기님이 등장하셔서 즐거웠습니다. 저녁드시기 전까지 영양가있는 글 많이 부탁드릴게요. 01-19   

 일병 박준연 
 머니터리즘이 우리 생활의 경험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수학적 기법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니.. 
 마르크스가 생각한 대로 우리 사회가 '진화'하기를 바라는.. 
 현실적으로는 미국의 압력에 영향을 받지 아니하고.. 
 탈미적인 독자적인 경제정책을 세우는게 제일 급선무가 아닐지.. 

 참, 세희형 오늘은 참 춥고 힘든 하루였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짝짝짝) 01-19   

 병장 이영욱 
 안타까운 현실은 사회는 변화 할 뿐 진화하지는 않는다는 것.. 01-19   

 일병 박준연 
 마르크스가 믿었던 명제, 
 즉 사회는 진화한다고 했던 말의 진위는 
 아직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확인된 바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