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칭에 관한 잡담 
 병장 이승일 01-18 00:43 | HIT : 202 





 향기로운 봄바람에 같은학번 여학생들의 미니스커트가 살랑살랑거리던 새내기시절,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나는 미친척하고 물리학 전공수업을 들었다. 기대만큼 재미도없고 따분한 고전역학을 배웠는데, 어느날 여학생들의 마음만큼이나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그것은 '각운동'에 대한 것이었다. 당구공에 시내루를 먹인다거나, 축구공에 스핀을 먹여서 베컴같은 프리킥을 찬다거나 할 때 고려되는 물리현상이 바로 각운동이다. 
 각운동에는 직선운동에서의 힘과 유사한 개념이 있는데 그것을 토크torque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당신이 아름다운 여자와 포크댄스를 춘다고 생각해보자. 여자는 손을 높이 치켜들고 당신은 그녀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살포시 고정시켜 축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허리 부분을 잡고 그녀를 돌린다. 그녀는 오직 당신의 힘에 의해서 빙그르르 돈다. 물론 이것은 실제로 춤을 추는 방식이 아니며, 이 여자는 자신이 팽이취급 당했다고 느끼면서 다른 파트너를 찾아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단은 그녀가 이런 방식에 만족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당신은 그녀를 계속  회전운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문제를 간단히 하기 위해 당신이 그녀의 허리에 가하는 힘은, '허리의 접선방향'과 일치한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이 때 당신이 그녀에게 가한 토크는 "허리에 가한 힘 X 그녀의 허리둘레" 로 계산할 수 있다. 토크란 고정된 원점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진 곳에, 얼마나 강한 힘을 가해서 물체를 회전운동시키고 있는가를 말해주는 개념이다. 당신이 가한 힘이 클 수록, 그리고 그녀의 허리가 가냘픔과는 거리가 멀면 멀 수록, 토크의 값은 커진다. 이 토크에 그녀의 질량을 곱해주면 당신이 그녀에게 가한 각운동량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토크는 벡터값이다. 다 알다시피 벡터는 방향이라는 요소를 지니고 있다. 토크의 방향은 힘의 방향과 수직 방향이다. 당신은 지표면에 수평방향으로 그녀에게 힘을 가했다. 그렇다면 토크의 방향은 지표면에 수직인 방향이 될 것이다. 지표면에 수직인 방향에는 두가지가 있는데 높이 든 여자의 손끝쪽 방향과 지표면 방향이다. 만약 당신이 여자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렸다면, 토크의 방향은 위쪽이 된다. 시계방향으로 돌렸다면 그녀의 하이힐 쪽이 토크의 방향이 된다. 이것을 '오른손 법칙'이라고 한다. 오른손으로 "따봉" 모양을 만들면, 네 손가락이 가르키는 방향이 힘의 방향, 엄지손가락이 가르키는 방향이 토크의 방향이 된다.)

 아리따운 물리학과 여학생들(이것은 사실이다. 이상하게 물리학과에 이쁜 여자애들이 많이 있었다.)사이에 파뭍혀 나는 이런 내용을 배웠다. 그런데 토크에 관해 배우고 나서 나는 뭔가 참을 수 없는 불편함을 느꼈다.  나는 토크가 힘의 일종이라고 여겼다..그렇다면 토크의 방향은 곧 어떤 힘의 방향이라는 소리가 아닌가? 내가 나의 파트너를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린다면 그녀는 토크의 방향, 즉 하늘쪽으로 힘을 받는단 말인가? 그래서 내가 충분히 세게 돌리거나 그녀의 허리가 충분히 두껍다면, 그녀는 하늘로 솟구칠 수도 있단 말인가!?  이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왜 '하필' 오른손법칙이냐 하는 것이었다. 왜 하필 그쪽인가? 반대쪽이면 안되나? 아니, 반대쪽이어도 이상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양쪽 방향중 하나가 선택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것은 완전히 비대칭적이다.  내가 지금껏 살아온 우주에서 그런일이 일어날 수는 없고 또 없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심지어 그것이 아주 기초적인 자연법칙의 하나라니!? 맙소사.

 그러나 더더욱 놀랍게도 수업 중 그 누구도 이것을 의아해하는 사람이 없었다. 도대체 나만 이상하게 느끼는건가? 다들 아는데 나만 모르는 뭔가가 있는건가?

 나중에서야 알게된 일이지만, 토크의 방향은 벡터의 cross product 계산방식에 의해 그냥 임의적으로 '정의된' 것이었다. 이것은 벡터계산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 토크의 방향은 힘의 방향을 의미하지 않는다. 반지름의 방향과 힘의 방향이 x축과 y 축을 이미 써버렸기 떄문에, 또 하나의 독립적인 벡터값을 정의하기 위해 할 수 없이 z 축을 사용한 것이고, 위쪽과 아래쪽 중에 그냥 위쪽을 택한 것 뿐이다... (즉 왼손과 오른손 중에 그냥 오른손을 택한 것 뿐이다.)  그러나 이런 기초적인 내용조차 모르고 수업을 들었던 나에게 토크는 나의 무의식적인 믿음에 대한 무시무시한 도전이었다. 토크의 방향이 하필 오른손법칙에 따른다는 것을 받아드릴 수 없었던 이유는, 무의식적으로 대칭성에 대해 강한 믿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난 이 내용을 도저히 이해할 수도, 받아드릴 수도 없어서 수업이 끝난 후 교수에게 찾아가 질문했다. 그런데 교수가 하는 말이 더 가관이었다.

" 응.... 그거 원래 그쪽으로 작용해요. 서부영화같은거 보면 마차도 항상 왼쪽 바퀴가 빠지죠. 왼쪽바퀴에 바깥쪽으로 힘이 작용하니깐 그런거에요."

' 헉.....' 

 교수의 말은 나를 패닉상태에 빠뜨렸다. 교수는 아마 농담을 했거나, 나를 농락했던 것이 분명하다. (근데 지금 생각해봐도 농담치고는 너무나 정교하다. 솔직히 그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정말 모르겠다. 비전공자이자 1학년인 내가 자기 수업을 듣고 있는 것이 못마땅했을지도 모른다.)
 어쨌건 나는 그의 말을 완전히 진지하게 받아드렸고, corss product 를 알기전까지, 그러니깐 대략 10일동안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거의 미칠지경이 되었다. '세상이 그대를 속인' 느낌이랄까. 내가 지금까지 이런 말도안되는 세상에 살았다니. 아주 기본적인 물리법칙에 대칭성이 없다니. 
 보다 경악스러웠던 것은 이러한 비대칭성에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나는 두명의 친구들에게이 문제를 '상담' 했다. (한명은 (잠재적)경제학과 였고 한명은 (잠재적)법학과였다.)  나는 내가 이해한 방식으로 그들에게 설명했다. 

" 팽이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위 쪽으로 힘을 받는다는게 말이 되냐? 그럼 헬리콥터는 프로펠러만 빨리 돌리면 공기가 없어도 위로 날겠네? "

 이런식으로 말하며 나의 '억울함' 을 호소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의 대답은 "흠.. 신기하긴 하군. 근데 그럴 수도 있지 않아? 그러면 뭐 안돼?" 였다.
 나는 거의 그로기상태에 빠졌는데, 그 이유는 이제 물리법칙에 대칭성이 없다는 것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대칭성에 대한 나의 감각이 결코 보편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내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끼고 있던 어떤 미학적(?) 감각이 나혼자만의 착각이라면 이보다 더 슬픈 일이 어디있겠는가? 

 벡터에 대해 공부하고 나서야 나는 나의 비극적인 무식함을 깨달았고, 댄스 파트너가 아무리 뚱뚱해도 하늘로 솟구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사건을 통해 나는 대칭성에 대한 나 자신의 (지나칠 정도로) 강력한 믿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난 그것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나중에 알게된 바에 따르면, 당연하게도 이 느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에게 상담을 해준 두 친구를 제외하고는.) 과학자들 역시 대칭성에 대한 믿음을 토대로 숨겨진 물리법칙들을 찾아내는 일이 종종 있다. 물론 이 때의 대칭성은 좀 더 추상적인 수학적 대칭성이지만. 

 이야기가 좀 이상하게 끝나가는 것 같은데 (.....) 아무튼 미학적인 '느낌' 과 자연의 법칙 사이에 어떤 일치성이 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매우 신기하게 느껴진다. 비트겐슈타인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텐데, 왜냐하면 그는 단지 우리가 대칭이 되는 방식으로 자연을 보기 때문에 그런것이라고 말 할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소립자물리학에서는 대칭성을 위배하는 소립자의 분열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30년도 더 된거니깐.) 이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것은 말 그대로 물리법칙의 찐빠를 의미할 수도 있지만, 더 높은차원에서의 대칭성이 아직 발견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아주 흥미로울 것이다. 

.... 잡담이라고 했으므로 걍 막 이렇게 끝내도 되겠지 (......) 막 이러고. 





 일병 구본성 
 예전엔 장래희망이 물리학자라고 감히 말했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토크도 이해가 안가네요.. 수학2에 나오는 벡터계산도 다 잊었네요.. 슬픕니다. (진짜로?) 01-18   

 병장 성태식 
 헛. 지표면에 수평한, 시계방향으로 도는 물체는 오른손 법칙에 의해 아래쪽 방향이 아닌가요? 
( 긁적) 

 본성//저도 어렸을때는 장래희망이 과학자였고, 중, 고딩, 대딩때도 물리에는 자신 있었는데... 
 이젠 미분과 적분도 가물가물... 그 슬픔에 진심으로 동감합니다.(엉엉) 
 역시 난 그때 컴터과가 아니라 물리학과를 가야했어.. 물리학과를 가야했어.. 물리학과를... 01-18   

 병장 성태식 
 소립자 물리학에서 대칭성이 지켜지면, 불확정성의 원리가 깨진다고 하더군요. 


 마지막으로... 벡터건 토크건 인간이 편하게 다루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 아닌가요? 

 토크의 화살표가 위쪽으로 간다고 해서 물체에 힘이 위쪽으로 가해지는게 아니라, 

 단지 화살표가 아니면 3차원 공간에서 일어나게 마련인 

 회전운동의 모든 측면을 표시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역시 승일씨와 저는 세계관이 다르군요. 

 그러니 어서어서 일전에 말씀하신 글 올려주세요~ (캬득) 01-18   

 병장 이희웅 
 대충 쓱 지나가본 결과 물리적인 이야기라... 
 제가 너무나도 모르는 이야기라 패스~~(웃음_) 01-18   

 병장 정준엽 
 한편 소립자물리학에서는 대칭성을 위배하는 소립자의 분열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30년도 더 된거니깐.) 이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것은 말 그대로 물리법칙의 찐빠를 의미할 수도 있지만, 더 높은차원에서의 대칭성이 아직 발견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아주 흥미로울 것이다. .... 

 아무리 잡담이라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끝내는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어요!!! 


 요구사항 1. 소립자의 비대칭 분열에 관한 글을 쓰라!!! 01-18   

 병장 이영준 
 소립자의 비대칭 분열에 관한 글이라.. 
 저는 이해를 못할 듯 하니 요구하지 않겠어요. 01-18   

 병장 이영기 
 업-다운, 참-스트레인지 얘네들 얘기 아닐까요? 01-18   

 상병 김현동 
 아. 진짜 웃겨 크크크크. 
 소설로 써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거의 초기 체홉 수준의 단편이 나올 것 같은데! 
corss product를 모른 상태에서 자살을 한다거 병들어 죽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결말만 조금 바꾸면. 01-18   

 상병 조윤호 
 저 상황에서 토크는 허리에 가한 힘 곱하기 허리지름(?) 아닌가요? 

 저는 토크 공부할때 그냥 따봉법칙 아주 자연스레 받아들였던거 같은데 허허. 
 병진운동공부하다가 회전운동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직관과 맞지 않아 상당히 
 애먹었던 기억은 납니다. 

 대칭이야기가 나와서 괜히 적어보자면 

 물리적 의미의 대칭이란. 
" 임의의 대상에 어떤 조작이나 변형을 가했을 때 변형 후에도 변하지 않는 성질이 있다면, 이 성질을 그 변형 과정에 대해 대칭이라고 말한다." 
 라고 헤르만 바일 이라는 교수가 말했습니다. 

 아 그리고 참고로 저희학교 물리학과여성분들은 
 좀.. 01-18   

 병장 이승일 
 윤호 / 아 그러네요. 둘레가 아니죠. 정확히 하면 허리 반지름이죠. 쩝. 
 태식 / 웅 ... 
 준엽 / 파이 중간자 분열 이야긴데 참고서적 찾아보지 않으면 저도 알 수가 없... 01-22 * 

 병장 김청하 
 그러고보면 나도 오른손법칙 배우면서 의아해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