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인사] 맑고, 맑게, 유쾌하게  
병장 김남진   2009-02-23 17:09:10, 조회: 89, 추천:1 

1. 광활하게 펼쳐진 인트라넷의 세계엔 책마을 말고도 다양한 공간들이 있습니다. 그 공간들 중에서 책마을이라는 곳으로 입주하게 된 것에는 무언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왜 책마을에 찾아 들어오게 되었나요? 그리고 책마을에 입주 신청을 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의례적이고 상투적인 문구가 아닌, 당신의 솔직한 진심을 듣고 싶습니다.

―자, 당신의 오른손을 펴보세요. 손바닥을 보시고 손등을 보세요. 어떤가요? 뭔가가 부족함을 느끼시나요? 그럼 이번엔 당신의 왼손을 펴보세요. 손바닥을 보시고 손등을 보세요. 그리고 이번엔 손바닥을 붙여보세요. 어떤가요? 만족하시나요?

넓직하진 않지만 아담한 공간에서 혼자 놀고 있던 아이가 있더랍니다. 아이는 금세 혼자 노는것에 지쳐 자신과 놀아줄 친구가 필요했지요. 아이는 작지도 않지만 크지도 않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문의 바깥에는 자신과 같은 또래에 아이들이 많이 있었어요. 하지만 누구도 아이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굴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직접 그 아이들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더니 이래 손을 마주 잡아 주었습니다.

아이는 소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넓진 않지만 아담한 공간이 이제는 너무 작게 느껴져 버린 것이었죠. 소년은 고민 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소년은 이 공간을 넓히기로 결심한것이죠. 공간을 넓히는 것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 되었습니다. 그래도 소년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공간을 확장시켜나갔습니다. 어느덧 아담했던 공간은 수많은 사람들이 모일수 있는 공원만한 크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만들었던 친구들을 모두 자신의 공간으로 초대하였습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소년은 청년이 되었습니다.

청년에겐 욕심이 생겼습니다. 청년은 이제 공원만한 크기에 공간조차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죠. 그래서 청년은 다시 문을 열고 나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이죠? 예전에는 수많은 또래의 아이들로 가득찼던 이곳에 정체모를 궁전이 생겨난 것이었습니다. 청년은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이래 그래왔듯 청년은 마음을 가다듬고 궁전으로 향했습니다. 궁에는 너무나 여러종류에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곳을 지나가기 위해 수많은 시련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청년은 마음을 굳게 먹고 앞으로 향했습니다. 시련은 너무나 가혹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청년을 힘들게 했던건 청년이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그 손을 잡아줄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시련을 극복하고 청년은 어느덧 커다란 문에 다달았습니다. 그 문에는 이런 글이 적혀있었습니다.

―시련을 이겨내고 이곳에 다다른 당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하지만, 이 문 너머에는 당신이 지금까지 겪었던 시련보다 더 힘든 시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청년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곳까지 도달하기 까지 넘어왔던 시련들을 생각하니 허탈하기도 하고 오기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작은 문 하나가 보이지 않겠어요? 청년은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잠시 쉬면서 생각해 보는것도 나쁘진 않을꺼야.

그리고 청년은 문을 두드렸습니다.



2. '책마을'에 입주를 선택한 당신에겐, '책'에 대한 유별난 마음씀씀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에게 있어 '책'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당신의 삶은 '책'을 통해서 어떻게 변해 왔는지 듣고 싶습니다. 책과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선물을 해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누군가에게 선물을 해주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 사람이 내 선물을 받고 기뻐할지 아니면 실망을 할지 겉으로는 내보이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고민에 빠지게 되죠. 저는 첫선물로 항상 책을 고릅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기도 하지만 그 사람에게 보내는 나의 마음이기 하지요. 책의 종류는 굉장히 많잖아요? 어떠한 책을 고르느냐의 따라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이나 가치가 다를것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저또한 책선물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어려운 책은 싫어하지만…그 정도도 간파하지 못했다면 그 사람과는 좀 더 심도있는 이야기를 할 필요성이 있겠네요.(웃음)



3. "당신이 어떤 책을 읽어왔는지 말해주면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다. 당신의 독서목록은 그 자체로 당신의 자서전이고 영혼의 연대기이다."(김경욱, 「위험한 독서」) 당신이 읽은 책은 곧 당신을 말해줍니다. 당신이 읽어온 책들이 궁금합니다. 당신이 인상 깊게 읽었던 책들 중 딱 세 권만 보여주세요. 세 권의 책들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우리에게 이야기 해주세요.

아니 아니, 이것 보세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어냐는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저에게 이런 질문은 너무 가혹하군요. 안그래도 요즘 신경쓸게 산더미처럼 쌓여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판국에 머리를 굴리려니 손가락이 오그라들고 안구에는 위대한 항로가 열리는 군요.

―저는 소설을 참좋아라 합니다. 특히 상상력이 마구마구 동원되는 그런류에 대해선 사족을 못씁니다. 원체 어려운 문학은 기피하고 이해도 못하는지라 읽기쉽고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쪽을 택하다 보니 생각나는 것들도 근간 베스트 셀러로 불리는 것들 뿐이로군요.
가시고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게 아마 좀 오래된 소설일겁니다. 학교다니던 시절 도서관에서 빌려와 읽던 책있데 당시 교육열에 압박으로 인해 학습지에 파뭍혀 살던시절이라 그저 책만봐도 유체이탈하고 싶던 그런때에 보던 거라 뭔가 더 애착이 남는것 같습니다. 내용이라해도 별거 없습니다. 아픈 아들을 위해서 희생하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인데 어린마음에 가슴아프던 그런 내용이었던것 같습니다. 지금은 감성이라곤 쥐꼬리만큼 남아있어 콧방귀나 안뀌면 다행이군요.

―라이트노벨이라는 장르문학이 있습니다. 이 라이트노벨이란 놈은 이름 그대로 책크기도 굉장히 작고 내용도 굉장히 심플합니다. 그리고 내용 중간중간에 일러스트가 들어가 눈을 즐겁게 해주지요. 처음엔 관심도 없었지만 어느덧 궁 생활의 낙이 되어버렸습니다. 지금은 그저 마구마구 뇌를 자극해주는 이 녀석이 너무나 사랑스럽군요.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 저자 타니가와 나가루라는 사람은 참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세계와 우주의 구성을 앞뒤 안가리는 막무가내 여학생 하나에 맡겨버리질 않나, 전세계 오타쿠에게 헤어날 수 없는 블랙홀을 만들어준 사람이죠. 사실 그닥 별것 아닌 내용일 수도 있지만 그냥 보면서 마구마구 즐거웠던 책입니다. 궁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딱딱하지 않고 유들유들한 그 무언가를 건드려버린 기분이랄까요? 덕분에 전 아직도 여기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릴러물은 어떤가요. 이런, 저는 장르문학 매니아였나봅니다. 이런것들 밖에 생각나지 않아요. 심지어는 얼마전에 후임이 추천해준 귀양의 늑돌이의 유혹이라던지 남친소 같은 것들까지 떠올라요. 아아, 놀라워라.
향수라는 책이 있습니다. 요거 영화로도 있데요. 그런데 저는 영화는 못봤답니다. 아니 안본건가요? 책이 주었던 임팩트가 너무 강했습니다. 그저, 네 그래요. 전 이미 원작을 경험하면 그 다음에 부수적으로 나온것들은 관심을 주지 않습니다. 이런 종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아예 신경도 안쓰시는걸 추천합니다. 그렇지 않고 뭔가 딱 와닿는 뭔가가 있는 분이라면 한번 읽어보세요. 후회는 안할 겁니다. 우후후후.



4. 한 '문단'으로 스스로를 소개해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라는 사람을 보여주기에 한 문단은 긴 것이 아니겠죠? (단, 공지사항에 나와있듯이 문제가 될 수 있는 표현들은 피해주시길 부탁드려요. 물론, 입주 신청서를 내기 전에 공지사항은 꼭 읽어보셨겠죠?)

우와, 한 문단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정말 지구탄생이래 독보적인 존재고 노벨문학상을 백만스물한번 줘도 아깝지 않는 사람이겠네요. 아니라면 그 사람은 아주아주 심플한 인생개론을 가지고 있을까요?(웃음) 농담입니다. 저는 아주 농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아니 그보다 하이개그 일지도.



5. 당신이 생각하는 책마을은 어떤 모습인지, 당신이 책마을에서 무엇을 만나고 싶은지 이야기해주세요. 

―문의 바깥에는 사바넷이 있었습니다.
헛소리 입니다. 손바닥도 맞아야 소리가 난다고 하듯이 그저 제 손바닥좀 때려 줄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오해는 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다면 저 또한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먹고 가는 산토끼가 되버리고 말거에요.



6. 여기까지 쓰면서 책마을에 당신을 보여주셨다면, 당신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야말로 가입인사를 써주세요. 뭐든 좋습니다. 하고 싶은 말들을 써주세요.

―가입인사
이렇게 쓰면 되는 걸까요? 이렇게 쓰면 장원급제 하는 걸까요? 오, 그렇다면 전 꽤나 이윤남는 장사를 한셈이군요. 그렇지 않다면 전 토끼 i아가다 이상한 세계로 빠져버린 앨리스 신세일까요. 그걸 아는건 역시 솔로몬의 왕에게….

―'지못미'(주1), '흠좀무'(주2) 라는 줄임말이 있습니다. 최근들어 말 줄임이 인기를 끌면서 '이거다' 하는 말이나 문장을 마구잡이로 줄여가고 있습니다. 뜻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하며 웃고 즐길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답답하겠네요. 그렇다면 여기 계신분들은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고 계십니까? 혹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존재감을 몇글자로 줄여나가고 있지는 않나요? 그렇다면 그 분에게 저도 한마디 하고 싶네요. '흠좀무' 라고.

주1 : 지못미(지키지 못해서 미안해)
주2 : 흠좀무(흠 그렇다면 좀 무서운 이야기로군)

―대충 위에 글로 눈치를 채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사람입니다. 사실 이곳에 얼마 머물지도 못하겠네요. 워낙 방랑벽이 심한사람이라.(눈물)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6-10
13:57:45 

 

병장 김동욱 
  낄낄 반갑습니다. 좀 더 일찍 오지 그러셨나요~ 2009-02-24
00:30:57
  

 

상병 윤영준 
  저도 가시고기란 책을 읽고 눈시울을 붉힌 기억이 있네요.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은 원래사 소설이었나요? 저는 만화책으로만 봐서 몰랐는데요. 참 비상식의 세계를 당연하다는 듯이 만들어버리는 이야기들. 크크크 

박수란 부딪혀서 나오는 거죠. 팍팍 세게칠수록 더 큰 소리가 나오는 거지요? 자신의 공간을 무한히도 확장시키는 남진씨 반가워요- 2009-02-24
01:04:20
  

 

상병 이찬휘 
  하레 하레 유카이!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