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 이종보  [Homepage]  2009-11-13 02:22:26, 조회: 115, 추천:1 

   이 글은 원래 전역인사를 쓸 때 한 켠에 쓰려고 생각했던 주제였으나, 이왕 논의가 시작 되었으니, 그냥 달려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부디 뒷북이라고 취급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희망이 있을 뿐입니다. 이로써 전역인사는 소소한 글로 마무리 짓게 되겠군요. 어떻게 보면 이게 더 후련한 결말인거 같아요.(웃음)



책마을 주민의 대다수의 서민이라면 고민할 문제가 있습니다.
이 책마을의 분위기이죠. 딱딱하고 몇몇 사람들의 깊은 사유의 대화가 주가 되다보니
감히 글을 못 올리게 되는 이 결코 좋다고만 보기 힘든 분위기.

저는 몇몇 글을 통해 글에서의 '소통'의 중요성을 언급했었는데요.
그럼 여기서 '괴수' 님들, -익,-찬,-훈,-교 등등 분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왜 어려운 글을 쓰시는지요?

어려운 소재에 대한 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글'을 쓰시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이는 당신들의 대화를 통해 당신들의 깊은 사유를 더 확장시키려는 의도에서 입니까?
아니면, 무엇인가 사람들에게 논지를 관철시키고자 하는 겁니까?

후자가 맞다면, 그 사람들, 독자의 대상이 이른바 평민들이 아닌 것인가요?
그들을 더 높은 사유의 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는 능력이 다들 있으신 것 같은데, 귀찮으신건가요?
저의 경우에는 일단 많은 사람에게 나의 의도를 전달하는 것에 살짝 쾌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되질 않네요.

그리고 전자가 맞다면,
오히려 평민(?)들에게 묻고 싶네요. 왜 참여하지 않는 것인지. 심리적인 이유이겠죠.
겉으로 드러나는 활발한 활동을 하는 분들이 대부분 괴수이다 보니 나의 글은 쉽게 무플과 무반응으로
상처받을 것이다 라는 심리작용이겠지요.

그래도 한번 참여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현재 1737명 중 괴수분 37명 정도를 어림잡아 빼도 1700명이 한번씩만 참여하여도 우리들의 풍성한 세상을 볼 수 있을텐데 말이죠.

심지어는 이런 생각도 드네요. 열댓명 정도의 사이버 인간을 창조하여 우리들의 활발한 장을 만들면
어쩌면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말입니다.

아, 그러고보니 이런 뚱딴지 같은 생각도 드네요.
책마을에 괴수분들은 모두 한 사람이었다(?) 하하하하하.
글을 쓰다보니 점점 망상에 빠지네요. 이거. 아이고야. 크크.

[일상이야기] 괴수들에게 묻습니다.  - 병장 김진호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익,-찬,-훈,-교 모두 한사람이라면, 그것도 나름대로 흥미로운(...) 발상이지만, 말따마나 그냥 웃어 넘기면 될 듯 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책마을에 '벽' 이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이에 동의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그러한 많은 '동의에 구속' 이라는 무형의 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제가 처음 입주해서 초라하기 그지없는 가입인사를 제출하고 책마을을 기웃거렸던 몇 주일동안 내글/생각 이라는 게시판에 '글쓰기' 버튼을 누르는 것을 몇 번이나 망설였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심지어 저는 '책마당' 에서도 같은 망설임을 품었었지요.- 게다가 글을 올린 후에도 안절부절 못하며 자꾸만 삭제 버튼에 손과 눈길이 향했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이곳에 입주하는 주민들 -중 적지 않은 숫자라고 저는 확신합니다만- 은 내글/생각, 책가지, 명예의 전당에 있는 글들에 매료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동시에 그러한 글을 보며 절망(까지는 아니어도, 일종의 무력감)을 느끼신 분들일 것입니다. 그것이 '벽' 에 정체일 지도 몰라요. '나는 저러한 글을 쓸 수 있을까? 아니, 그러지 못할 것 같아.'

    책마을에는 '괴수' 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쩌면)그들을 추앙하(는지도 모르)는 평민들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확실히 맞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제 또래의 사람들 같이 않은 치열한 사고와 기발한 생각 거기에 재미있게 글을 쓰는 능력은 기본으로 갖추고 계신 몇몇 분들을 보면서, 확실히 '괴수' 라고 부를 만한 포스(라던가 아우라라던가, 같은 말이던가?)를 느꼈습니다. 아주 사소한 사실들을 가지고도 충분히 재미있고 공감가도록 쓸 수 있다던가, 생각지도 못한 사실이 친근하게 다가온다던가, 각종 잡지식이 늘어난 것에 대해서, 저는 분명히 이곳에 서식하고 있는(그리고 있었던) 여러 '괴수' 분들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동시에 질투도 (대단히 많이) 느끼고 있어요. 전 아무리 해도 그러한 글을 쓸 수가 없었거든요. 미래에도 마찬가지일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죠.

   그러나, 그러한 '괴수' 들이 온갖 난해한 단어를 사용하며 글을 복잡하게 하여, 쉽게 말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혹' 하게 만들기 때문에 '괴수'이다. 라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그것에 대해서 진호씨는 '왜 어려운 글을 쓰시는지요?' 라는 직접적인 질문을 던져 주셨는데,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몰랐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말을 하는 저 자신도 그들의 글(이를테면 윗 글에서 밝혀주신 -익, -교 같은 분들이 쓰시는 글)들을 거의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의 글을 보고 받은 인상은 '덧셈 뺄샘을 배운 초등학생에게 미분과 적분 문제를 들이대는' 느낌이었으니까요. 덧셈 뺄셈밖에 모르는 초등학생에게 아무리 기초적이고 완전 기본적인 문제라고 하더라도 미분과 적분영역에 있는 문제를 들이대는데 과연 풀 수가 있을까요? 이를테면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에 대해선 현상씨가 명쾌한 해답을 내려 주셨습니다.(단, 현상씨가 중산층이라는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인게 분명해 보입니다. 낄낄)


우왓, 짧은 시간에 엄청난 댓글들이 달렸군요. 이거 읽기만도 숨가쁜걸요(웃음). 논의가 많이 진행되었지만, 책마을 중산층으로써 저도 한마디 보태보자면, 저 역시 동훈씨가 저 위에 달아놓은 의견과 마찬가지로, '괴수'라고 통칭되는 사람들의 글들이 어렵다는 점을 이해할수가 없군요. 저 또한 철학에 절대로 무지하지만, 짧게나마 건드려 본 바에 따른다면 이 분들 만큼이나 어려운 철학을 쉽게, 상세하게 설명해 놓은 글들을 접하기는 쉽지 않아요. 정말, 밖에 나가면 무엇을 통해서 저 저자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을지 걱정할 정도로 말이죠.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글을 읽는 사람들의 '노력'이 아닐까요. 이는 많이 망각하는 지점이기도 한데 책을 읽기 위해서는 막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술술 읽히는 판타지 소설부터 시작해서, 어려운 전공서적에 이르기까지 각각을 소화하는데 드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죠. 소설을 읽는다면 소설의 줄거리와 등장인물들의 성격, 배경등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고, 전공서적을 읽는다면 그에 합당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죠. 

저로써는 이토록 쉽고 성의있게 글을 쓰려하는 이들의 글에 대해서 '왜 이렇게 어렵게 쓰는 것인지'를 묻는 것은, 이들의 글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말하자면, 글쓴이들이 밥상을 차려놨다면, 진호씨는 그 밥을 왜 자신의 입에 떠 넣어 주지 않느냐고 땡깡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죠. 

고백하건데, 저 또한 처음에는 예찬씨, 원익씨, 명교씨의 글들이 어렵게 다가왔어요. 여기저기서 이야기하고 다니지만, 저는 역사학도이고, 이들의 글에서 언급되는 고진, 지젝, 라캉등은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죠. 그렇지만 저는 이들의 글쓰기에, 글에 흥미를 느꼈고, 적어도 이들이 사용하는 저자에 대해서, 용어에 대해서, 철학 전반에 대해서 아주 약간의 - 구체적으로는 책 10권 내외의 - 노력을 했을 뿐이고, 고작 그 10권의 책만으로 이들의 논의와 글을 따라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게 되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들의 글은 그렇게 어렵지 않거든요. 

'소통'은 혼자하는 것이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상호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글을 쓰는 쪽이 쉽게 쓰려고 노력하는 것 만큼이나, 읽는 사람도 그만큼 노력해야하는 것이아닐까요? 스스로의 사유를 그만큼 끌어올리려는 '조금의' 노력 - 고작 책 10권 정도의! - 도 없이, 쓰는 이들에게 한없이 쉽게 써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슨 심보인지 저는 이해하기 어렵군요.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고작 읽는 것 그 자체만을 위한 것이었던가요? 아니면, 오로지 즐거움만을 얻기 위한 것이었던 가요? 최소한의 노력 없이 책에서 얻어 갈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이던가요?

[일상이야기] 괴수들에게 묻습니다, 에 대한 리플 - 병장 윤현상


  마지막으로 뒷 글에서 밝혀 주셨다시피 이러한 논의를 예측하신 진호씨는 같은 글에서 진호씨가 인정한 몇몇 '괴수' 분들에겐 '그들만의 리그' 의 대한 경계를, 참여도가 적은 주민들에게는 '참여를 촉구'하는 양쪽 모두를 주문하셨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적절한 지적입니다. 그리고 글에 달린 댓글을 보면 한발 더 앞선 주장을 볼 수 있지요. 위험한 주장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가슴아프다고 생각되는 주장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하기에는 책마당 게시판 말고는 게시글이 편중(주:한쪽으로 치우침)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다양한 분야와 화제의 글이 있으면 관심있는 것만 골라서 읽고, 더 나아가서 쓸 수 있는 환경이 쉽게 조성될텐데, 현재 상황이 그렇진 않다고 보여집니다. 결국 글 쓰는 주민들만 쓰고, 읽는 주민들만 읽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뿌리박히고,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중략)
현재 책마을은 도태되어 있습니다, 정체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고립되어 가고 있습니다. 원래 책마을을 만든 주민은 이런 상황을 원했을 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절대로. 
‘책’은 도태되지도 않고, 정체되지도 않고, 고립되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는 사람들’도 도태되지 않고, 정체되지 않고, 고립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이 책마을은, 왜 이렇게 됐을까요? 

저는 답을 잘 모르겠지만, 이 상황이 재미있기는 하네요. 

[일상이야기] 괴수들에게 묻습니다, 에 대한 리플 中 - 병장 권용필


책마을이 고립되어 있고 정체되어 있다. 책마을에는 다분히 베타적(이어 보이는) '그들만의 리그' 라는 것이 절찬리 진행 중이다. 쓰는 사람만 쓰고, 읽는 사람만 읽고, 그들 끼리만 소통한다. 제 3자가 개입할 여지 같은것은 전혀 없어 보인다. 제가 보기에는 뭐 이런 의도로 받아들여집니다. 정말, 저도 궁금합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책마을에서, 왜 이러한 벽이 생겨버린 것일까요? 전 문득 예전에 읽었던 글이 떠올랐습니다.


2006년에 쓰인, 이준영씨가 쓴 게시물의 도의-라는 글이 있다. 허원영과 주영준과 황민우와 김강록과 뭐 이름만 들어도 무게가 느껴지는 이들이 줄기차게 글을 뿜어내던 시절에 쓰인 글이다. 그 글에 엄보운씨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사실 그 시절이라는게 너무 광범위한 시간이라 시절-이라고 묶는 것이 온당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책마을 방공호에서 보내던 2007년 초에도, 이영기와 이승일과 김지민과 김청하가 활동하던 시절에도 책마을의 분위기를 한탄하거나, 정말 오타마저 찬란한 몇줄짜리 게시물을 비판하는 글이 남아있다. 그리고 2008년에도 지금은 집에 간 주해성씨가 공 좀 차자며, 수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이 역사적인 글들에는 엄보운씨나 최근의 책마을 주민들처럼 공감과 지지를 보내기도 했고, 몇몇은 글 못쓰는 이는 글도 쓰지말라는 말이냐-는 가벼운 한탄이나, 책마을을 점거(?)하는 세력에 대한 성토로 이어지기도 했다. 쫓겨나고 없어지고, 숨어지내고 다시 터를 잡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끊임없이 책마을은 위기였다. 책마을의 성격은 끊임없이 재정의되었고, 그들만의 리그라느니, 원로-라느니, 주류-라느니 하는 혐의도 끊임없이 부여되어왔다. 짧다면 짧은 그 시간동안의 흔적들을 돌아보며, 나는 피로감과 기시감을 동시에 느꼈다. 이건 일종의 전승받은 잠재의식 같은것일지도 모르겠다. 인류가 모여 산 이후로 끊임없이 있어온 일이 여기 이곳 책마을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형태와 양상만을 상황에 맞게 각색했을뿐, 역사적으로 지긋지긋하게 봐온 바로 그 문제였다.

책가지, 65번째
[내글내생각] 여기 우리의 책마을을 이야기하자 中  - 병장 이동석 


   예전에도 책마을은 위기였다고 합니다. 지금도 책마을은 위기군요. 화제마저 똑같은 위기 말이지요. 누군가는 읽을 글이 없다고 투덜대며 '그들만의 리그' 를 절찬리에 진행 중이고, 관중은 선수들에게 비난에 가까운 함성을 지르고 있지요. '너무 어렵다' 라는 플랭카드를 들고 말이지요. 관중들이 요구하는 것은 '그들과의 소통' 이라는 것과 '쉽게 써달라' 라는 원초적인 요구입니다.

   전 이런 생각을 해 보았어요. 혹시 우리들은, 글이 너무 길다는(즉슨, 스크롤의 압박으로) 은연중에 글 읽는것을 회피하고 있지는 않나요? 혹시 어려운 단어가 몇개 등장하였다고 해서 글을 피하지는 않나요?(라는 것은 저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것도 아니면, 글 옆에 쓰여져 있는 이름 석자 때문에 글을 피하고 있지는 않나요? '어렵다' 혹은 '어려울 것이 틀림없어' 라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로 무장한 채 말이지요. 제가 위에서 말했든 계속해서 느끼는 두려움의 정체는 사실 이것입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보이지도 존재하지도 않는 '괴수' 라는 것의 아우라가 아닌, 어쩌면 소통이라는 것을 '어렵다' 라는 -심리학에서는 방어기재라는 용어를 쓰더군요.- 벽 뒤에 숨어서 회피하고 있는 우리 자신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는 (현상씨가 짚어주었듯이)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아무리 쉽게 쉽게 간다고 하지만, 이곳에 있는 모든 분들이 (현상씨의 표현을 빌려) '떠먹여 주는' 글을 쓰지는 못할 테니까요. 왜냐하면 전 이런 글을 보았기 때문이에요.


책마을에 입주한 그 순간부터, 우리는 모두 잠재적 글쟁이다. 여기서 말하는 글쟁이가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은 물론 아니고, 텍스트로밖에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이 공간에서 글이 바로 그 사람을 대신한다는 의미로 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이 쓴 글에 대해 충실해야 하고, 솔직해야 하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자신에게조차 부끄럽고 민망한 글이라면, '부족하지만 너그러이 이해해주세요'라는 뱀발을 붙일 거라면, 그런 글이라면 아예 올리지를 말아 달라고 말하고 싶다. 자기 자신도 확신을 갖지 못할 글을 마구잡이로 올릴 정도로 이곳 책마을이 만만하게 보였다면, 그건 큰 착각이다. 이 글을 쓰는 당신은 그러고 있느냐고? 물론 내 글쓰기가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백번 인정을 하지만, 적어도 내 글에 대해서 부끄럽지는 않다. 왜냐하면, 짧게는 4~5일, 길게는 2주일 정도에 걸쳐 매일 12시까지 연등을 하고, 머리를 싸매가면서 썼던 글들이기 때문이다. 글 하나 쓰면서 왜 그렇게 번거로운 짓을 하냐고? 이 곳 책마을은,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어렵게 어렵게 쓴 글을 5분만에 읽으면서, 자신은 하루에 한 시간도 책마을에 글을 올리기 위해 투자하지 못한다면, 그건 이기적인 짓이다. 자신은 좋은 글을 쓸 수 없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 오늘이라도 밤에 책상에 앉아 한 시간이라도 내가 책마을에 어떤 글을 쓸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자. 당신이 생각해왔던 어떤 사유라도 좋고, 당신을 감동케했던 어떤 책에 대한 글이라도 좋다. 그렇게 3일만 투자하더라도, 최소한 당신에게 부끄러운 글이 나오지는 않을 거라고 난 확신한다. 서로에 대한 이해는, 이때부터 비로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것이 우리가 그토록이나 바라던 '책마을'의 모습이자, 그토록이나 부르짖어왔던 '소통'에 다름아닐 것이다.

당신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노래도 좋고, 우리 모두가 부르는 '하나되어'도 좋지만,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당신의 18번이다. 부디 들려다오. 당신의 깊은 사유와 치열한 고민을. 당신을 감동케했던 책을. 당신을 변하게 만들었던 순간을. 오직 당신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를.

책가지, 113번째
[일상이야기] 당신의 노래를 들려주세요 中 - 상병 정근영  


   이건 정말 부끄러운 고백입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이 글을 쓰기 전까지 몰랐습니다. 이런 글이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 글을 본 뒤에 해머로 뒤통수를 거하게 한 방 맞은 것처럼 멍- 해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글은, 그 누구도 아닌 저에게 가하는 일침이었습니다. 왜 저는 1주일 남은 이 시점에서 이러한 글을 접하게 되었던 것일까요? 참으로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제가 써왔던 수많은 글(이라기도 민망했던 낙서들)에서 수없이 책마을 여러분에게 '양해' 라는 것을 구해 왔습니다. 미력하고 또 부족한 제 필력이라는 거야 지나가는 상근이도 아는 사실이지만, 정말 지겨울 정도로 많은 양해를 구했다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사실 그것은 '비난적인 댓글' 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재가 작동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책임감이나 자신감을 둘째 치고 말이지요. 저는 제 자신도 속이고 남도 속이고 모두를 속이는 글을 쓰고 있었던 것일까요?

   이러한 자기반성은 나중에 따로 하도록 할게요. 중요한 것은, 우리는 다른 분들의 글을 '어렵다.' 라고 피하기 이전에, 그들의 글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려는 시도는 해 보았을까요? 그 전에 '몇 몇 어려운 글을 쓰는 분들 덕택에 소통이 어렵다.' 라는 것은 맞는 명제인가요? 우리는 라이트노벨과 판타지소설을 읽기 위해 책마을을 찾아 오는 것인가요? -물론 책마을에 그것들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왜 정체되어 있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계속 정체되어 있어야 했던 것일까요? 우리들의, 소통을 원하는 사람들의 소통을 위한 노력은 전부 어디로 가 버린 것이죠? 언제까지 우리는 끝도 없는 평행선에서 돌고 돌며 나지도 않을 결론에 목을 매달아야 하는 것일까요? 이젠, 가위를 들고 잘라버릴때도 되지 않았나요?

   과감하게 올려 봅시다. 그러나, 치밀하게 사고하고, 적어도 자신에게는 부끄럽지 않은 글을 올려 봅시다. 내가 바뀌고, 네가 바뀌고, 우리가 바뀌고. 책마을은, 좀 더 활발한 소통의 장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시간이 없다면, 틈틈히 들고다니는 포켓용 수첩에라도 적어가면서 다듬고 다듬어 봅시다. 책마을을 바꾸어 가는 과정은, 그러한 사소하지만 커다란 변화에서부터 시작 될 테니까요. 그렇다고 이 상황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는 대다수의 주민들을 매도하는 행위 역시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 곳에 들어오는 사람들 중엔 '정말로 그럴 여건도 안되는' 주민들도 분명 존재 할 테니까요.


발성하는 자는 침묵하는 자들을 좀 더 이해해야 하며 그들이 다수라고 싸잡아 일반화시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는 발성하는 자들을 위한 도덕과 마찬가지다. 거울을 빛나게 하기 위해서는 발성하는 자들의 침도 필요하지만 묵묵히 그것을 닦아서 빛낼 침묵하는 자 또한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김삿갓으로 유명한 김병연은 자신의 외조부를 비판하는 글로 과거에 급제한 뒤, 그 사실을 깨닫고 죽을 때까지 삿갓을 벗지 않고 관직에도 나아가지 않았다. 발성하는 자는 삿갓을 눌러 쓸 각오를 한 용기 있는 자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삿갓을 쓸 각오를 가져야 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다. 이러한 강요는 침묵하는 자 모두를 문제의식이 결여된, 문제에 대해 무관심한 자들로 파악할 때 생긴다. 통계학을 빌리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드러난 행동만으로 대다수의 침묵하는 자들을 일반화시켜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정말 문제의식 없이 무관심한 채 침묵만으로 일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는 것은 거울을 닦는 일도 아니고 침을 튀기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그저 침묵, 그리고 침묵이다. 우리는 이들을-설령 자기 자신이 포함된다 하더라도- 이해해줄지언정 용납해서는 안 된다. 손을 놓은 채 그저 침묵하는 자들은 발성하는 자들의 용기를 비롯해 침을 닦는 침묵하는 자들의 행동과 실천까지 무용한 것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책가지 97번째,
[내글내생각] 침묵하는 자의 변명 - 상병 이지훈 中

   
    책가지를 둘러보다가 이 주제와 관련하여 읽었던 흥미로운 글이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첨부합니다. 역시 '필력'이 안되는 공돌이는, '빌리는' 것이 한계인것 같아요. 전 현재가 되었건, 미래가 되었건, 이런 멋진 글들은, 못 쓸거 같기에. 


뱀발1. 멋대로 글이나 댓글을 끌어다 쓴 것에 대해서, 사죄를 청하는 바 입니다. 죄송해요. 흑흑
뱀발2. 이러한 글 마저 모르는 사람이 나오거나 스크롤의 압박으로 피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 역시 슬픈 일이 되겠군요.(웃음)

* 책마을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11-16 12:41)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10-01-27
13:33:24 



병장 윤현상 
  에이, 종보씨, 이 글은 너무 멋있잖아요. 가슴속에 엉켜있던 생각들을 너무나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글인걸요. 저는 이 글이 단연코 모두에게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남의 글을 빌려왔다는게, 그 사실이 종보씨의 글쓰기를 깎아내리는 이유가 될 수는 없어요. 그 글들이 이런 호흡으로, 이런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은 온전히 종보씨의 글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니까요. 확신하건데, 다른 사람에게 같은 글들을 쥐어줬다면 틀림없이 완전 다른느낌의 글이 나왔을걸요? 그러니까, 이 글이 멋있는 건 오로지 종보씨가 썼기 때문이라는 거죠. 

가지로-. 

p.s 그리고 전 중산층이 맞아요. 전 존재감도 별로 없고, 포인트도 220점 밖에 안되고, 철학도 못하는걸요. 아, 그러고보면 서민이 더 맞을지도요(웃음). 2009-11-13
05:04:10
  



병장 강정훈 
  참으로 오랜만에 댓글을 남겨봅니다. 

사력을 다해 글을 쓸 용기가 없어서, 가입하고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었습니다.만, 
저 역시 눈을 감고 입을 닫고 귀를 막은 채로 책마을의 '괴수(처럼보이는)'분들 사이를 비집고 돌아다녔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지로- 2009-11-13
07:58:22
  



병장 김진호 
  멋있습니다. 종보씨. 이건 그냥 가지로- 를 외치지 않으면 안 될 글이네요.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이런 식으로 집어주신 것에 정말 감사합니다. 

마음같아서는 명예의 전당에라도 올리고 싶지만, 큭큭. 2009-11-13
10:10:01
  



병장 김진호 
  현상// 이 글이 멋있는 건 아무래도 부담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타인을 공격하면서 논의를 하는 느낌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마무리 짓는 느낌이랄까요. 종보씨는 분명 마음이 아주 따듯하고 열려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2009-11-13
10:12:52
  



병장 양동훈 
  일단 가지로- 

그리고 진호씨에게는 미안하지만, 저는 타인을 공격하면서 논의를 하는 글을, 굳이 올려야겠습니다. 미안요- 2009-11-13
10:35:00
  



상병 송단아 
  가지로 

동훈 // 저는 그런 동훈씨가 좋아요 큭큭. 그게 동훈씨잖아요. 2009-11-13
10:52:17
  



일병 장민섭 
  머엉...해졌습니다. 
저도 글을 쓰고나서 - 이곳에서는 아니지만 - 종보씨처럼 이야기를 했었어요. 적어도 저한테만은 부끄러운 글은 아니었으니까요. 반성해야겠네요. 더불어 책마을에 글을 한번 써 봐야겠어요. 헤헷 고마워요. 

가지로- 

하지만 또 드는 생각이 있어요. 이번엔 글쓴이가 아닌 독자들에게 하는 문제제기랍니다. 저 역시 필력따위는 개나 줘버린 공돌이기에 긁어옵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마을의 글들은 저작권을 갖긴 하지만, 작가가 '읽어 주십시오.' 하고 올려놓은 글임에 다른 대가를 바라는 것은 옳지 않다. 즉, '내 글에 댓글을 달아 주세요.', '내 글을 좀 읽어 주세요.' 등의 말은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글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인가. 그럼 우리에게는 책임이란 없는 것인가. 저작권의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는 당연히 올라온 글에게 값을 지불 해 줘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돈을 줘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작은 댓글을 달아 주는 것으로도 값을 지불 하는 행위가 된다는 것이다. 

어떤 글이라도 진지하게 올라온 글들은 창작의 고통을 안고 태어났다. '봐 주세요.' 하면서 올라온 글이지만, 글을 읽고 뭔가 느꼈음에도 그냥 백스페이스를 눌러 나가버리는 것은 예의 법도에 어긋나는 행위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떠한 값을 원하는 것이 아닌, 작은 관심임에도 베풀지 못한다면 이 또한 도둑놈의 심보라는 것이다. 결국 음악을 들을 때 돈을 내지 않고 음악을 듣는 것과 이곳에서 글을 읽을 때 조금의 관심 표현도 하지 않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뜻이 통하는 일이 아닐까. 

-병장 정병훈, [추천글-내글내생각] 우리는 우리의 글에 저작권을 요구한다. 中 


글을 쓰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중의 하나는 '무반응'이 두려워서겠지요. 가령 저렇게 사력을 다 해서 쓴 글이 아무런 관심도 못 받은채 묻혀버린다면 다시 쓰고 싶을 생각이 사라질 것 같아요. 글을 쓰라고 권면하는 동시에 리엑션을 주겠다는 '약속'도 필요한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설령 내가 읽은 글이 이뭐병 이라해도 왜 이뭐병이라고 생각했는지 이유정돈 쓸 수 있잖아요? 


뱀발. 여기는 왜 자기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상류층들이 많은거죠...? 쳇 2009-11-13
11:13:46
  



병장 선해성 
  밖에서도 상류층인 사람들이 자신은 중산층이라고 주장하며, 세금을 내지 않겠다고 하는 부분이 많듯이 여기도 좀 그런 것 같아요. 쳇 치사하잖아요, 

일단 -가지로 를 외치고 나서 

글을 빌려서 그 의견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이런 글은 게다가 잘 읽히기 까지, 저 같은 서민이 읽고 느끼기에 딱 좋잖아요. 2009-11-13
13:33:09
  



병장 양동훈 
  일단 결론은 치사한 해성씨가 되겠습니다. 2009-11-13
13:38:19
  



상병 김민정 
  그러니까 동훈형님은 늘 언론플레이에 강하시다니까... 2009-11-13
13:54:07
  



일병 김지환 
  저 역시 김진호 병장님의 말처럼, '괴수'나 '단층'이 생긴건 
글 쓰는 사람의 노력보다 글 읽는 사람의 노력부족때문은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소통을 위해선 최소한 비슷한 수준의 노력은 필요할텐데 말이죠. 

이종보님의 재료도, 주제도 훌륭한 콜라주덕분에 짧은 감상을 남겨봅니다. 2009-11-13
14:17:07
  



병장 권용필 
  이건 뭐, 더할나위없이 이번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 완성본이군요. 제가 몰랐던 과거의 편린까지 끌고오신 덕분에, 더욱 넓게 볼 수 있는 계기도 되었구요. 

확고한 결론을 내비치지 않아서 읽는이로 하여금 각자의 결론을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이 글을, 이런 유사한 일이 있어났을 때 후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저는 이렇게 나지막이 외치고 싶습니다. 

-가지로 


PS. 서두에도 나오지만, 제가 생각해도 후련한 결말인거 같습니다. 전역인사 글도 '인사'의 한종류인데, 이 글이 껴있으면 '인사'글로는 조금 민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PS2. 댓글 끌어다 쓰신건 신경 안 쓰이는데, 잉여剩餘사기꾼의 입장에서 이름이 딸려있는 것만 조금 신경쓰이네요. 이름이 여기저기 알게모르게 퍼지면, 사기꾼으로써는 실격이니까요. 히힛 2009-11-13
14:49:13
  



병장 김진호 
  동훈// 걱정마세요. 제가 그렇게 근성 없는 파이터는 아니니까. 하하. 필력은 물론 많이 부족하겠지만요. 2009-11-16
11:57:23