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툭 까놓고 말해서 우리에게 공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 이 사회에는 우리가 이용할 공간이 충분히 있다. 물리적으로든 온라인상으로든 어떻게든 존재해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제한을 받은 적이 없다. 문제는 그 속에 존재하는 콘텐츠였지 공간 자체는 아니었다.

  나는 솔직히 사람들이 어떤 광장을 기대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지나치게 불만이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개방적인 소통의 공간, 진짜 리얼한 공간이라고 말하는데, 나는 어떤 공간이 가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체인점 커피숍을 싫어하고 획일적인 공간은 싫어한다. 그것은 단지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뭐, 기호라는 건 확실히 존재하는 것이고 나에게는 그것을 취사선택할 충분한 여유가 있기 때문에 크게 불만은 없다.

2.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공간의 구성이다. 나는 일단 공간을 몇 가지의 특징을 들어 구분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공간-활용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여러 가지 견해가 있겠지만 나는 공간을 공원, 커피숍, 영화관, 그리고 집으로 구분하고 싶다. 그리 거창한건 아니다.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공원으로서의 공간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공원은 테마파크가 아니다. 강변의 공원이나 산책로, 벤치 같은 공간을 의미한다. 이 공간은 특별히 목적성을 갖지도 않고, 특별한 구성물도 없다. 따라서 이용자는 이곳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 담배를 피울 수도 있고, 책을 볼 수도 있고, 낮잠을 잘 수도 있다. 이젤을 펴놓고 그림을 그리던지, 노래를 부를 수도 있고, 태극권을 연습할 수도 있다. 창피해서 어떻게 그러냐고? 나는 할 수 있다. 당신이 못하는 건 당신의 탓이지 공간의 탓이 아니다. 어쨌든 공원은 그런 목적 없는 백지의 도화지와 같다.

  공원을 마음껏 이용할 수 없는 누군가를 위해 친절하게 그 이유를 설명해 주도록 하겠다. 그건 그들에게 공원이 (비록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더라도) 커피숍이기 때문이다. 커피숍에는 사람이 있다. 보고 듣는 귀가 있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빈 공간이 아닌 공간이 된 것이다. 이로 인해서 우리는 약간의 자유를 억압당하게 되지만 여전히 약간의 자유는 남아있고 콘텐츠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여전히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노트북을 펴놓고 작업을 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할 수도 있다. 나라면 게임도 당당하게 하겠지만 남들도 그럴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공원과 커피숍의 차이는 타인의 개입과 더불어 만남의 공간도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공통의 관심사를 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함께 무언가를 할 수도 있다. 공원에서처럼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는 없겠지만 소통의 공간으로써 커피숍은 그 가치를 갖는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공간이 영화관으로 이용되면 공간의 주인이었던 ‘나’는 주체에서 객체로 밀려나게 된다. 자유를 박탈당하게 되는 것이다. 자의에 의해서 갔든 타의에 의해서 갔든 일단 영화관에 들어갔다면 영화를 봐야한다. 중간에 언제든지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 있다면 마음이 한결 가볍겠지만 꼭 그럴 수 있다고 장담은 하지 못하겠다. 이 공간에서 ‘나’는 의무적으로 콘텐츠를 사용해야 한다. 더 이상 공간의 주인은 ‘나’가 아니고 이제는 ‘공간’이, 그리고 공간이 제공하는 콘텐츠가 주인인 것이다. 때문에 더 이상 ‘나’ 라는 존재가 목적을 정하는 게 아니라 ‘공간’이 정해준 목표를 향해 달리게 된다. 
  영화관이라고 해서 소통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소통마저 콘텐츠에 의해 제한을 받게 된다. 영화관에서는 영화이야기를, 미술관에서는 미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정석이다. 콘서트 장에서 시험이야기를 꺼냈다면 이미 그 공간은 콘서트장이 아니게 될 것이다. 만약 당신의 친구가 친절하다면 ‘닥쳐’라고 말하며 당신의 정신을 다시 친절하게 콘서트 장으로 불러들여줄지도 모르겠다. 아마 당신이 할 수 있는 말은 “이노라 좋다.”, “저 배우 예쁘다.” 정도일 것이다. 
  영화관에서 은근슬쩍 시도하는 스킨십의 경우는 논외로 하겠다. 그의 정신은 이미 공간을 초월해 있기 때문에 논의가 되지 않는다.

  나는 그 외에 집이라는 공간을 분류하려고 한다. 집은 공간 중에서도 특별하다. 대부분의 공간과 다르게 이 ‘집’ 이라는 공간은 오직 집의 소유자를 위해서 존재한다. 오직 ‘나’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공간, 그것이 아마 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집에서는 못할 것 같아.’
  나는 도무지 이 말의 의미를 이해 할 수가 없다. 집에서 하지 않으면 어디서 해야 한단 말인가. 언제부터 섹스가 집에서 하는 게 아니고 모텔에서 즐기는 콘텐츠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원칙적으로 집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간을 독점 한다고 해야 할까? 유일하게 인간이 온전하게 자신만을 위해서 소유하는 곳 그곳이 집이라는 공간일 것이다.

3.
  이 세상에는 그 외에도 특수한 공간이 많을 것이다. 아마 내가 분류하는데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나의 목적은 여기서 이 분류를 완성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 분류를 제시한 것은 이 분류 과정에서 사용된 분류 기준을 언급하기 위함이다. 약간만 발상을 전환해 보자. 우리는 당연히 어떤 장소에 목적성을 부여한다. 식당은 밥을 먹는 곳이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기도 하다. 회식은 고기 집, 미팅은 호프집, 데이트는 놀이동산 식으로 미리 장소와 목적을 매칭 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공간의 물리적 의미를 초월한 공간을 살고 있는 것이다. 
  아이스크림 집과 커피숍은 내가 보기엔 거의 같은 공간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아이스크림 집과 커피숍을 다르게 분류할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우리가 공간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에 따라 공간을 다르게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해준다. 위에서 제시한 4가지 분류항목도 개인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것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이미 많은 부분이 고정관념에 이끌려 영화관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MT는 강촌이나 대성리로 가야 한다는 생각은 나를 놀라게 했다. 나는 강촌이나 대성리로 MT를 가본 적이 없는 까닭이다. 대학생활을 2년 반이나 했는데……. 그래도 난 동아리방 MT는 해봤다. 동아리 방에서 무슨 MT냐고? 그걸 비웃는다면 이미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거라고 말 해주고 싶다. 뭘 해야지만 MT라고 불릴 수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경험상 MT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아리 방에서도 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더 많은걸 할 수 있었던 거 같다.
  동아리방 MT가 선입견에 대한 탈피라고 한다면 미지의 공간에 대한 선입견 부재의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 하나 예를 들어보자면, 내가 초등학교 5학년쯤에 우리 동네에 처음으로 PC방이 생겼다. 이때 PC방은 어떤 공간이었나 하고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때 PC방은 정말 순수하게 게임을 하는 게임방이었다. 그때는 아직 PC방의 목적에 ‘혼자 있을 때 시간 때우기’, ‘새벽에 문을 연 곳이 없을 때 시간 때우기’, ‘데이트하기’의 기능이 없었다. 나에게는 PC방이 데이트코스의 하나가 되었는데, PC방이 어떻게 데이트하는 공간이 되었는지 지켜보는 것은 사실 매우 흥미진진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은 시도와 경험을 통해 공간에 새로운 목적을 부여하게 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4.
  결국 인간은 경험이나 간접체험 등을 통해 공간에 목적을 부여한다. (미리 공간에 목적을 부여하는 게 고정 관념을 만들어 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공간-목적의 목록들이 변화하지 못하는 게 고정관념이지 공간-목적 관계 자체에 고정관념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는 이 공간과 목적 사이를 매칭 시켜 일종의 테이블로 기억하고 있다가 어떤 행동을 하려 할 때 (목적이 생겼을 때) 이 테이블에서 적당한 공간을 검색해서 몇 개의 장소를 골라낼 것이다. 그곳은 아마 커피숍과 영화관일 것이다. 어쩌면 집일지도 모르겠으나, 이미 목적을 갖고 장소를 선택한다는 것 자체에서 공원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나는 여러분이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는 모르지만 여러분이 원하는 그 공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는 말해줄 수 있다. 그 공간을 찾지 못한다면 이는 아마도 여러분이 갖고 있는 공간-목적 관계목록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공간은 여러분의 머릿속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적어도 여러분이 있다고 믿으면 있는 것일 것이다. 

5.
  공간은 어디에나 있기에 불만이 없다. 
  다만 사람이 없을 뿐이다. 논의할 공간은 있는데 논의할 사람이 없을 때, 놀 공간은 있는데 놀 사람이 없는 것, 소통의 공간이 있어도 소통할 사람이 없는 것.
  사실 나는 이것이 근본적으로 우리가 공간에 불만을 느끼도록 착각을 만드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공간에는 불만이 없다. 사람에 불만이 있을 뿐…….

------------------------------------------------------------------------------------------
승진씨의 글을 보고 작성했는데... 이미 쓸 내용이 리플로 다 논의가 되어버렸군요...(좌절...)



일병 이승진 
  준우님, 하하. 왠지 항상 삼박자맨이시네요. 선리플. 2009-07-09
08:23:54
  



병장 차종기 
  요지는 공간은 있으나, 공간을 사용하는 법을 모르는 거다. 라는 건가요. 
흐흠, 2009-07-09
08:26:40
  



상병 김정민 
  제겐 아주 신선한데요? 

이건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아할 문제인거 같네요. 
왜 데이트 = CGV, 별다방이 되었나. 
공간와 사유의 개념 말고, 공간과 사유 그리고 물질의 개념으로 확장해서 생각해봐도 흥미진진하네요. 뭔가 속에서 올라오는 것 같아요. 오... 2009-07-09
08:35:47
  



상병 이기범 
  준우씨 말처럼 공간은 분명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찾아내고, 없다면 창조해 낼 방법을 논의해 보아야 합니다. 밖에서 한창 진행되고 있을 책마을 시즌투- 이솔넷도 그 시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봤을때, 일상속에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강요받고 있는 공간의 권력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본인의 기호. 에 따라 주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면 그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허나 그 기호라는 것도- 어쩌면 이미 공간이 강요하는 폭력에(공간 자체든, 콘텐츠의 문제든) 영향을 받아 설정 된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한번쯤은 품어보아야 할 것입니다. 2009-07-09
08:40:01
  



일병 이승진 
  준우님의 요지를 제가 잘 파악했는지 모르겠지만. 격한 말로 '공간은 다 준비되어 있는데 다만 사람들이 놀 줄을 모른다.'할 수 있을까요.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러블리한 문구가 생각나는건 저뿐인가요. 

그러나, 일단 제가 문제 삼고 싶은 것은 '공간은 다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겁니다. 
즉 제가 말씀드린 공간이란 그만큼 사유화 되지 않고 개인의 자율성이 전제된 공공의 영역이라는 말이죠. 손만 대면 황금으로 변해버리는 이 시대에- 사랑도 발렌타인 쳐컬릿으로 표현하는- 과연 놀 줄 아는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요. 그리고 그 개인을 탓하기 전에 그렇게 내몰릴 수 밖에 없는 이 소비문화 자체를 명확하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PC방으로 데이트를 하러 가는 것 자체도 맥락자체를 빠져나가는 해답은 될 수 없습니다.난 카페,난 술집? 흠 식상하군. 난 둘댜..가 아니라(아아..) 어떤 사유화 된 공간 자체를 빌어서 우리가 '놀'수밖에 없는 것 자체가 이미 공간 주권을 잃었다고 표현할 수 있겠죠(공간주권이라는 말이 정확히 이런 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일단 있어보이려고 일지도 모르겠음) 

좀더 자세히 글을 써 볼게요. 역시 글빨이 문제였나. 허허. 

갑자기 우스운 얘기가 생각났는데, 농활을 가서 네셔널리거들이 농활 내규를 정하며 우린 미제 콜라를 안마시겠다고 했다죠. 삐디 수첩 친구들은 비웃으면서 미제 티셔츠랑 팬티부터 벗으라고. 말했답니다. 왠지모를 우월감과 미화가 담겨있지만. 아무튼 비슷한 맥락같아서.S. 

뱀발. '동방 엠티'도 꽤나 도식화된 거랍니다.(털썩) 2009-07-09
08:49:57
  



일병 이승진 
  앗, 기범님 감사합니다.-제가 하고 싶은 말을. 
아무튼 제 요지는 너무 구조적인 문제를 간과하고 개인의 탓으로 환원해버리면 곤란하단 말씀. 말해버리면 논술준비하는 고등학생으로 비칠거 같아서. 끝내 말했지만 허허. 2009-07-09
08:51:39
  



병장 김지호 
  공간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활용하기 나름이죠. 
우리는 너무 남을 의식하는 삶을 살고 있는 거 같습니다. 그러지 말자구요. 

한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책을 꼭 도서관이나 책상 앞에서 봐야 합니까? 
공원 벤치나 버스 전철 이런데서 보면 안되나요? 
(예가 맞긴 맞나???) 2009-07-09
11:20:19
  



상병 서석호 
  일단 좋은글은 가지로~를 외치고, 

'그의 정신은 이미 공간을 초월해 있기 때문에 논의가 되지 않는다.' 
이 부분에서 빵 터졌습. 크크크 2009-07-09
14:25:35
  



상병 서재문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 ‘그런데 집에서는 못할 것 같아.’ 
나는 도무지 이 말의 의미를 이해 할 수가 없다. 집에서 하지 않으면 어디서 해야 한단 
말 인가. .] 

이대목에서 본다면 준우님은 집에서도 모텔과 마찬가지로 
섹스를 목적으로 자유로이 공간을 활용할수 있다는 뜻인가요? 
그렇지만 이것 또한 부모님이 없다는 전제조건이 형성되어야 한다고 보는데요. 
서..설마.. 이것마저 초월하신건지? 2009-07-09
15:57:53
  



일병 박준우 
  다른 리플에 대한 내용은 다른글로 책임전가 하고... 

재문// 전 집이 없습니다. 집이 없어서 모텔에 가는거지 진정한 '저'의 집이 있다면 집에서 하는게 당연하겠죠. 

'그런데 집에서는 못할 것 같아' 에서 말하는 집이 어떤 공간인지 제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것일수도 있겠지만. 제가 말하고자 하는 집이라는 공간과는 차이가 있는거 같습니다. 

구조주의적 관점은 '다음에 또만나요' 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웃음) 




[re] [내글내생각] 공간의 획일화  
상병 김예찬   2009-07-09 09:58:24, 조회: 160, 추천:0 

형태님, 명교님, 원익님의 글부터 해서 승진님을 거쳐 준우님까지. 재밌는 논의군요. 흐흐.

전 공간에 대하여 좀 다른 얘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일단 제 얘기를 예로 들도록 할게요. 제가 똑같이 3년을 다닌 학교 앞 술집이지만 체인점인 '피쉬앤 그릴'과 골목 구석에 있는 '풍년집'이 주는 느낌은 확연하게 다릅니다. 우리가 보통 '추억의 공간'이라고 이야기하는 곳은 공간 특유의 정서가 있는 곳들이죠. 

오늘 모 자유게시판에서 '아주대 사람 모여라' 식의 글을 봤는데, 불펌이지만 잠깐 가져오도록 할까요.


"갑자기 학교 생각이 좀 납니다,,

이렇게 더운날은 'GOOD'에서 딸기쥬스하나사서 '더원피시방'을 가곤했는데,
아니면 '인터쿨피씨방'에 가다가 '미스심햄버거' 하나 사서 오락실을 가곤했는데,
도서관 dvd실에서 시덥잖아 영화 dvd를 보곤했는데,,
또 뭐 없나? 음,,, 아,, 해가 뉘엿뉘엿 해질? 즈음에 생맥주 한잔할라고
'솔져'문을 두드리기도했는데,, 
친구들이랑 점심내기한다고 아시아최대규모의 '아록당구장'을 들락거리기도하고,
점심으로는 '아주맛나식당' 아니면 그옆에 '식반장' 또 아니면 '밥우동'
아니면 '핫쯔'가고,, 짱깨 먹고싶으면 '인사맨'가고,, '다리원'은 06이 새내기일땐 
많이 먹었는데 망하고,, "

저는 아주대생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언급되는 술집이나 밥집, 당구장들이 어떤 곳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글을 통해서 글쓴이가 전하려고 하는 정서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이해'하지만 아마 아주대생들은 이 글에 '공감'할 수 있겠죠. 이들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일테지만, 각자가 특유의 공간에 새긴 일상의 추억들을 통해서 동일한 정서를 느낄겁니다. 서로  그런데 만약 이 글을 이렇게 패러디해보면 어떨까요?

"갑자기 학교 생각이 좀 납니다,,

이렇게 더운날은 스무디킹에서 딸기스무디하나사서 피시방을 가곤했는데,
아니면 맥도날드에서 빅맥 하나 사서 오락실을 가곤했는데,

또 뭐 없나? 음,,, 아,, 해가 뉘엿뉘엿 해질? 즈음에 맥주 한잔할라고 피쉬앤그릴 문을 두드리기도했는데,, 
친구들이랑 점심내기한다고 당구장을 들락거리기도하고,
점심 먹고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고…"

이렇게 패러디된 글은 그냥 '대학생들의 일상'이지, 더 이상 아주대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아주대생의 일상'이 아니죠. 문제는 '우리의 공간들'이 점차 패러디 처럼 같은 모습으로 획일화되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학교 앞 문화가 가지는 특유의 정서들은, 제 개인적 표현으로는 점차 '신촌화'되어가며 하나 둘 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유난히 막걸리로 표상되는 '끈끈함'의 이미지가 강한 학교인데, 그러나 이처럼 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학교마저도 어느샌가 학교 앞 공간들이 '신촌화'되어가고 있는 모습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신촌화'란, 마치 신촌 앞 풍경처럼 거의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많은 술집들이 널려 있고, 또 점포의 회전율이 높은 공간적 특성을 의미합니다.)

어느샌가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의 선택지가 확 줄어버리고 있습니다. 메뉴(주종)의 차이가 있을 뿐, 다른 공간적 정서를 지닌 점포들은 줄어들고 있죠. 어느 업종이든 체인점이 늘어가고, 자영업 소규모 점포들은 점차 사라지고 있죠. 그리고 이처럼 공간들이 획일화 되어갈 수록,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경험 역시 동일한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제 생각으로 이 것은 우리 세대에 주어진 커다란 비극입니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8-24
18:48:59 



일병 이승진 
  예찬님, 마냥 다른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이후에 글을 쓰려고 하는데, 그냥 그 부분으로 끝날 게 아니라 어떤 식의 대응이 있어야 할지에 대해서 말하고 싶습니다. 앞선 글에서 '축제'를 말했는데 이와 연계해서 기획해보고 싶은 바입니다. 

항상 좀 아쉬운건, 제 글이 예찬님처럼 날카롭게 현재의 지형을 진단하지 못하고 시작한다는 점이죠. 지난번 '축제'가 그랬듯이. 그래서 자꾸 글을 사리게 되네요(울음) 2009-07-09
12:27:45
  



상병 김예찬 
  제가 이야기한 바 - 특히 '신촌화'에 대해서는 - 는 이미 제 친구가 학교 수업 발표 과제로 조사한 바가 있습니다. 학교 부근 밥집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프랜차이즈 점포들의 증가에 대해 인터뷰를 통하여 재구성한 내용인데, 책마을 시즌 2에도 퍼놓았으니 한번 읽어보시면 재미있을 듯 합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대응으로는 두 가지 정도의 방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건 전에 쓴 인디 음악에 대한 이야기와도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가장 쉬운 얘기는 소비자 개개인의 의식 변화를 촉구하는 일이겠죠. 말로는 쉽지만, 전체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가장 어려운 방법이구요. (인디 음악에 관한 글도 이런 결론을 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만.) 

두번째는 소비자 운동이겠죠. 어떤 변화의 필요성을 통감하고, 소비자들이 연대하여 실천하기 쉬운 영역에서 운동을 전개해나가는건데, 사실 이정도 레벨만 해도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실제로 부딪히게 되는 장벽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시도하기 쉽지 않긴 합니다. 학생회 차원에서 학교 주변 밥집과 연계하여, 학교 주변 밥집/술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 같은 것을 할인 가격으로 판매하는게 어떤가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좀 더 실제적인 예를 들자면 많은 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는 생협 마트 같은 경우는 몇몇 대기업 프랜차이즈 편의점들에 대응한 소비자 운동이 그나마 성공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이마저도 기획 단계에 그치고 있습니다만.. 

이 두 가지 말고 또 다른 세번째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면, 하는게 제 바람입니다만 이건 아마도 현실 정치의 영역이 될 것 같네요. 2009-07-09
12:42:51




일병 이승진 
  아, 그렇군요. 제가 지금 절실한 건 근거니까요. 도움이 될것 같네요. 고마워요 예찬님. 
조금 딴 길로 새는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신촌화'라는게 아이러니하게도 신촌 안에서도 진행되고 있지 않나 싶어요. 신촌,홍대는 어찌보면 또 별개의 구역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홍대도 홍대st의 경향성만 강해지고 실제로 면면히 존재해왔던 많은 지역 소자본들은 하나둘씩 떠나가고 있는 형편이라네요. 홍대 생도쪽에서도 그 문제때문에 작년에 '홍대 문화지도 만들기'를 했었는데, 결과를 못보고 와서..아아. 

분명히, 현재와 같은 소비문화를 지양하는게 옳습니다. 지양한다에 그쳐서도 안되고 어떤 대안적인 문화 형성이 절실한 시점인데, 그 대안문화라는 것이 쉽게 만들어지긴 힘들겠죠. 더군다나 구조가 압박해오는데 문화적인 흐름을 바꾸는게 어불성설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고요. 저는 두번째 방안에 가깝습니다. '운동'이라는 용어를 굳이 붙이고 싶지는 않네요. 전위적인 조직이 만들어질 새도 없이, 불붙듯이 퍼져나가버렸으면 좋겠는데요. 하. 

다른 이야기들은, 아직 쓰고 있어서 조만간 올려볼게요. 

. 책마을 시즌 투는 어디에? . 2009-07-09
12:56:15
  



상병 김예찬 
  예, 홍대도 그 문제가 심각한 걸로 알고 있어요. 뭐 지역을 막론하고 어디서나 진행되고 있는 일이겠죠. 시즌 투는 싸이클럽/bookitsuda 입니다. 2009-07-09
13:00:29




병장 차종기 
  공간은 있는데 그 공간이 다 똑같은 공간이다. 라는 건가, 흐음 
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는데, 댓글은 갸우뚱 하면서 읽었어요. 

심하게 공감이 되는 부분이 
이렇게 패러디된 글은 그냥 '대학생들의 일상'이지, 더 이상 아주대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아주대생의 일상'이 아니죠. 
이부분이네요. 

4월에 정기설탕을 나가서 학교에 들렀는데 깜짝 놀랐죠. 
지하에 있던 조그마한 구멍가게 같은 곳은 사라지고, 
커피점과 편의점이 들어섰다는. 
캠퍼스 내에 많은 학생들 손에 커피가 들려있다는 사실에 웃기도 했고. 
저도 그 커피 마시면서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는걸, 
아무도 몰라요. 요즘은 어떤 것이든 막론하고, 다 획일화가 되어가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개성 개성 , 자유 자유 외치면서 
자신들이 어딘가에 묶여있다는 걸 몰라요. 저도 모르고요. 2009-07-09
13:38:00
  



일병 오학준 
  21세기의 서울은 19세기 파리와 같군요. 2009-07-09
13:40:45
  



상병 김예찬 
  더 슬픈건 19세기 파리는 그나마 소비 사회라는 유토피아적 판타지라도 존재했지만 지금은 그런 판타지 마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죠. 주변 아무나 붙잡고 이야기해봐요. 가장 큰 소망이 안정적 생활을 쟁취하는 정도? 2009-07-09
13:45:52




병장 차종기 
  위에 예찬님 댓글에 심하게 공감. 

제 주위에 친구들이 다 그래요. 
꿈 같은 거 없고. 그냥 가장 보통스럽게. 
안정적으로 사는 게 그 '꿈'이라고!! 2009-07-09
13:56:20
  



병장 김지호 
  지금은 끝난 웹툰이지만 - 골방환상곡 다들 아시죠? 
저는 안정적으로 편안하게 사는 게 꿈이라고 하니 
왕이 이렇게 대답했죠. 그럼 미친듯이 노력하라고. 

저희학교의 경우 과도기 상태 같습니다. 교내 매점은 24시 편의점으로 다 대체되고 
(3~4개였나 교내편의점 중 하나인 M이 경상북도 전체 편의점중 매출 1위라고 하니!!) 
심지어 학교 도서관 20층짜리 건물 꼭대기에 카페를 차려놨으니까요. 

천만다행이랄까 밥먹고 술먹고 하는 건 거기까진 영향을 덜 끼친 듯 합니다. 
술은 프랜차이즈가 슬슬 압박을 주고는 있지만 아직은 '이모'의 스타일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어요. 거기다 시원한 나무그늘에 평상 냅두고 거기서 밥도 먹고 막걸리도 한잔 하는 그런 문화가 아직 살아 있어서 - 그거 하나는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정문과 버스정류장 앞에 줄지어 늘어선 포장마차의 행렬 - 종류도 가지가지고 하다보니 포장마차 문화를 빼면 저희학교는 재미가 없을 정도입니다. 점포 프랜차이즈 문화 < 포장마차 문화 아직은 이 구도가 이어지는 거 같아요. '꾸지리'한 건 어쩔 수 없지만요. 

신촌문화에 적응된 지인은 와서 놀랍다고 하더군요. 크크. 불편하겠다고 하니 전 오히려 이게 더 재밌다고 응수해 줬답니다. 신촌보다 훨씬 싼 물가도 한몫하구요. 2009-07-09
14:19:01
  



상병 서석호 
  예찬씨는 무슨과이신가요? 
나중에 나그네파전에서 막걸리나 같이 한잔하죠 허허. 2009-07-09
15:52:52
  



상병 김예찬 
  전 사학 전공하고 있습니다. 책마을에 고대생이 참 많네요. 2009-07-09
16:03:37




병장 김범수 
  신촌화 라는 말에 전적 동감. 
너무나도 "뻔하디 뻔한" 곳이 되어가는지라 나는 다니는 장소를 옮겼어요. 알럽 쏘 이태원. 


그나저나, 너무 고대생 많은것 아네요? 큭큭큭큭, 2009-07-09
17:30:45
  



일병 박준우 
  정작 연대생은 별로 안보이는 현실이 안타까운거 같군요 흑흑... 

고대생에게 '신촌화'를 논의당하니 좀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뭐 각설하고, 저도 분명히 이런 획일적인 공간을 싫어합니다. 글에서도 분명히 언급했고요. 

좀 이기적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이런 획일 적인 공간을 충분히 취사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로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느샌가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의 선택지가 확 줄어버리고 있습니다. 라는 말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이런 좁아진 선택지가 오히려 특별한 장소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연예인이 빛나는건 (빛나 보이는건) 모든 사람이 연예인이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모든 공간이 반짝반짝 빛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럼 결국 아무것도 빛나지 않는것과 마찬가지 일 테니까요. 

'신촌화' 그러니까 다시말해 획일화는 꼭 공간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저기서 홍수처럼 획일화 된 것들이 튀어나오고 있어요. 그것을 막기 위해서 개인적 차원의 노력이든 운동이든 전 그런것을 꼭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이고요. 

평범한 곳은 평범하라고 하고 저는 빛나는곳을 찾아다니렵니다. 역시 이기적인것 같네요. 

아주대에 다니는 사람에게 아주대 앞이 추억으로 빛난다면 그것으로 충분한것 아니겠어요? 패러디 하고 싶은사람은 실컷 패러디 하라고 해주죠. 알맹이 없는 복제품으로 즐거워하든 말든 저는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중요한건 자기 자신이니까요. 2009-07-09
19:05:02
  



병장 김범수 
  자신 마다 좋아하는 코드가 다른게 아니겠요. 
신촌이나 홍대 같은 곳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듯이. 

인사동이나, 청담동 같이 커피 마시기 정말 좋은 곳도 있고 뭐 그런것이죠. 

근데, 확실히 신촌 같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 늘어나는 곳은 사실이에요. 신촌을 비하할 생각은 아니죠. 뭐, 누가 뭐래도 젊음 1번지라고 할 수 있으니깐요. 나쁘지는 안잖아요. 홍대 NB2 ,쿡쿡쿡. 2009-07-09
20:46:27
  



상병 김예찬 
  '신촌화'는 그냥 '신촌'으로 대표되는 유흥밀집공간(신천도 있고, 건대 앞도 있겠고)의 구조적 특징을 이야기하기 위한 것이니 뭐 용어에 그리 신경 안쓰셔도 될 겁니다. 

제가 두려운 것은 그 '추억으로 빛나는 아주대 앞'과 같은 공간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학교 앞 밥집의 삼천오백원 짜리 가정식 밥상이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를 프랜차이즈 카페와 김밥천국이 메워갑니다. 이건 사라져가는 밥집들에게도 비극이지만, 학생들에게도 비극이라고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단순히 메뉴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보통 대학의 동아리들은 학교 측에서 지원되는 자금 뿐 아니라, 지역 점포들을 돌면서 만원 이만원 정도의 스폰서를 받아 공연/행사를 치룹니다. 지역 점포 입장에서는 이렇게 스폰서를 해준다고 점포 홍보가 더 되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학교 앞에서 장사하면서 얻은 이익을 일정 금액 되돌려주고, 친한 단골 손님을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만원 이만원 지출을 감당하는 것이죠. 그러나 개인이 사장인 소영업 점포에 비하여, 프랜차이즈 점포들은 이러한 스폰서를 준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특히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그렇구요. 개인 점포들이 프랜차이즈로 대체되어 간다면 아마 대학 동아리들도 몇몇 덩치가 큰 - 그리고 기업친화(?)적인 - 곳들 빼고는 무언가 해볼래야 해볼 수 없는 상황이 올 겁니다. 

승진님이 홍대를 언급하기도 했지만, 한 때 대안 문화 공간으로 각광 받던 홍대가 오히려 그런 이유로(이러한 '대안적인 이미지'가 상품화 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지대 상승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오히려 많은 클럽들이 홍대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오기도 했죠. 문제는 '나는 특별하다는 믿음' 같은 정신 승리로 해결할 수 있는게 아닌 것 같습니다. 2009-07-10
07:40:37




일병 박준우 
  학교 앞 밥집의 삼천오백원 짜리 가정식 밥상이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를 프랜차이즈 카페와 김밥천국이 메워가는것이 학생들에게 비극이라고 하지만 그 원인은 학생에게 있으니 남을 탓할 수는 없는 일이겠죠. 

동아리 지원 문제도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결국 소영업점들이 왜 프렌차이즈에게 자리를 내주고 떠났는가에 관한 문제는 결국 학생들의 책임이라고 봅니다. 

사실 제가 연대 앞 거리만 돌아다니고 홍대쪽은 잘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제게 '신촌'은 '신촌화'와는 거리가 먼 공간입니다. 1년사이 어떤 체인점이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편의점과 카페 이외에는 특별히 프렌차이즈 물결을 잘 느끼지는 못하겠습니다. 기억나는 프렌차이즈라고는 10개도 안되는거 같습니다. 그리고 꼭 프렌차이즈들이 그렇게 학생들에게 매정한것도 아니었던거 같고요. 

프렌차이즈의 영역이 어디까지 인지는 모르겠지만 하겐다즈나 레드망고 같은 아이스크림집 (적어도 저의 경험에 의하면)들도 충분히 학생들이 행사를 하는데 협력적이었던것이 기억이 납니다. 

결국에는 장소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대중들은 왜 학교앞 추억이 있는 밥집보다 프렌차이즈를 선택해서 추억의 밥집을 학교 앞에서 내쫓아 버렸는가?' 하는 문제로 변하게 되는거 같습니다. 

이 문제는 오늘 작성한 글에 쓴바와 같이... 할말이 없습니다. 별로 남에게 쓴소리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고싶은대로 하게 내버려두는게 제가 살아온 방식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다만 나만잘하면 되지, 혹은 나라도 잘하자. 라는 제 생활 신조를 유지할 뿐입니다. 2009-07-10
08:26:58
  



상병 김예찬 
  여기서 '문제는 학생들에게 있다'는 것은 많은 구조적 모순들을 은폐합니다. 그렇게 따지자면 장기간의 군부독재도 그런 대통령을 뽑은 국민들에게 문제가 있으니 독재에 대한 반대 운동은 무의미한 것이고, 남탓할 일이 아니죠. 재작년 부터 '국개론'이라는 단어를 심심치않게 인터넷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단어는 '국민개X끼론'의 줄임말인데, 정부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든지 잘못은 투표한 국민에게 있다는 얘기입니다. 저는 이러한 냉소적/패배적 생각들이 특히 젊은 층들 사이에서 유포되는 것에 대해 큰 분노를 느낍니다. 만약 민주화를 위한 움직임이 전무했다면, 우리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삶 조차도 누릴 수 있었을까요? 글쎄요. 

물론 저와 준우님이 가지는 경험에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제로 많은 지역에서 프랜차이즈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제 생활권인 안암에서는 피부로 크게 와닿는 문제기도 하구요. 안암역 근처에 참살이길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애초에 크게 상권이 형성되있지도 않았던 그 길목은, 안암역이 생기고 난 후 10년 만에 그 지역의 가장 큰 상권으로 변화했죠. 그 상권도 점점 프랜차이즈화가 진행되었고, 제가 학교 다닐 무렵만 해도 없었던 스무디킹, 커피빈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밥집은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를 체인 감자탕집과 샤브전문점이 대체하고 있죠. 

신촌에 프란차이즈가 10개도 안된다고 하셨는데, 글쎄요.. 제가 막 기억나는 업소들만 해도 고깃집, 감자탕집, 샤브전문점이 종류별로 두 세개씩은 프랜차이즈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신촌역에서 연대 정문으로 가는 골목은 거의 대부분 프랜차이즈 점포들이기도 하구요. 준우님의 경험을 이야기하셨지만, 과반 밴드 활동을 하면서 스폰서를 구했던 제 경험 뿐 아니라, 고대의 대표적인 락 밴드 - 상대적으로 유명세가 있는 - 에서 활동한 제 동기의 경험에 비추어봐서도 프랜차이즈에서 스폰서를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기껏해야 학교 축제 현수막에나 이름을 올려주겠죠. 

이것은 단순히 '추억의 밥집/술집보다 프랜차이즈를 선호하는 요즘 세대'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고대 정문 앞은 참살이길이 생기기 전만 하더라도 이 근방의 가장 큰 상권이었으나, 지금은 삐까번쩍한 참살이길에 밀려 참담하게 몰락했죠. 그리고 그 자리에 재개발 아파트가 들어설 계획이고, 그 지역에 살던 많은 사람들의 주거권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땅 값은 천정부지로 뛰어, 서민과 자취생들의 곤궁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이는 지역 전부가 고민해보아야할 문제입니다. 2009-07-10
10:37:43




일병 박준우 
  문제는 학생들에게 있다는 제가 생각해보아도 조금 이상하군요. 학생들에게 '도' 있다가 맞는것 같습니다. 

프렌차이즈에 대한 것은... (제가 좀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 대형 프렌차이즈만 이야기한 것입니다. 장사 잘되는 가계가 1호점 2호점 3호점 4호점쯤 냈다고 프렌차이즈라고 해도 좋은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프렌차이즈가 그렇게 많나요? 2009-07-10
12:00:53
  



상병 김예찬 
  백번 양보해 국민 경제 어쩌구를 고려하여 국내 대기업 계열의 프랜차이즈들마저 다 제외한다고 치고, 신촌 길의 외국계 프랜차이즈 기업들만 생각해도 당장 떠오르는 기업들이 한두개가 아니네요. 카페나 패스트푸드만 치더라도 스무개는 족히 될 겁니다. 

문제는 지역 상권들이 이와 같은 형태로 구조 조정되면서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버텨낼 수 있는 지역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밥집과 같은 경우 카페처럼 전시간 영업이 가능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 지대 상승을 버텨내기가 무척 힘듭니다. 제가 즐겨 가던 한 밥집은 점심 저녁을 막론하고 손님이 꽉꽉 들어차던, 참 장사 잘된다 싶던 곳이 있었지만 그런 집도 알고 보니 겨우 적자를 면하는 정도더군요. 짧은 기간 동안 지대가 무섭게 상승했죠.. 2009-07-10
13:09:10




일병 박준우 
  그렇군요. 프렌차이즈에 대해서 무지했던거 같습니다. 

생각을 고쳐야 할듯합니다. 프렌차이즈에 밀려서 지역상권이 멸종할것이라고 생각해보니 끔찍하군요. (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르겠지만...) 

더이상 안일하게 버텨나갈수는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렇다고 제 생활방식이 바뀌게 되는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위기감은 갖고 있어야 겠군요. 2009-07-10
13:16:05
  



일병 이승진 
  지나친 비약이아니라 건강한 상상력이라는 말로 바꿔주고 싶네요. 
게다가 이미 충분히 '현실' 이고요. 

이쯤에서 마법의 주문을 걸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네요. 
언제나 고민하는 거지만, 어디까지가 공유하고 있는 지점인지 잘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글을 써놓고 지우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확실한 공유지점을 만들기위해선 이런 식의 논의는 활발해질 필요가 있어요. - 자신은 없지만.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