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생 나가는 나의 동기들에게 
 병장 김지민 04-02 14:11 | HIT : 413 





 교생 나가는 나의 동기들에게


 안녕 동기들아. 오랜만이다. 봄이라고 화사하고 거기도 새내기들이 화사하게 웃고 떠들텐데 너희들의 4학년 공부는 어떻게 잘 되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 싱숭생숭 하겠지. 봄날은 따뜻하고 꽃들은 마냥 화사하고, 새내기들은 재잘거리고, 봄날 같았던 새내기 시절의 너희가 다 어딨는지 궁금하리라 예상해 본다. 심지어 학업과는 멀리 떨어진 나마져도 감상이 그러니하니 말이다.
 사실은 어제 Y와 통화를 하다가 너희들이 교생을 나간다는 소리를 들었구나. 나 내일부터 교생나가잖아 라고 말하는 Y의 음성을 가만히 듣다가 나는 놀라서 몇 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하하, 하하. 하는 그 허무한 웃음이 딱 어울리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야. 내 동기들이 4학년이라는 사실도 실감이 안 나는데, 어느새 교생실습을 나간다는 소리를 듣자하니, 내가 4월 들어 병장 진급한 것 만큼이나 어색하고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푸헤헤 재밌다. 너희들이 교생이라니. 선생님이라는 임시 명찰을 달고 중삐리 고삐리들이 득실한 교실에 들어가 교단에 서서 칠판에 이름 석자를 적고 '반갑습니다 여러분' 이라고 말하게 된다니. 푸헤헤 재밌다 재밌어 재밌어서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커버렸다니. 너희 고등학교 갓 졸업해서 새내기라는 이름을 달았던 내 동기들 아니었냐, 미리 배움터 날 파전집에서 거나하게 술먹고 '선배님 제 이름은요! ㅇㅇㅇ 이에요!'라고 꼬장 부리던 너희가 아니었니. 유치하게 정시파 수시파 갈라서 야 야 붙어 봐 붙어 봐 하고 놀던 너희들 아니었니. 접때 강촌 기엠티 갔을 때, 산책 나갔던 너, 같이 자전거 탔던 니, 선배들 뒷담화 까며 동기가 최고라고 웃음짓던 우리 04학번 파릇파릇하던 너희들 아니었냐?

 그런데 교생이라니 무슨소리야.

 푸헤헤 재밌구나 재밌어. 눈물이 날 만큼 재밌구나

 헤헤, 아마 내가 울 엄니한테 '엄마 나 병장달아서 이제 리모콘도 잡아보고 채널도 돌려보고, 내무실로 친구들이 전화해도 돼'라고 자랑할때 울 엄니 맘과 비슷한 듯 싶다. 이상하구나 이상해. 변화가 갑자기 불쑥 느껴진다. 지나간 세월을 돌이켜보면 돌이켜 볼수록, 과정은 생략되고, 처음과 지금만 남아 순식간에 진화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구나

 그래 우리는 참 많은 세월을 보냈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들으면야 웃기겠지만, 우리 세월이 지나갔음은 교생이 말해주고 나의 병장계급장이 말해주고 있어. 그만큼 우리는 변한 것이 틀림없다. 너희는 정말로 예비교사로서의 한 몫을 행해 나가겠지. 아직 군바리의 탈을 벗어나지 못하는 나로서는 너희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유예기간에 있는 내가 정말 '예비교사'로서 나가는 너희들을 보면 말이다.

 아마도 너희들은 학교에 가서 이런저런 고생들을 하겠지. 생각처럼 말을 잘 듣지 않는 아이들, 통제되지 않는 교실, 자기 능력에 대한 한탄. 그리고 그만큼 재미난 일들도 많을거야. 우리 동기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듯이 아이들에게 인기캡 교생으로 자리잡는 녀석도 있을테고, 진심으로 따뜻한 학생과 선생님의 만남을 갖는 기회도 있을테지. 그것은 바로 우리가 배워왔던 선생님의 꿈이었으니.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 옳다면 옳을 것이야. 그것은 다 너희들의 것이구나

 앞서 말했듯 참 우습고 재미난 너희들의 교생실습이지만, 나는 웃음을 멈추고 너희들의 무운을 빈다. 교탁에서 너희가 꿈꾸어 왔던, - 비단 교직이수를 하면서 꿈꿔온 교육뿐만 아니라 학창시절에 그려왔던 교육까지도 - 교실안에 한가득 그려 볼 수 있는 너희가 되길 기원한다. 우리가 동기라는 이름 하에 서로 사랑했듯이 - 비록 사그라들었더라도 - 학생과 사랑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뜨거운 열정으로 싸우기도 했듯이 자신의 교육에 대해 고집도 부려보며, 우리가 04년에 입학해서 함께 꿈을 키워왔듯이 아이들의 꿈을 무럭무럭 자라나게 해줄 수 있는 교생, 나아가서는 진짜 선생님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너희들의 길은 곧 나의길이며, 너희들의 응원은 우리의 응원이기에.

 우습지만, 웃음이 아니라 글썽한 눈으로 너희들을 응원하련다.





 화이팅. 교생들아.




 병장 진규언 
 척척 뭉글뭉글한 글을 쏟아내시는게 참 부럽습니다. ...라는 말은 이제 너무 식상하니까 그만하기로 하고, 당해 기간동안 누구는 병장이 되었고.. 누구는 예비교사가 되었네요. 그 수화기를 내려놓을때의 지민님의 심정이 확확 가슴에 다가옵니다. 비슷한 경험을 했으니까요. 누구는 인생을 건 중대한 시험을 치르고. 누구는 취업을 하고, 누구는... 

 웃음이 아니라 글썽한 눈으로.. 04-02   

 병장 최숭규 
 축하드립니다. 김병장님 04-02   

 병장 이영준 
04 학번들이 교생이 되고, 졸업학번이 되었다는 것. 
 아직 피부로는 와 닿지 않는,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 듯 합니다. 
 지난번에 나갔을 때 친구 P가 또 다른 친구 N이 졸업 논문을 준비한다고 하였을 때 
 느꼈던 감정과, 지민씨가 느끼는 감정이 얼추 비스무리하리라 생각합니다. 
 정상적으로 입학하고, 학교 다니다, 군대를 왔음에도 불구하고, 
 되돌이켜 생각해 보면 참 아무것도 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월은 우리를 벌써 저만치 밀어내 '고학번', '사회준비생' 등의 이름으로 부르고 있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04-02   

 병장 신재곤 
 아. 교육학에 몸담고 계시군요..(........) 저도 국어교사 되는게 꿈이였었는데.. 

 같은 04학번으로서 왠지 동질감 느끼네요..제 동기들도..누구는 벌써 학원에서 수업하고 있고.. 

 올해 졸업하고 취업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04-02   

 상병 김명진 
 예비교사시로군요,, 

 저는 사대 다니다가 왔어요, 반갑습니다(웃음) 

 저도 제 동기들하고 가끔 통화하면 벌써 3학년이 되고 과 회장이 되어서 집행부 맡는다는 

 얘기 듣고 한참 웃었습니다. 

 언제까지 마냥 1학년인줄만 알았는데 벌써 3학년이 되었다니, 

 시간도 참 빠르긴 빠른가봐요, 

 여기서 죽치고 앉아서 매일 시간 안 간다고 투덜투덜 대고는 있지만요.. 

 지금 제 동기들은 공부하느라 힘들고 지친다고들 하고 있지만 

 저는 그래도 좋으니까 하루빨리 나가서 공부하고 싶군요.. 04-02   

 병장 김지민 
 숭규 / 에헷헷 감사합니닷 04-02   

 병장 오기환 
 참.. 9로 시작하는 학번을 가진 입장에서... 그냥 거시기합니다. 04-02   

 병장 김현동 
 지민씨의 글에 동감하며 크게 한숨을 뱉습니다. 쌉싸름하네요. 후후. 04-02   

 상병 최창우 
 저도 사범대... 03학번입니다. 
 동기들 몇몇은 기간제 교사로 활동을하거나, 취업에 한창 목을매고 있지요. 
 참... 느끼는것이... 
 바깥세상은 휙휙 지나가는데 우리들만 멈춰있는것 같은 기분이에요. 
 그 기분 느껴질때마다 소주한잔 생각납니다. 04-02   

 병장 박찬인 
 이건 단지 교생실습 나가는 친구들에게만 전하는 말은 아닌 것 같네요. 04-02   

 병장 박한아 
 군인 정말.......불쌍해 04-02   

 상병 이진호 
 저도 사범대생이고, 03학번인데 
 작년 이맘때쯤 제가 느꼈던 기분하고 너무나도 비슷해서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같이 웃고 떠들던적이 엇그제 같은데,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가네요 04-02   

 상병 한경표 
 참, 졸업학번이라니...학교는 1년도 안다닌거 같은데...다들 학교 휴학하고 시험 준비하는 친구들 보면 답답합니다...휴.. 04-03   

 일병 조준석 
 웃..저도 사범대 04학번인데 글쓴이가 느끼는 심정 완전 공감합니다.(울음) 04-03   

 상병 송지원 
 제 예전 여자친구는 올 5월에 결혼하고, 제 친구는 가을에 졸업을 한다고 합니다. 시간 참 야속하네요. 상대적 박탈감 그런걸 떠나서 그냥 괜히 슬픈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04-03   

 상병 박종일 
 저는 교원대 04학번인데, 저희 학교 특성상 동기들이 벌써 한번 교생실습을 갔다왔습니다. 
 이 달 말에 한번 더 나간다는 데, 저는 부러울 따름입니다. 교생실습 가서 찍은 사진이나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방명록에 글 남기는 중,고등학생들을 보면 질투심까지 느껴진답니다. 친구들은 '너도 곧 나갈거 아니냐'며 괜한 질투라 하긴 하지만 그래도 부럽네요. 수업준비 한다고 정신없다는 푸념조차도요... 04-03   

 상병 김정웅 
 우리는 진급만 했지 변한 건 없는 것 같은데, 

 사회에 있는 이 들은, 특히 20대의 나이때에, 너무나 빨리 변하는 것 같아요. 

 언제나 함께 했던 이들인데, 이 글 읽으니까 아쉬움이 밀려 오네요. 04-04   

 병장 김평진 
 박종일 병장님 같은 학교이시네요 (웃음) 반갑습니다. 전 03학번입니다. 

 정말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저는 대학 2학년 시절로 시간이 멈춰있는데 
 동기생 대부분 졸업을 하고, 벌써 교사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시간이 많이 지난것을 느낍니다. 
 대학시절 동기들과 함께 했던 추억은 모두 기억 저편으로 보내야 하니까요. 04-04   

 상병 박종일 
 헉! 03학번!! 전 04학번입니다. 좁고 사람 없는 학교 특성상 몇번 마주쳤을듯 하네요~ 
 저도 복학할 때면 동기들이 모두 졸업할텐데.. 
 좀 씁쓸합니다. 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