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결혼에 대한 짧은 생각
병장 김청하 05-22 14:06 | HIT : 141
안녕하세요, 빈머리뜨거운가슴 응암동의 쿼드레일건 김끼룩입니다.
'짧은'이라는 말은 분량이 짧은게 아니라 생각이 짧다는 말이지요.
...그런 글 올려서 미안합니다.
유머작가인 프랜 레보위츠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랑에 빠져 결혼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가장 친한 친구와 결혼하는 편이 훨씬 더 합리적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보다 친한 친구를 더 좋아한다. 코가 귀엽다는 이유로 친구를 선택하지는 않지만, 결혼을 할 때에는 꼭 그런 이유로 결혼을 한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아랫입술 때문에 당신과 평생을 보내려 한다.'"
정말로 아리송한 문제다. 이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사람들은 가장 좋은 친구와는 아이를 만들지 못하지만 배우자와는 그럴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가 신체의 이곳저곳에 붙어 있는 몇 밀리미터의 살갗에 신경을 쓰는 것은,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깊은 특성들을 지각적으로 보여 주는 증거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식의 한쪽 부모로서 손색이 없을 만큼 그 사람의 몸이 잘 갖춰져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어미나 아비로서의 적합성은 객관세계의 다른 특성들과 똑같다. 그것은 꼬리표에 적혀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작동 방식에 대한 전제들을 이용하여 외양으로부터 추론해 내야 한다.
- pp. 741-742,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스티븐 핑커.
사랑에 빠져 결혼하는 것은 낭만적인 일이지만, 그만큼 미친 짓이기도 하다. 그것은 사랑 자체가 우리를 미치게 하기 때문이다. 눈을 멀게 하는 사랑은 상대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그녀의 '사소한' 부적응적 특성들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묻혀 사라진다. 그것보다 그녀가 나를 보고 웃어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인 것이다.
우리가 좋은 친구를 고르는 기준과 결혼 상대를 고르는 기준에는 차이가 있다. 우리는 이성에 대한 접근성에 있어 여러가지 현실적인 제약을 갖고 있다. 결국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이성을 찾아 결혼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며, 이들은 흔히 충돌하고, 우리는 '결혼 상대로서 좋은' 이성을 선택한다. 결혼 상대로서 충분한 조건을 갖고 있다면, 친구와 결혼할 수 있겠는가? 난 못하겠다.
그러나 사랑에 빠져 결혼하는 것이 늘 어리석은 짓은 아니다. 우리는 좋은 조건을 가진,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의 결혼은 좀 더 좋은 조건 앞에서 무력해질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사랑은 여기저기에 들어오는 빨간 불들을 무시하게 만드는 주범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빨간 불들을 잠재울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우리는 사랑하기에 무수한 신호등의 거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으며, 그렇기에 사랑은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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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 박준연
54.1.35.179 배우자의 조건 따위는 상관없이 진실하고 친절한 마음으로 맺어지는 결혼은 언제까지나 최선의 결혼일 거에요. 05-22 *
상병 박재우
38.1.6.205 안타깝지만...전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외에는 믿지 않아요. 05-22 *
병장 김지민
18.16.13.19 친구랑 섹스라... 음 05-22 *
상병 육심일
48.12.1.209 이거 혹시 책인가요? 책이라면 제목이 뭔지 궁금해지는군요. 05-22 *
상병 육심일
48.12.1.209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스티븐 핑커. 맞나요? 05-22 *
병장 이승일
54.2.9.70 일부러 조건을 안보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이러 저런 점들' 때문에 호감을 갖게 되고, 그래서 더 가까워지고, 신뢰가 싹트고 ...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이러 저런 점들' 이 아니더라도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조건들에 얽매여서 더 깊은 사랑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도 문제고, 그런 조건들을 무시하고 곧바로 '사랑으로 돌진!' 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조건에 얽매일 것 같은 불안감이 우리로 하여금 그것을 쌩까고 싶게끔 만드는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진실한 사랑이 가능하다면, 호감가는 조건이라는 통로를 '거쳐서도' 가능하겠죠. 그 통로에 주저앉지만 않는다면 말이에요. 05-22 *
상병 양호경
48.2.113.21 결혼은 역사적 사회적 관념이라는 생각도 가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결혼과 사랑의 일치'라는 고정관념은 아~주 근대적인 것이지 않나요?
선사시대는 욕정과 번식이었고, 중세시대에는 사랑의 스토리와 집안 연계(결혼을 통한)는 또한 별개였고..
사랑과 결혼은 순수하게 가정이 한 개인에게 책임지워진 근대 이후의 산물이라는 글들을 많이 봤습니다.
물론 근대를 살아가는 저로서는 벗어날 수 없는 관념이지만요.
사랑이 무엇이고, 매력이 무엇이고, 호감이 무엇이고, 소위 조건이라는 것과 개인의 "본성"이라는 것의 차이가 무엇인지 따위도 구분이 명확히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 전 그냥 사회적 관계를 평생 유지할 수 있을꺼 같은 사람(사랑이든 우정이든 뭐든)이라면 결혼 할 수 있을 듯 하네요. 05-22 *
병장 이승일
54.2.9.70 호경 /
동기 :욕정과 번식 -> 결과 : 사랑
동기 :집안연계(?) -> 결과 : 사랑
동기 :자유연애의 즐거움 등등 -> 결과 : 사랑
라고 보면 결혼과 사랑의 일치는 근대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혼과 '자유연애' 의 일치가 근대적인 것이겠죠. 한편 "소위 조건이라는 것과 개인의 "본성"이라는 것의 차이가 무엇인지 따위도 구분이 명확히 되어야 하겠다는 "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05-22 *
상병 구본성
5.12.1.71 낭만적 사랑에서 3년 이상 가기 힘들다는 열정을 제거하고 나면 남는 것은 지나온 시간들 뿐인 것 같네요. 사람들은 그것을 알기에 조건을 따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지나온 시간들의 의미가 그렇게 간단친 않겠지요.
//심일 맞을 것 같네요.How the mind work? 언어본능을 지은 Pinker의 책이 번역되어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화심리학을 공부하던 선배가 추천하던 책이었습니다.. 심리학의 미래라면서,,, 05-22 *
상병 김윤호
16.1.174.121 마지막 한 문장은 정말 건강한 생각같습니다. 05-22 *
병장 김청하
52.2.6.71 심일, 본성/ 맞아요. 스티븐 핑커 신간입니다. 올해 3월에 번역되어 나온 따끈한 책이죠. 물론 쓰여지기는 97년에 쓰여졌습니다만(...). 스티븐 핑커에 관심이 생기신다면 빈 서판부터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두껍고 비싸지만 풍부하고 흥미롭죠. 05-22 *
병장 김청하
52.2.6.71 승일/ 맞아요. 사실 별개일 수도 있을텐데, 이분법이 종종 우리 눈을 어지럽히죠. 어쩌면 사랑만큼이나. 05-22 *
상병 임형진
20.33.61.13 사랑.. 결혼...하니까 문득 '사랑 후에 오는것들'에서 홍이 어머니가 말씀하셨던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게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과 해야한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어떤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이 아프기를 바라고 좋아하게 되면 그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기 때문이었던가... 자세한 내용은 잘 생각이 안나지만...
읽으면서는 아.. 그렇구나.. 하고 동의했었는데..
저는 아직도 좋아하는것과 사랑하는것의 차이를 확실하게는 모르겠다는... 05-23 *
2.
우리는 결혼 상대보다 단기간의 섹스 파트너를 찾을 때 더 외모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를 낳아 유전자를 전해줄 것도 아니면서 어째서 후자 쪽에 더 외모를 중시하는가?
이때, 피임법의 발달이 진화론적 시간에 있어서는 대단히 최근에 발생한 사건임을 염두에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인간 여성은 가임기간이 아닌 기간 동안에도 남성의 주의가 다른 곳으로 돌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배란기 은폐라는 전략을 사용하며, 이 은폐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동안 남성은 언제 섹스를 해야 여성을 임신시킬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결국 임신이 가능한 연령의 인간이 하는 모든 섹스는 임신 가능성이 있으며, 이 때 좋은 유전자의 꼬리표인(그렇게 생각되는) 외모는 섹스파트너 선택시와 결혼상대 선택시에 완전히 동일한 유인이 된다.
인간이 지구 상에 존재한 긴 시간동안 피임을 해온 시간은 대단히 짧은 시간이었고, 단기간의 섹스 파트너라는 개념은 이 기간동안 존재하지 않았다. 이 구분은 '최근'에야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개념이 유전자 레벨에서 코딩되어 있을 확률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이런 개념은 도리어 유전자의 확산을 막기 때문에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외모는 결혼상대에게서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결혼 상대에게는 외모 이외의 다른 기준들이 적용되기 때문에 조금 더 외모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이때, 사회적 유명인사들의 아내가 대부분 미인이라는 사실은 이에 대한 하나의 암시다. 그들은 외모 이외의 다른 기준들에 대한 필요가 상대적으로 덜하고(적어도 자기가 제공해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유롭다), 또한 뛰어난 외모의 이성에 대한 접근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