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노무사는 노동관계법령에 의한 각종 권리구제의 대리 및 인사․노무관리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노동관계업무의 원활한 운영과 인사노무관리의 합리적 운영 및 개선을 도모하는 노동관계전문가를 말합니다(출처 : 최근 3년간 공인노무사 1차시험 기출문제 해설, 공인노무사 수험연구회 편저)

공인노무사를 찾는 사람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노동자(근로자) 아니면 자본가(사용자)죠. 노동자는 부당해고나 부당노동행위를 당했거나 임금을 체불당하고 있다거나 등등 개인적인 피해의 구제를 위해서, 또는 단체협상에서 노동법과 인사노무관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의 도움으로 협상의 우위를 차지하고자 노무사를 찾게 됩니다. 반대로, 자본가는 자신의 노동자에 대한 불이익 행위가 노동법 위반이 아님을 변호하기 위하여, 그리고 단체협상에서 역시 우위를 점하기 위하여, 마지막으로 합리적인 인사노무관리를 위하여(즉, 최대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인력을 배치하기 위하여, 좀 더 단순히 말하자면 짜낼 수 있는 대로 짜내기 위하여) 노무사를 필요로 합니다. 결론적으로 노무사는 그를 찾는 사람의 종류에 따라 크게 두 종류의 일을 하지요. 노측의 대리인 아니면 사측의 대리인.
(커리어가 좀 쌓이면 노동위원회나 근로복지공단 등에서 일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는 위의 두 사람의 싸움의 심판 역할 같은 걸 하게 됩니다. 일단 이건 패스)

이 두 종류의 업계에서 어떻게 먹고 사느냐에 따라 좀 더 세분화해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①대기업 노조나 총연맹 등의 단체에 고용되어 먹고사는 경우가 있을 것이고, ②개인 혹은 노무법인 사무소를 차려 개별 사건(부당노동행위나 단체협상, 노동쟁의)으로 먹고 살 수 있을 겁니다. 후자의 경우, ③사건이 발생했을 때나 컨설팅이 필요할 때마다 기업에서 개인이나 노무법인을 찾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주로 ④기업에 고용되어 인사노무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경우가 더 많지요. 즉, 클라이언트가 근로자냐 사용자냐, 그리고 고용되어 있느냐 프리랜서냐에 따라서 대략 네 가지의 형태로 나눌 수 있다는 겁니다.
공인노무사가 요즘 감정평가사와 더불어 뜨는 자격증의 하나라는데, 이는 주로 ④번의 수요가 늘어난 것 때문입니다. 언제는 사업주들이 경쟁을 하지 않았겠느냐마는 IMF이후 흔히들 말하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진입한데다, 98년 각종 노동관계법령의 개정으로 정리해고가 인정되었고 비정규직이 늘어나게 되었지요. 게다가 유명한 노동인권변호사였던 분의 신분상승 덕에 귀족노조들은 마구 파업을 하게 되었고(헛헛). 해서 기업들은 노동법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합리적으로 인사관리를 할 필요성(다시 말하자면, 법망을 피해서 최대한 짜낼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공인노무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의 취직전망은 밝아지게 되었다고 하네요.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말고는 가진게 없어서 자본가에게 노동을 팔고 가치를 생산하는, 세상을 움직이는 훌륭한 사람들이고 자본가는 하는 일도 없으면서 노동자가 생산한 잉여가치를 착취하는 나쁜 놈들이라는 마선생의 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①, ②번의 노무사는 좋은 편이고 ③, ④번의 노무사는 나쁜 편입니다. 특히 ④번은 악질이죠. 저 같은 경우엔 그 이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대체로 긍정하는 편이라 ④번 같은 건 절대 못합니다. 마침 노측 사건만 받아서 하는, 아는 선배들이 차린 노무법인도 있구요. 하지만 정의의 길은 험난한 법(냐하하), ②번과 ④번의 월 평균 수입은 그야말로 극과 극입니다. 삼성그룹 법무실 소속 변호사와 돈 안 되는 인권변호사만큼의 차이는 아니더라도 말이죠.

시험과목은 노동법, 경제학, 민법, 인사노무관리론 등입니다. 사학 전공자인 저로서는 모두 다 생소한 학문이지요. 법이란 것도 생판 처음 보고, 경제학은 고등학교 이후 처음이고, 인사노무관리는 회사에서 일을 해봤어야지...해서 문득 든 생각은, 경제학이나 인사노무관리론이 과연 ②번의 길을 걸어갈 나에게 필요한 것인가? 라는 의문이지요. 제가 생각하는 ②번의 노무사가 하는 일은 간단합니다. 노동자한테 임금체불하고 노조 만든다고 해고하고 단체교섭을 해태하는 사용자들을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및노사관계조정법의 이름으로 때려잡으면 됩니다. 경제학이나 인사노무관리론은 노동과 자본의 한계대체율 그래프를 그리며 합리적인 경영을 고민하는 ④번의 노무사들에게나 필요한 것이지요.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본다면, 노동법으로 지켜줄 수 있는 노동자의 권리는 그야말로 최소한입니다. 최저임금만 받아서 먹고 살기는 힘들지 않겠어요? 그래서 ②번의 경우에도 레벨업을 좀 해서 단체협상에 관여할 수준이 되면 ‘정리해고를 하거나 임금을 동결하지 않아도 이러이러하게 하면 니들 돈 잘 벌 수 있다’며 사측 입장까지 고민해줘야 단체협상을 잘 끝낼 수 있기에 법만 들이대선 한계가 있겠네요. 아아, 원래 노동조합이란건 근로조건의 유지 ․ 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 ․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인데 한국의 노동조합은 기업의 생산실적과 시민의 불편함까지 고민해줘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떠맡고 있지요. 덕분에 저까지 이 무슨 고생입니까.

별로 궁금해 할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이런 이야기를 주절주절 쓴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제가 공부하는 모습을 누가 보면 의례 이루어지는 대화가 있어요. ‘그건 뭐냐’ ‘노동법입니다’ ‘너 사시 공부하냐’ ‘사시는 아니고 공인노무삽니다’ ‘공인 뭐?’ ‘공인노무삽니다’ ‘그게 뭔데?’ ‘......’ 인제 물어보는 사람이 있으면 여기 와서 이 글을 보라고 하려구요. 물론 광부들한테는 여전히 묵묵부답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보안사고를 막는 길이겠지만.
둘째, 여기에서 다른 사람들은 고민이 가득 담긴 훌륭한 글을 마구 쏟아내는데 가끔씩 와서 성의없는 리플이나 툭툭 던져대는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서.
셋째, 경제학 공부하기 싫어요. 그냥 푸념할 데가 없어서.
넷째, 나중에 제대하고 시험 붙고 나면 먹고 살아야죠. 여기서 미리 영업을 좀 해두는 겁니다. 필요하면 연락주세요. 떼인 월급 받아드립니다.(설마 이거 상업적인 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