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꽃 - 김영하 
 병장 김지민 05-28 11:01 | HIT : 209 




 그들이 찾아 갔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신부에게 귀신을 씌운 박수무당, 예수쟁이가 된 도둑놈, 박수무당이 된 신부, 멕시코 와서도 소리하던 아악단의 내시, 전역해서 갈데없던 군인들, 그리고 이정, 연수.

 인생의 마지막에서 군화 발에 밟혔던 것은 비단 이정 뿐만이 아니라, 멕시코로 건너왔던 모든 이민자들의 목이었을 것이다. 어디 그 뿐이랴. 그들이 과테말라 밀림 속에다가 세웠던 마야인들과의 나라 '신대한'또한 정부군들의 군화 발에 눌려 밀림 속 흙탕물로 가라앉았고 총살당했던 것이다. 아니, 그것으로 끝이면 차라리 다행이리라. 마침 그 때 우리의 국가는 일본에게 주권을 빼앗기고, 나라가 존재하지 않았으니, 어쩌면 한반도에서 멀찍이 떨어진 지구 반대편의 과테말라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확인 사살을 당했을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물론 안타깝게도 그들이 찾아 헤매었던 것은 그런 총살이 아니었다. 군화발도 아니었다. 그들은 살길이 막막했고, 살길을 찾아 멕시코로 떠났던 것이다. 제마다 이유는 달랐지만, 이유는 오히려 한가지였다. '살기 위해서' 이 턱턱 막히는 조국의 삶을 떠나, 뭔가 그래도 좀 살아 보고자. 더 나은 것을 위해서.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일포드 호에 올랐던 것이다.

 그들은 알지 못했다. 쇠약한 국력의 국민들이, 식민회사의 알량한 간계로 인하여 어떤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지. 그들은 알지 못했다. 시장경제의 논리는, 한국인이라는 노동자본을 지구 반대편 멕시코의 땅으로 인도하는데에 성공했다. 몰론 이민자들 당사자들에게는 이것이 '시장논리'가 아니었을 것이다. 불합리한 논리이자 노예의 논리, 속박의 논리였다. 그러나 할 말이 있으랴. '터미널'의 톰행크스처럼, 그들은 타향에서 그들의 국가가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들은 국가 없는 인종이었고, 따라서 그들의 운명을 토로할 곳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더욱이 나쁜 것은, 그들 스스로 내부에서 악랄해 졌으며, 공격하고, 이간질하고, 서로가 서로의 지옥을 만들었던 것이었다. 

 맨 처음, '일포드 호'로의 승선은, 이민자들 모두의 리셋을 의미했다. 그들은 계급과 신분을 모두 새로 받았으며, 동일 선상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그것은 곧 새로운 삶을 의미하였으며, 이것은 이정의 이름이 그제서야 한문이름으로 작명되는 부분에서도 그 상징성을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소설은 그들을 점차 새로운 삶에 적응된 이들로 이야기 하지 않고, 다시 똑같아 지는 이들로 탈바꿈 시킨다. 여기서 물론 개개인의 신분 상승 하락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전체적인 시각으로 보았을 때, 그들의 삶의 모습은 일포드 호에 승선하기 전의 모습과 다름이 없어진다. 자본과 능력에 따라 보이지 않는 계급이 형성되고, 나아가서는 종교가 계급으로 발전되는 양상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소설은 왜 이들을 새롭게 이야기 하지 않고, 다시 부활시키는가?

 그것은 소설 결말에 이른 비극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이다. 바로, 나라 잃은 자들, 삶의 터전을 상실한 이들을, 새로운 기회를 부여한 것처럼 하기 위해서 새 땅을 쥐어져 놓고, 다시 옛날처럼 탈바꿈함으로서 '확인사살'시키는 공포와 슬픔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이다.

 그들의 나라는 다시 한 번 지구 반대편에서 사라지고, 그들의 삶의 터전은 부조리한 계급 아래 무너지고, 종교 탄압 앞에서 몰상식하게 얻어터지고, 혁명은 무상이 된다. 그 증거로, 소설 맨 앞부분에서 제시하는 이러한 종말의 순간을 보며, 독자들은 아무도 이것이 '과테말라'에서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은 또 하나의 문학의 아이러니함으로 결론지어 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극성에도 이 소설 '검은 꽃'은 결말이 너무 밍숭맹숭하다는 일반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그 까닭은 이렇다할 클라이막스가 존재했는지 안했는지 모른 채 결말로 이어졌기 때문이며, 이러한 결말이 문학적, 세계적 아이러니함을 그리기에는 너무 감정 없이 산뜻하게 그려졌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여기에는 소설 전반적인 부분에서 다루었던 이정과 연수의 연애가 흐지부지 사라져 버린 것에 대한 독자들의 아쉬움도 내포되어 있으리라 생각한다.


 소설 '검은 꽃'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재미가 솔솔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진중한 작품이다. 이것은 비단 나라를 잃은 슬픔이 소재로 들어갔기 때문이라기 보담도, 서민들 자체의 삶에 대한 가벼울 수 없는 '생존'의 이야기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단순한 생존 이상의 부분들, 캐릭터성으로 기인하는 개개인들이 성취하고자 하는 몫들의 충돌과, 가치관의 갈등이 지뢰밭의 지뢰처럼 깔려 있다. 독자들은 이 소설을 읽어나가며, 이야기를 걸어 나가는 동안 무수히 많은 지뢰들을 터뜨리며, 그 슬픔의 굉음과 아픔에 신음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한 때' 저 먼 땅 멕시코에 존재했던 우리의 이야기 이며, 잊혀진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상병 이호석 
 김영하식 사실주의가 뛰어났던 것으로 기억이 나네요. 05-28   

 상병 조진 
 솔직히 검은 꽃은 이정과 연수의 애정라인 대신에 읽기에는 좀 건조할지 몰라도 애정라인이 들어갈 부분에 다른 농장들의 모습을 한 페이지라도 더 그려줬으면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진짜 결말은 열받을 정도로 씁쓸했죠. 알맹이 꽉찬 씁쓸함이 아닌, '쓰다가 시간이 모자랐나?' 할 정도의 겉만 핥는 듯한 씁쓸함. 

 근데 이런 작품이 영화화 되면 대박 날 것 같다는 예감.(제작비는 좀 들겠지만 하하) 05-28   

 상병 이호석 
 저는 제가 생각한 예상과 맞아떨어져서 더욱 더 씁쓸했습니다. 책읽은 그 하루 내내 기분이 찝찝했었죠. 05-28   

 병장 김지민 
 결말이 좀 많이 아쉽긴 했어요 정말 05-28   

 상병 김현진 
 읽으면서 생각나는 건 동물농장이나 15소년 표류기, 무한의 리바이어스(이건 애니메이션) 정도인데....아마 이것들에선 느낄 수 없는 '비감'도 느낄 수 있을 것 같군요. 읽어봐야 겠습니다. 05-28   

 상병 정준석 
 어제 자료실에 꽂혀있는 걸 봤는데 
 지금 읽고 있는책 끝내고 읽어봐야겠습니다. 
 책 표지도 특이하던거 같은데(웃음) 05-29   

 상병 박수영 
 잘 읽었습니다. 결말이 아쉬운 책이라니 읽고 싶은 의욕은 감소하네요. 
 개인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책은 그닥 안좋아해서. 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