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청춘과 방황 05년도 3월, 저는 선배가 되었다는(제가 04학번입니다) 황홀경에 허덕이며 부어라 마셔라를 반복하던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마 그때 쯤 저희 학교 앞에 '틈사이라면' 집이 생겼을 거에요. 회기동 주민의 전형적인 패션으로 알려진 추리닝에 면티, 슬리퍼를 끌고 제 동기와 해장을 하러 그 집에 들어갔습니다.



본인 " 야! 뭐 먹을래? 세트로 먹을까? 배고프다."

동기 "해장엔 '빨개똑'이 최고지! 세트 B로 먹자.."

본인 "나 매운거 잘 못먹는데.."

동기 "괜찮어. 지금 뒤집어진 속을 한번 더 뒤집어 주면 해장이 된다니깐.."

동기 "사장님, 여기 세트B로 주세요.."



주접과 함께 우걱우걱 먹었습니다. 밝혀두었지만 저는 매운 음식에 무척이나 약한 사람입니다. 불닭집에 가서 가장 순한맛을 주문해 먹어도 난리브루스를 치며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는 타입이니까요. 허나 이상하게 그날따라 빨개똑이 잘 먹히더군요. 저는 라면을 먹으며 제 동기 녀석에게 한마디 건냈지요. 


"야! 나름 기대하고 먹었는데, 별로 맵지도 않다.."


별로 맵지도 않다.
별로 맵지도 않다.
별로 맵지도 않다. 
라는 말이 사장님의 귀에 메아리처럼 울려퍼졌는지, 사장님께서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시더군요.


사장님 "학생들, 새걸로 다시 끓여줄게요. 잠시만 기다려봐요" 



그땐 무슨 자신감에 차 있었는지, 저는 당당히 말했답니다.



본인 "네! 조금 더 맵게 끓여주세요." 




무척 매웠는데 사장님에게 자존심을 굽힐 수 없어 새로 나온 라면을 국물까지 모두 마시고, 저는 가게를 뛰쳐나가 골목길 한켠에서 쭈그려 앉아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고 헥헥거렸었어요. 침이 흐르고 찔끔찔끔 눈물이 나더군요.(먼산) 

태어나서 가장 맵게, 맛있게, 추억이 남게 먹었던 라면이었지요. 여담이지만 사장님은 그 라면 값은 받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저는 그곳을 두번 다시 가지 않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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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병장 방원우  
 무서운라면..
2007-11-08 10:04:06 | ipaddress : 5.12.1.94  
  
 틈사이라면 , 빨개똑 흐흐 
근데 생각보다 심하게 맵지는 않더군요. 국물은 좀 맵긴하지만요 (웃음)
2007-11-08 10:54:27 | ipaddress : 18.2.1.67  
  
 죽을지도 몰라요..허허..사장님의 포스!

2007-11-08 13:21:55 | ipaddress : 38.9.5.58  
02|병장 장윤호  
 매운 맛은 실제로는 '통각'의 일종이라죠. 저는 그래서 매운게 싫습니다...(웃음)
2007-11-08 13:44:32 | ipaddress : 48.1.2.227  
02|병장 황인준  
 좋은 추억이네요(?).
저 역시 매운건 진짜 못먹는다는..


2007-11-08 14:51:40 | ipaddress : 52.1.8.185  
02|병장 이기중  
 마지막 줄의 느낌이, 반전이랄까 여운이랄까 뭔가 굉장히 강렬하네요.(웃음)
2007-11-08 15:08:52 | ipaddress : 56.4.2.227  
02|상병 박상욱  
 침이 고이고 있습니다. 이제 삼켜야겠네요
2007-11-08 15:32:00 | ipaddress : 48.2.151.48  
  
 쓴 것을 다시금 읽어보니 무척 슬픈 이야기 같아요..(땀땀)

2007-11-08 15:43:32 | ipaddress : 54.1.35.179  
03|병장 김상혁  
 매운거 저도 좋아라합니다


2007-11-08 16:29:04 | ipaddress : 38.11.16.106  
01|병장 정경준  
 제가 하숙하던 동네의 틈사이라면 빨개똑은 뭐랄까 '맛없게' 매워서 먹고 나면 속이 쓰라렸답니다. 그래서 전 그냥 개똑을 즐겨먹었어요. 다른 동네 틈사이라면은 '맛있게' 맵던데.
2007-11-12 16:39:48 | ipaddress : 52.2.6.191  
06|병장 구동진  
 표정이 생생하게 기억될려고 하네요.. 후후...

2007-11-13 14:35:26 | ipaddress : 26.64.8.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